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통합당 개표 상황실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한 뒤 당원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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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영남에서 석권에 가까운 성적을 얻었지만 수도권에서는 전통적 보수 지지 지역을 제외하고는 완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격전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부산·경남·경북 등 영남권 격전지에서는 통합당 후보들이 앞서는 경향을 보였다.
가장 큰 충격은 서울 종로에 출마한 당대표 황교안 후보의 결과다.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혀 '미니 대선'이라고도 일컬어진 이 지역에서 16일 오전 1시 기준으로 이낙연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개표율 89.5%). 이로써 통합당은 19대 총선부터 3연속 내리 '정치 1번지'를 민주당에 내줬다. 황 대표는 15일 출구조사 발표 직후에는 "(출구조사에 대해) 제가 왈가왈부하는 것보다 국민이 최종 판단을 하셨는지 기다리겠다"고 말한 뒤 선거 상황실을 빠져나갔다가 패배가 유력해진 오후 11시께 다시 상황실을 찾아 당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서울에서 대표적인 '을의 전쟁터'로 꼽힌 동작을과 광진을도 통합당이 경합 열세를 보였다. 16일 오전 1시 기준 동작을에서 이수진 민주당 후보는 50.9%, 나경원 통합당 후보는 46.3%를 기록했다(개표율 88.0%). 광진을에서는 고민정 민주당 후보가 50.2%, 오세훈 통합당 후보가 48.0%로 집계됐다(개표율 63.4%). 통합당은 서울 지역구에서 경합 지역이 다수 있었지만 서초갑·을, 강남갑·을·병, 송파갑·을 등을 제외하고 뚜렷한 우세 지역을 내지 못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일어났던 막말 파동과 차명진 후보 제명 과정이 수도권 보수층 결집을 어렵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또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경제 실정을 지적하며 내세운 경제 심판론이 제대로 먹히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 막판에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주목하고, 정부·여당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확대 검토까지 나오자 비판 강도가 무뎌진 탓이다. 국민에게 대안 세력임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영남권에서는 통합당이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약진'을 떨쳐낼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후보가 앞서는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새벽 1시 기준 부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진갑은 김영춘 민주당 후보가 43.9%, 서병수 통합당 후보가 49.7%로 집계됐다(개표율 88.5%). 사상은 배재정 민주당 후보가 44.1%, 장제원 통합당 후보가 54.2%였다(개표율 50.1%).
다만 '리턴 매치' 지역인 북강서갑에선 전재수 민주당 후보가 당선(50.5%)돼 민주당의 저력을 보였다.
대구에서 '대권 논쟁'이 펼쳐진 수성갑은 16일 오전 1시 기준으로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38.7%, 주호영 통합당 후보가 60.2%로 집계됐다(개표율 70.3%). 영남권 출구조사 결과는 범여권 지지세가 높은 호남권 사전투표율에 놀란 영남 표심이 결집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부산과 대구는 각각 최종 투표율 67.7%, 67.0%를 보여 20대 총선 투표율(부산 55.4%, 대구 54.8%)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큰 이변이 없는 한 통합당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사수하지 못했던 낙동강 벨트를 이번에는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당 선대위 지도부가 '지켜보자'는 반응을 보이기는 했지만 출구조사 결과 통합당 1당 확보가 어렵다고 예측된 직후 개표 상황실에는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민주당 과반 확보라는 예측이 같이 나온 터였다.
국회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는 15일 오후 5시 50분께부터 핑크색 당 점퍼를 입은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후보·당직자들이 모여들어 긴장감 속에서 출구조사를 기다렸다. 예측 결과가 나오자 지도부는 침묵 속에 TV 화면만 묵묵히 지켜봤다.
황 대표와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오후 6시 40분께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퇴장했고 잠시 뒤 원유철 대표를 포함한 미래한국당 지도부도 떠나면서 상황실은 몇몇 실무진과 취재진만을 남긴 채 텅 비었다. '참패'에 가까운 성적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일각에선 선거 막판 영입된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전권'을 맡겨 당이 대대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지 3년 만에 치른 총선이 '정권 심판론' 대신 '야당 심판론'으로 귀결된 원인을 분석하고, 당을 근본적으로 뒤바꾸려면 김 위원장이 메스를 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김명환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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