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트럼프 발언에 정면 반박 "사실 무근, 美의도 집중 분석"
북한 외무성은 19일 밤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 담화에서 "미국 언론은 18일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 중 우리 최고 지도부로부터 '좋은 편지'를 받았다고 소개한 발언 내용을 보도했다"며 "미국 대통령이 지난 시기 오고 간 친서들에 대해 회고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최근 우리 최고지도부는 미국 대통령에게 그 어떤 편지도 보낸 것이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사실무근한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있는 미국 지도부의 기도(의도)를 집중 분석해볼 계획"이라며 "조(북)·미 수뇌들 사이의 관계는 결코 아무 때나 여담 삼아 꺼내는 이야깃거리가 아니며 더욱이 이기적인 목적에 이용되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후 백악관 코로나 대응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언급하다가 갑자기 "(김정은으로부터) 좋은 편지를 받았다"며 "나는 김정은(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 직전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김정은 친서'를 언급했다고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친서와 관련해 '착각'을 했을 가능성은 작은 셈이다.
외교가에선 "대선을 앞두고 '북한 상황 관리'에만 치중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북한이 경고장을 보냈다"는 말이 나왔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해제나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 등엔 성의를 보이지 않고, 북이 핵·미사일 도발 등 '사고'를 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 '김정은 친서'를 이용한다고 본다"고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반도 상공에 정찰기를 띄우고 대북 제재 기조를 고수하는 미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미국에 '우리와 대화를 하려면 새로운 셈법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면서도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이란 실무자를 내세운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트럼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실무급 성명을 통해 비난 수위를 조절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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