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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가 EU 지원 기다린다" 독일 언론 보도에 이탈리아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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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벨트 "이탈리아도 EU 룰 지켜야…통제 없는 지원 안돼"

보도 내용에 현지 정계 "최악의 反이탈리아 여론 선동" 격앙

연합뉴스

이탈리아 코로나19 집중치료실의 의료진과 환자들
(바레세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바레세에 위치한 서콜로 병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중치료실이 9일(현지시간) 환자들로 가득 찬 가운데 의료진이 데스크에 앉아 치료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leekm@yna.co.kr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독일의 유력 언론이 마피아 존재를 거론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이탈리아의 경제적 지원 요구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 이탈리아 당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1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 일간 디벨트는 최근 '메르켈 총리,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에서 "연대는 유럽연합(EU)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라면서 "연대는 관대해야 하지만 제한이나 통제 없이 그럴 수는 없다"고 썼다.

신문은 이어 이탈리아도 EU의 통제를 받아야 하고 규정에 맞게 지원금을 써야 한다면서 EU 지원금이 빈 재정을 채우는 용도가 아닌, 보건의료에만 사용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코로나19에 따른 EU 회원국의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고자 EU 차원의 공동 채권, 이른바 '코로나 본드'를 발행해야 한다는 이탈리아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신문은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에는 마피아가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들 조직은 EU의 지원 세례를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 대한 EU의 경제 지원이 과거에도 그랬듯 애초 목적에 맞지 않게 쓰여 마피아 조직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집중치료실서 환자 돌보는 이탈리아 의료진
(바레세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바레세에 위치한 서콜로 병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중치료실에서 9일(현지시간) 한 의료인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leekm@yna.co.kr



이탈리아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디벨트의 보도 내용에 자존심이 크게 상한 분위기다.

내각 핵심 인사인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부끄러운 보도 내용"이라며 "독일 정부가 디벨트와 거리를 뒀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디 마이오 장관은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고 EU는 이에 대응할 의무가 있다"며 "현재의 비상시국에 우리에겐 단합의 메시지가 필요하다. 이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 사람들 모두가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내에선 "디벨트가 최악의 반(反)이탈리아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이탈리아 정계의 대표적인 EU 탈퇴론자인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도 "역겹다"라고 디벨트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확실한 것은 우리가 남부지역 사람들을 지원하지 않으면 마피아가 이들에게 돈을 빌려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EU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오랜 논쟁 끝에 9일 5천400억 유로(약 716조원) 규모의 역내 긴급 지원 대책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코로나 본드 발행은 합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9일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공동의 위기 앞에 EU의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코로나 본드 발행은 거부했다고 ANSA 통신은 전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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