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장관들 밤샘 회의 끝 일시중지·추후 재개키로
유로존 구제기금 조건·공동채권 놓고 충돌
[EPA/STEPHANIE LECOCQ=연합뉴스 자료사진] |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 재무부 장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을 완화하고 타격을 입은 회원국을 지원하기 위한 대응책에 합의하는 데 또 실패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EU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전날 오후 4시30분께부터 화상회의를 열고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으나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등 회원국 간 극심한 입장차로 밤샘 협상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EU에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인 유로존의 재무장관 협의체 유로그룹의 마리우 센테누 의장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16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우리는 합의에 근접했으나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는 못했다"면서 회의를 일시 중지하고 9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 등은 이탈리아와 네덜란드가 약 4천100억 유로(약 541조6천억원) 규모의 유로존 구제 금융 조건을 놓고 충돌하고, 이탈리아, 스페인이 소위 '코로나 채권' 발행 문제를 계속 주장하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유로존 구제금융기금인 유럽안정화기구(ESM)는 2012년 유로존 채무 위기 당시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유로존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세워진 국제 금융기구다.
회원국에 긴급 구제를 위한 융자를 제공하며, 대신 해당국은 개혁 프로그램을 이행해야 한다.
이는 회원국 사이에서 코로나19 대응책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는 방안이다.
그러나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상황에서 대출에 특정 조건을 적용할 것인지와 그 방식을 두고는 일부 논쟁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밀라노 대성당 앞 코로나19 순찰하는 이탈리아 군인 |
이번 회의는 지난달 26일 EU 회원국 정상들이 공동의 경제 대응책 합의에 실패하고,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더 논의해 대책을 내놓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합의점을 찾아 EU 내 분열을 수습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이날 회의에서도 다시 한번 의견 대립이 이어졌다.
한 소식통은 "이탈리아는 향후 추가적으로 분석해볼 수 있는 회복 수단의 하나로 공동 채권에 대한 언급을 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안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 채권'으로도 불리는 유로존 공동 채권 발행 방안은 2010년 유로존 재정 위기를 계기로 제기된 '유로본드'와 유사한 구상이다.
회원국이 개별적으로 발행하는 국채를 대신해 회원국 공동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신용도가 낮은 회원국의 대출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최근 이탈리아를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등 부채율이 높은 남부 회원국들이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공동채권 발행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지만, 네덜란드, 독일 등 재정적 여유가 있는 북부 회원국은 자국의 부담 등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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