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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印마힌드라 2300억 지원 번복에…쌍용車 또다시 생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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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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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쌍용자동차가 9년여 만에 다시 격랑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12분기 연속 적자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마힌드라가 코로나19 충격을 이유로 2300억원 규모 지원 계획을 철회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다시 높아졌기 때문이다. 400억원 규모의 일회성 자금 지원을 대안으로 내놓은 마힌드라는 쌍용차 매각이나 한국시장 철수 계획은 없다고 강조하며 사실상 채권단에 공을 넘겼지만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서는 추가 지원에 부정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 4일 파완 쿠마르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정일권 쌍용차 노동조합 위원장과 영상통화를 하고 "(한국시장) 철수나 (쌍용차 지분)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찾을 것이며, 설령 2대주주로 내려가더라도 쌍용차 주요주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연초에 밝힌) 2300억원 투자는 마힌드라의 급격한 매출 하락 때문에 어려워졌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인도에서 자동차 판매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인수 9년 만에 '신규 투자자'와 '2대주주 지위'를 언급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매각이나 한국시장 철수는 절대 없다고 강조했지만, 투자자 유치 과정에서 기존 지분 매각이나 채권단인 산은의 출자 전환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앞서 쌍용차와 마힌드라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향후 3년간 5000억원 규모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마힌드라가 경영난을 이유로 신규 자금 지원에 난색을 보이면서 업계에서는 중국 상하이자동차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쌍용차는 1999년 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한 뒤 2004년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다. 그러나 상하이자동차는 기술 유출 논란과 구조조정 갈등만 남긴 채 4년여 만에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그 뒤로 쌍용차는 2009년 법정관리를 다시 거쳐 2011년 마힌드라에 인수됐다. 당시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72.85%를 5500억원에 인수하고 2013년과 2019년에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800억원, 500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지난해 말 기준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율은 74.65%다.

쌍용차는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경영정상화 기대감을 높였지만, 최근 수년간 자동차 업황 부진 여파로 다시 경영난을 겪고 있다. 2017년 1분기 이래로 작년까지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자본잠식률이 46.2%까지 확대됐다. 2017~2019년 누적영업적자는 4112억원에 달한다. 지난 1분기 쌍용차의 완성차와 반조립제품(CKD) 내수·해외 판매 실적은 2만4139대로, 전년 동기 대비 30.7% 감소했다. 코로나19 충격이 2분기 이후까지 지속되면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쌍용차는 생존에 위협을 받는 지경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쌍용차 경영진은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지난 1월 밝힌 2300억원 규모 투자계획을 석 달 만에 철회했지만 우선 비핵심 자산 매각 등 경영쇄신안을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신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부산물류센터 등 비핵심 자산 매각을 비롯한 다양한 현금 확보 방안을 통해 단기 유동성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일단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추가 자금 투입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대주주도 발을 뺀 상황에서 산은이 돈을 더 투입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마힌드라가 추가 자금 수혈을 거부하면서 산은이 강조해온 '대주주의 고통 분담과 책임'이라는 원칙이 깨진 상태다.

금융업계에서는 쌍용차 행보에 대해 과거 한국GM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쌍용차와 한국GM은 근본적으로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산은이 쌍용차에 대규모 자금을 출자해 대주주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한국GM은 산은이 지분 17%를 갖고 있는 2대주주다. 하지만 쌍용차는 채권은행(차입금 규모 1900억원) 중 하나일 뿐이다. 2018년 한국GM은 전북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한국 정부를 압박했고, 결국 산은은 7억5000만달러(약 9200억원)를 신규 지원했다. 하지만 이때도 GM 본사가 대출과 출자 전환을 포함해 64억달러를 지원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지난해 말 기준 쌍용차의 차입금 규모는 단기 2514억원, 장기 1587억원 등 4101억원 규모다. 올해 7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900억원에 대해서도 산은이 추가로 연장해줄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산은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각종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김강래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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