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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서민들…`고금리 카드론` 4조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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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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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자영업자 김 모씨는 최근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들어 가게 임대료와 대출 이자를 갚고자 카드론으로 500만원을 빌렸다. 신용등급 5등급이라 은행 신용대출은 어려운 데다가 카드론은 신청하자마자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론 금리는 평균 15%대로 은행 대출보다 5배나 높다. 그래도 카드론조차 없으면 파산할 수밖에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대출을 받았다. 지금처럼 장사가 계속 안 되면 금리가 훨씬 더 높은 대부업체까지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계 상황에 빠지는 서민들이 늘어나면서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신용도가 높은 사람들은 은행권 대출 문을 두드리지만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자영업자와 무급휴직 등으로 소득이 줄어든 직장인들이 제2금융권 대출을 받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형 저축은행인 A저축은행의 지난달 개인신용대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지난 1월과 비교하면 30.2% 증가한 규모다. 저축은행 개인신용대출 1년 증가율이 통상 10%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3배 이상 늘어났다. 통상 신용등급 3등급 이하 중·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저축은행이다. 서민금융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출자들은 은행과 카드사를 거쳐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문을 두드린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에겐 저축은행의 대출이 카드사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카드론 대출도 늘어나고 있다. 신한·삼성·KB·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취급액은 지난달 4조3242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3조4417억원)보다 25.6%(8825억원) 늘었다. 특히 지난 1월 3조9148억원, 2월 3조8685억원으로 3조원대였다가 지난달 4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같은 달 대비 증가율 역시 1월 1.6%에서 3월 25.6%를 넘어섰다. 카드론은 보통 신용등급 3~6등급 이하인 중·저신용자가 이용한다. 고객 신용도에 따라 한도가 정해져 있어 별도 심사 없이 하루 만에 최대 5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중도 상환 수수료 없이 언제든지 갚을 수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 대출이 풀리기 전 자영업자들이 카드론을 많이 받았다"며 "카드론을 받아 개인들이 주식 투자를 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들이 대출받을 곳은 줄어들고 있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은 최근 기업 대출 심사를 강화했다. 경기 악화로 기업들이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을 것으로 우려해서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존 대출을 제외하고 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사실상 중단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향후 개인신용대출 문턱도 높아질 가능성이 커 저신용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개인신용대출 상품 심사 기준을 높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신용등급 6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이 주로 찾는 대부업체들 역시 신규 대출을 줄이고 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영향으로 신규 대출을 받으면 연체율만 높아질 수 있어 현상 유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 대출 승인율은 11.8%로 4년 전인 2015년(21.2%)의 반토막이다. 대부업체를 찾는 10명 중 1명만 대출을 받는다는 의미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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