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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T단상]시험인증산업, 사회적 책임 다하는 지식서비스산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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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이승우 국가기술표준원장.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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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가에 1947년 출간된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가 시간을 거슬러 베스트셀러로 떠오르고 있다. 병든 아내를 남겨둔 채 직업적 소명 의식 하나로 페스트 퇴치에 나선 마을 의사 베르나르 리외의 모습이 지금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우리에게 신뢰와 사회 책임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산업 가운데 유독 사회 신뢰와 책임성이 강조되는 산업이 있다. 바로 시험인증 산업이다. 1960년대 수출품 품질 검사로 시작된 국내 시험인증 산업은 대한민국 경제성장사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빨리빨리 문화와 신뢰를 저버린 몇몇 시험인증기관의 도덕 불감증이 우리에게 막대한 경제·사회 비용을 치르게 한 것 또한 사실이다. 2013년에 원전부품 관련 허위 시험성적서 발급으로 원자력발전소가 멈춰 서는 일이 발생했다. 2014년에는 고속철도 부품 납품 직전에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으며, 지난해에는 아파트 층간 소음 부실시험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글로벌 시험기관의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세한 국내 시험인증 산업 생태계, 좁은 국내시장을 대상으로 한 저가 수주 경쟁 등 부실시험 유혹에 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탓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정확성과 무결성을 생명으로 삼아야 하는 시험과 검사, 인증 본질에 대한 몰이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시험인증기관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기에 앞서 공적 안전의 보루이자 산업 전반에 신뢰라는 사회 자본을 생산해서 축적하고 공급해야 할 공적 책임이 우선돼야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달 초 시험인증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 육성시키기 위한 '적합성평가관리법'이 제정·공포됐다. 시험과 검사, 인증이 제품·서비스 품질 및 격을 보증하는 절차로 한 국가의 산업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시험인증기관이 법률에 근거해 관리되면서 부정·부실 시험 성적서 발급 등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 더욱 강력하게 가능해졌다.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공공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 부과라는 점에서 시험인증기관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적합성 평가는 기업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가 정해진 기준이나 표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시켜 주는 절차다. 적합하지 않다고 판정된 제품은 시장으로 나갈 수 없다. 즉 시장에서 격리해 이들로 인한 피해를 최소 수준에서 관리해 주는 사회 안전망이 법적 근거를 띠게 된 것이다.

셋째 우리의 시험인증 산업이 새 도약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시험 인프라 확충과 시험인증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 근거뿐만 아니라 투명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 산업으로 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한반도를 시간 충돌이 가장 극적으로 일어나는 곳으로 표현했다. 산업 기술 발전 속도와 사회적 인식 괴리, 즉 과거와 현재·미래가 섞여서 빚어내는 속도 충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우리 미래가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법 하나로 하루아침에 국내 시험인증 산업의 고질적 문제가 사라지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지식서비스 산업이 탄생할 수는 없다. 기업 스스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기통제를 강화하고 부단히 미래 신산업에 대한 시험인증역량 개발에 나서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때야 비로소 이 법도 우리 시험인증 산업에 신뢰 시스템을 구축하는 유효한 수단으로서 시험인증 산업의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 산업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이승우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장 swlee12@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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