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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코로나 여파에 항공‧車 기간산업 '휘청'…정부 대책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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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직‧간접 일자리만 25만여개 "골든타임 놓칠라"

車 시장도 글로벌 위축 심화…위기 내몰린 기간산업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업계의 미래가 어두워지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3월 넷째 주 국제선 여객 수는 7만8599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173만6366명)에 비해 95.5% 급감했다. 지난달 국내·국제선을 합한 항공여객 수는 174만3583명으로 지난 1997년 1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200만명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사진은 6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의 썰렁한 모습.(뉴스1DB)©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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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기간산업 위기가 항공에서 자동차 부문 등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항공부문은 여객수요가 90%가량 급감하면서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자동차 부문은 해외공장 셧다운, 수출감소 등 여파에 판매가 크게 줄면서 위기가 현실화됐다.

각 기업들이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부 지원 없이는 자력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항공업과 관련된 직·간접 연계 일자리만 25만여명에 달한다.

기간산업 위기가 장기화되면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하다. 이 경우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소비진작 대책 효과는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기간산업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 항공 3개월 버티기 어렵다 "한진해운 꼴 날 수도"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주 비상경제회의를 갖고 소비진작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춘 이번 정부 대책에는 기간산업 지원안은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부의 대승적인 지원을 주문했던 항공업계는 실망감이 역력하다. 국제선 여객이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급감해 앞으로 3개월을 버티지 못하는 항공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비용항공사(LCC)뿐 아니라 대형항공사(FSC)도 생존위기에 처한 건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은 이달부터 연말까지 8700억원이 넘는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아시아나의 회사채 만기액은 450억원이다. 운전자본을 포함한 기본적인 유동성 확보도 어려운데 상환 부담까지 겹쳤다.

대한 및 아시아나항공은 정부의 회사채 매입지원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자체자금이나 차환으로 빚을 갚아야 하는데 여건이 좋지 않다. 신용등급 하락이 예상되는데다 업황 자체가 고사위기에 내몰려 고금리를 책정한다 해도 자체 역량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한계가 있다.

물론 항공업계가 무조건적인 공적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건 아니다. 고강도 자구노력을 병행하고 있으니 자금난에 숨통을 틀 수 있는 대책이라도 제시해달라는 게 항공업계 호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자구안만 주문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옛 한진해운 사태가 재현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며 "더욱이 각 기업별로 고강도 자구노력은 이미 시행 중인 만큼 이를 감안해 최소한 항공사 채권 발행시 국책은행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서둘러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車 산업도 위기…고비용‧저생산성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

자동차 부문도 수많은 일자리가 달린 기간산업 중 하나다. 그동안 내수가 버텨주며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충격을 방어해 왔지만 글로벌 시장 위축이 문제다. 현대‧기아차는 신차효과에 따른 내수 판매확대에도 해외공장 셧다운 영향에 지난달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빠졌다. 수출길이 막힌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도 높은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던 쌍용차는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자금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부분자본잠식 상태인 쌍용차는 올해 7월 단기 차입금 900억원을 갚아야 하는데 상환에 실패하면 최악의 경우 부도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힌드라의 자금지원 거부 배경은 살펴봐야 할 문제지만 표면적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꼽았다. 모국인 인도 생산시설들이 연이어 셧다운되고 있는 지경에 쌍용차에 신규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 역시 코로나19가 불러온 기간산업 위기로 볼 수 있다.

예병태 쌍용차 대표이사는 모기업의 자금지원이 불발되자 정부와 정치권에 직접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자동차 업계 위기의 기저에는 고비용‧저생산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심화된 건 맞지만 자동차 업계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고비용‧저생산성 한계 해결이 병행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산업협회 조사결과 2017년 기준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평균임금은 9072만원으로 폭스바겐(8487만원), 도요타(8344만원)보다 더 높다. 반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1대 생산 시 투입시간은 26.8시간이다. 도요타(24.1시간), GM(23.4시간)과 비교해 2시간 이상 많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일자리가 딸린 회사를 살리는 것도 급하지만 이제는 생산성에 맞춘 임금체계 구축 등 체질개선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며 "무엇보다 고비용‧저생산성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부문에서 정책적인 시각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haezung22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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