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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당 지도부도 깜짝 놀란 김대호 발언 후폭풍… “30·40대 기준은 유럽·미국쯤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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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갑 김대호 후보 “30·40대는 논리 없이 거대한 무지와 착각” / 김종인 “당 입장 아니라 개인 성격 문제” / 황교안 “매우 부적절, 그런 발언 나와선 안 돼” / 김대호 결국 사과 “깊이 혜량해 주시길 부탁”

세계일보

미래통합당이 잇단 설화로 곤욕을 치른 가운데, 이번에는 서울 관악갑에 출마하는 김대호(사진·57) 후보가 ‘세대 비하’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30·40대를 향해 ‘무지·착각’에 휩싸여 보수에 냉랭하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갑자기 후보의 입에서 나온 발언에 당 지도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황교안 대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이진복 총괄선대본부장 등은 잇따라 ‘김 후보의 발언은 당 입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결국 김 후보가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김 후보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서울 현장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이 결딴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는데도, 30대 중반부터 40대들은 (통합당에) 차갑다. 20대와 50대는 중간쯤이고, 60대와 70대는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세대별 통합당 지지도에 관해 언급했다.

김 후보는 “60·70대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열악한 조건에서 발전을 이룩했는지 잘 아는데, 30·40대는 잘 모른다”면서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태어나보니 살 만한 나라’였다. 이들의 기준은 유럽이나 미국쯤 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왜 대한민국이 이 것밖에 안 되느냐’라며 이유를 보수·수구에게 돌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30·40대의 문제의식은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데, 문제는 대한민국이 어떻게 성장·발전했는지 그 구조·원인·동력을 모르다 보니 기존 발전 동력을 무참히 파괴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60·70대와 깨어 있는 50대의 문제의식은 논리가 있다”면서 “30대 중반에서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그냥 막연한 정서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과 얼음이 붙으면 얼음을 녹여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를 불과 9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30·40세대를 저격하는 발언이 나오자, 당 지도부는 혹여라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며 엄중경고에 나섰다.




◆김종인 “개인 성격상의 문제”… 황교안 “매우 부적절한 발언”… 이진복 “엄중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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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연합뉴스


회의가 끝난 후 김종인 위원장은 기자들과 오찬을 하며 “어느 개인의 발언을 당의 입장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삼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아까 관악갑 출마자가 30·40대 얘기한 것은 그 사람 성격상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원래 운동권 출신에서 변신을 한 사람이라서 자기에게 맞지 않는 것에 대해서 감정적인 표현을 한 것 같다. 당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나는 분명하게 30·40대가 우리나라 중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총선에서 비교적 냉정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본다”라며 “특히 서울에서 한국 정치의 변화를 가져오는 투표를 할 것이라는 점을 별로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대표도 이날 한국노총 지도부와 면담한 뒤 기자들을 만나 “아주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 발언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후보에 대한 징계를 묻는 질문엔 “당 내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진복 통합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입장문을 내고 “오늘 아침 미래통합당의 선거대책회의에서 관악 갑 김대호 후보의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며 “미래통합당 선대위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해당 발언으로 상처받았을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선대위는 김 후보에 대해 ‘엄중경고’했다”며 “미래통합당 선대위를 비롯한 모든 후보자들은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선거운동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고개 숙인 김대호 “부족하고 과문한 탓… 분초 다투며 최선 다하는 당 후보들께도 진심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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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페이스북 갈무리.


논란이 계속되자, 김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김 후보는 “오늘 사려 깊지 못한 제 발언으로 마음에 상처를 드려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오늘 제 발언의 진의는 선거운동과정에서 느낀 30대 중반부터 40대 분들의 미래통합당에 대한 냉랭함을 당의 성찰과 혁신의 채찍이요, 그 문제의식을 대한민국의 발전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깊이 혜량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면서 “제가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책과 글을 쓰고, 국회의원에 출마를 하게 된 것은 오직 우리 청년과 미래 세대에 기회와 희망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함”이라고 부연했다.

또 김 후보는 “진의 여부를 떠나 제가 부족하고 과문한 탓”이라며 “제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받은 국민과 30~40대 분들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분초를 다투고 각지에서 최선을 다 하시고 계시는 미래통합당 후보들께도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재차 머리를 숙였다.

같은 지역구에서 김 후보와 맞붙는 경쟁당 후보들은 일제히 그를 비판했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는 일전에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똘X’란 막말을 했다. 통합당 막말 DNA가 국민들까지 향한다”면서 “정치 수준이 이렇게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 참담하다”고 적었다.

무소속 김성식 후보도 페이스북 글에서 “그의 발언은 세대 문제를 떠나 평소 얼마나 유권자를 무시하고 우습게 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 발언이야말로 세대 갈등을 조장하는 무지와 착각의 결과”라며 “관악에도 3040세대 젊은 직장인, 젊은 부부가 많이 살고 있는데 이런 후보가 관악에서 무슨 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 정치인으로서 기본이 의심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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