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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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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크스 역대 베스트11’ 구자철, “날 잊지 않아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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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쿠스부르크, 드림팀에 구자철 포함

2011년부터 6시즌 활약, 잔류 전도사

"볼보이까지 승점 1점에 간절한 팀

늦은밤 숨끊어질 때까지 도시 뛰어

첨엔 훈련장에 쥐, 지금은 재정 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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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라커룸에서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구자철(가운데). [사진 구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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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크스부르크를 떠났는데도 불구하고 제 이름이 클럽에 남아있다는 자체가 굉장히 영광스럽다. 날 잊지 않아줘 고맙다.”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 역대 베스트11에 뽑힌 구자철(31·알 가라파)이 15일 밝힌 소감이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지난 12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팬투표로 뽑은 역대 드림팀을 발표했다. 구자철은 4-3-3 포메이션 중 오른쪽 미드필더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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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크스부르크가 12일 팬투표로 뽑은 역대 드림팀. 구자철은 오른쪽 미드필더로 이름을 올렸다. [사진 아우크스부르크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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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크스부르크는 1969년부터 2011년까지 2~4부리그를 전전하던 팀이었다. 하지만 구자철이 가세한 2011년 이후에는 8시즌 연속 1부리그에 잔류했다.

구자철은 2011-12시즌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돼 5골을 터트렸다. 지난해까지 총 6시즌간 155경기에 출전해 23골을 기록하며 ‘잔류 전도사’라 불렸다. 또 볼프스부르크, 마인츠 등에서 뛰면서 차범근에 이어 한국인 두번째로 분데스리가 2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구자철은 지난해 여름 아우크스부르크를 떠나 카타르 알 가라파에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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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크스부르크 홈구장 앞에서 셀카를 찍은 구자철과 절친 제프리 하우레우. [사진 구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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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베스트11에 뽑힌 소감은.

“베스트11 멤버 대부분 나와 함께 뛴 선수들이다. 제프리 하우벨레오와는 지금도 꾸준히 연락하며 지낸다. 돌이켜보면 힘들었지만 포기안하고 8년반을 뛴 사실에 감사하다. 어떤 이는 ‘아우크스부르크니깐 주전으로 뛴 것’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분데스리가에서 오랫동안 뛰었다는건, 눈에 보이는 것보다 힘든 과정이었다.”

-2016년 레버쿠젠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최강팀 바이에른 뮌헨전에서도 골맛을 봤다. 동양인으로 유럽팀에서 주장완장도 차봤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가장 기억남는 순간과 골을 꼽자면.

“독일에서 그들과 함께 자고 먹고 뛰고 싸우고 울고 웃고 했던 모든 순간들이 제게는 특별한 시간들이었다. 그럼에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뽑아야한다면 2012년 1월 볼프스부르크에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를 갔을 때다. 그 곳에서 진정한 ‘축구선수 구자철’을 보여주기위해 했던 그 노력들이 항상 떠오른다. 이른 아침과 늦은밤에 온 도시를 뛰어 다녔던거 같다. 그 땐 숨이 끊어질거같은 고통을 느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큰 열정을 갖고 살았던, 너무나도 행복한 순간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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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우크부르크 구자철이 독일 최강팀 바이에른 뮌헨과 경기에서 뛰는 모습. [사진 아우크스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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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크부르크는 20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다. 하지만 축구가 유명한 도시는 아니었다.

“2011년 볼프스부르크 소속으로 아우크스부르크 원정을 갔다. 처음엔 듣도 보지도 못한 팀이라고 생각했다. 우리팀이 0-1로 끌려갔다. 내가 오른쪽 윙어였는데 홈팀 볼보이가 공을 최대한 천천히 줬다. 화가났다. 그런데 그 시즌에 내가 강등권에 허덕이던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를 간거다. 승점 1점을 따기 위해 선수, 구단 관계자, 팬은 물론 볼보이까지 한마음이었다. 세상에 잘 나가지 못해도 이렇게 간절한 팀이 있구나라고 느꼈다. 그 때부터 상대를 더욱 더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됐다.”

-아우크스부르크에 처음 갔을 때 구단 사정은 어땠나.

“비교하자면 K리그에서 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 정도가 될 것 같다. 훈련장에 쥐가 나올 만큼 열악했다. 임대간 첫 시즌에 분데스리가에 잔류를 했다. 그런데 독일 해설가들이 TV에서 ‘아우크스부르크는 재정 뒷받침이 안된다. 차라리 다른팀이 잔류했어야했다’고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난 아우크스부르크가 3~5년만 더 잔류한다면 재정적으로 탄탄한 구단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현재는 운동장이 3개고, 훈련장, 유소년 아카데미, 클럽하우스도 구축했다. 한 선수 영입에 100억원을 지출할 수도 있는 팀으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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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크스부르크가 최근 인스타그램에 구자철 사진과 함께 구자철이 보낸 편지내용을 게재했다. [사진 아우크스부르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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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크스부르크가 최근 인스타그램에 구자철 사진과 함께 구자철이 보낸 편지내용을 게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분데스리가가 중단됐다. 아우크스부르크 구단주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우리는 비록 적자가 났지만 임금삭감과 해고없이 위기를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할 시간으로 삼겠다’는 내용이었다. 감명 받아 구단에 편지를 썼다. ‘재정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행동을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아우크스부르크 구단은 드라이브 스루로 주민들에게 물을 공급해줬다. 축구단이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모습이었다.”

-2016년부터 19년까지 아우크스부르크 감독을 지낸 마누엘 바움(현 독일 U-20팀 감독)은 “구자철은 팀을 이끄는 리더였다. 90분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훌륭한 정신력을 가졌다. 작전판을 두고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고 극찬했다.

“팀이 어려운 시기에 감독님이 내게 자주 의견을 물어보셨다. 감독님이 스리백을 고수해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 난 ‘선수들이 꾸준히 훈련한 포백이 익숙한 것 같다’고 말씀 드린 적도 있다. 감독님이 의견을 수용했고 이후 팀성적도 좋아졌다. 팀을 떠나신 뒤에도 인연을 이어갔다. 내가 부탁드려 한국에 오셔서 지도자들에게 강습을 해주기도 하셨다.”

-아우크스부르크가 그동안 지동원(마인츠), 홍정호(전북), 천성훈 등 한국선수를 많이 영입했다. ‘구자철 효과‘라는 말이 있다.

“난 그렇게 생각 안한다. 그 선수들이 노력해 이뤄낸 결과다. (지)동원이는 여전히 독일에서 활약하고 있지 않나. 물론 단장에게 ‘한국인이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는 말을 한 적은 있다. 나부터 운동장에 일찍 나와 훈련했다. 교민들의 자랑이라는 자부심으로 버텼다. 최근까지 분데스리가 단장들과 감독들이 전화를 걸어와 한국선수를 물어보기도 한다. 어떤 선수인지는 비밀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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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프로축구 알 가라파 구자철이 기자회견하는 모습. [사진 알 가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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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했다. 카타르 생활은 어떤가.

“카타르는 확진자가 3500명, 사망자는 7명 정도다. 매일 100명~300명 정도 확진자가 나온다. 카타르 인구가 270만명 정도니깐 낮은 수치가 아니다. 정부에서 2인이상 동반 야외활동을 금지했다. 나도 아내, 아이들과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카타르 스타즈 리그 4라운드 베스트11에 뽑혔고, 지난해 10월 중거리슛으로 데뷔골도 터트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카타르리그도 중단됐나.

“지난달부터 중단됐다. 2주 간격으로 두차례 연기를 발표했고, 재개 시점은 모른다. 일주일에 4일은 홈트레이닝을 하고, 이틀은 훈련장에 간다. 구단이 겹치지 않고 선수 한명씩 구장에서 개인훈련을 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짜줬다. 의무진도 대기한다. 구단이 선수를 위해 굉장한 지원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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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현지 신문이 구자철 인터뷰를 1면에 걸쳐 크게 게재했다. [사진 알 가라파 뉴스]



-은퇴 후에 유소년 교육사업에 힘쓰고 있다. 사비를 털어 지난 2월 제주도에서 ‘바이에른 뮌헨 유스컵’ 국내 선발전을 기획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유럽도 상황이 심각하다. 정부 권고에 따라 연기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바이에른 뮌헨과 화상채팅을 통해 미팅을 이어가고 있다. 분데스리가가 재개되면 유스컵도 시작될거라고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다.”

-최근 카타르 국제대회에 참가한 수원 삼성 17세 이하팀 선수들에게 양고기 300만원치를 쐈다. 선배로서 조언도 해줬다던데.

“카타르에 우리나라 축구유망주들이 와서 반가워서 그랬다.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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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시절 팀버스에서 셀카를 찍은 구자철. [사진 구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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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남몰래 기부를 했다고 들었다. 2013년부터 난치병 아이들을 돕고 있고, 매년 축구대표팀 홈경기에 환아를 초청하고 있는데.

“기부는 중요하다. 다만 기부액수를 밝히는 문화는 신중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 주위에 기부하고 싶어도 ‘적은금액이면 오히려 욕먹는다’고 포기하는 분들이 계신다.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평등하게 할 수 있는 문화가 생겼으면 한다. 이번에 한국에 돌아가서도 지역사회에 기부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생각 중이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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