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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비밀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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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국립보건연구원 공동연구팀 / 노벨상 유력평가 김빛내리 단장 / RNA 변형 과정 등 지도 완성 / 진단시약·치료제 개발 길 열려 / 국제 학술지 셀, 초고속 공표

세계일보

김빛내리(왼쪽부터), 장혜식


우리나라의 국책연구기관이 합작해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해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한 뒤 어떻게 전달, 변형되며 질병을 발현시키는지 과정을 알 수 있게 된 만큼 진단시약 및 치료제 개발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성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빛내리 RNA연구단장과 서울대 장혜식 교수(생명과학·IBS 연구위원 겸임) 연구팀이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코로나19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고 9일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DNA가 아닌 RNA(리보핵산) 형태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고유의 유전 정보를 지닌 DNA와 달리 RNA는 단백질이 생성되는 곳에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때문에 DNA보다 구조가 불안정한 RNA는 변형 및 돌연변이가 훨씬 쉽게 일어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침투해 유전정보가 담긴 RNA(유전체 RNA)를 복제한다. 이와 함께 다양한 하위 유전체 RNA를 전사(생산)한다. 이들 하위 유전체는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다양한 단백질(스파이크, 외피 등)을 합성하며 세포 안에서 바이러스 완성체를 이루고, 세포를 탈출해 또 다른 세포를 감염시킨다. 이처럼 숙주세포 안에서 생산된 유전체 RNA와 하위 유전체 RNA 등을 모두 합쳐 ‘전사체’라 한다.

연구팀은 ‘나노포어 직접 RNA 시퀀싱’과 ‘나노볼 DNA 시퀀싱’의 두 가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활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숙주세포 내에서 생산되는 RNA 전사체를 모두 분석했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는 한편, 기존 분석법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던 RNA들을 찾고, 바이러스의 RNA에 화학적 변형(최소 41곳)이 일어남을 발견했다.

RNA 변형은 인체의 선천적인 면역 체계를 회피하기 위해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반응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화학적 변형이 일어나는 위치를 확인해 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빛내리 단장은 마이크로 RNA 분야에 대한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국내 기초과학계에서 노벨상 수상이 가장 유력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김빛내리 단장은“RNA의 화학적 변형은 바이러스 생존 및 면역 반응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코로나19 바이러스 각 전사체의 정량을 정확하게 파악했으며, 이를 토대로 진단용 유전자증폭기술(PCR)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생명과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셀(Cell)’ 이날자에 게재됐다. 국제 학술계에서는 논문에 대한 게재 승인이 이뤄진 뒤 한 달 정도가 지나 게재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관련한 전 세계 상황과 연구의 의미 등을 감안해 게재 신청한 지 약 1주일 만에 초고속 공표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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