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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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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틈타 기업사냥 나선 中···독일·호주 결국 빗장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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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찬스로, 중국 해외 M&A 다시 시동

경제 셧다운에 허덕이는 유럽 기업이 타깃될 것

"현금이 왕" 홍콩 CK그룹 보유 현금만 23조원

EU "각국 정부 산업보호 위해 주식시장 개입해야"

독일·호주 빗장 걸어잠그고 중국 자본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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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12일 FT와의 인터뷰에서 회원국이 기업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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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기업이 타격을 입은 틈을 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시동을 걸자, 유럽 등 각국 정부는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발 바이러스에는 속수무책이었으나, 차이나 머니(중국 자본)에는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겸 공정거래위원장은 12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EU 회원국이 기업 지분을 사들일 것을 촉구했다. 그는 “과거에는 EU가 기업의 주식 거래에 개입할 필요도, 그렇게 한 적도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현재 많은 유럽 기업들이 M&A 위험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EU는 국외 자본의 불공정한 M&A를 규제하는 법안도 내놓을 방침이다.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누구든지 유럽에서 사업을 하는 것을 환영하지만 불공정한 방식은 안 된다”며 “독일과 프랑스 등 회원국의 의견을 반영해 유럽과 중국이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FT는 “해외 국영기업이 인수 대상 기업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리거나 후려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외국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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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감소세였던 중국 자본의 해외 M&A는 이달 들어 급증하고 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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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본토와 홍콩·싱가포르 등에 본사를 둔 중국계 대기업은 최근 해외 기업사냥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세계 각국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금이 M&A의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매출 급감과 주가 폭락으로 자금난에 처한 유럽과 아시아 기업들이 차이나머니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영국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영국 기업의 절반 이상이 3개월 이상 버틸 현금이 없는 상태다.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분석회사 CLSA는 “홍콩 CK그룹이나 상하이 푸싱그룹처럼 현금 자산이 충분한 중국계 대기업 입장에서 코로나19는 위기에 처한 우량 기업을 사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현금’이 왕이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K그룹은 지난해 12월 기준 187억 달러(약 23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주요국은 차이나머니를 차단하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독일 정부는 8일 EU 외 자본의 자국 기업 인수 시 정부가 개입할 수 있게 하는 조치를 승인했다. 피터 알트마이어 경제 장관은 “의료장비·에너지·디지털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자국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산업로봇 제조업체 쿠카AG가 2016년 중국 가전제품 생산업체 미데아그룹 손에 넘어간 뒤 차이나머니에 대해 적대감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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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자동차 산업용 로봇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독일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쿠카AG는 2016년 중국 기업에 인수됐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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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부는 6일 외국인 투자자는 무조건 국가 투자 검토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제했다. 앞서 호주 정부는 홍콩 CK그룹이 호주 가스파이프라인 사업체 APA그룹을 80억 달러(약 10조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도 국가 안보를 이유로 거절했다.

이탈리아도 ‘골든 파워(국방 및 전략 산업의 해외 거래를 제한할 정부 권한)’ 법안에 따라 은행·보험·헬스케어·에너지 등 주요 산업에 보호 조치를 하기로 했다. 스페인 역시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방안을 마련했다.

새로운 규제 장벽 덕분에 과거 하이항(HNA) 그룹 같은 중국 대기업이 미국 기술회사부터 유럽 항공사까지 거침없이 인수하던 시절이 재현되긴 어려워 보인다. 재키 옌 홍콩대 경영전략학과 조교수는 “성장 전략 면에서 M&A에 의존하는 중국 기업 입장에서 규제는 앞으로 큰 장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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