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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증시로 몰리는 ‘동학개미’ 왜 퇴직연금시장엔 안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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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53)



세계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에 처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던 루비니는 현 상황을 ‘대공황보다 더 큰 공황(Greater Depression)’이라며 근대 경제사에서 찾아보기 힘들 만큼 추락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버냉키는 코로나19 사태는 시장침체에 의한 경제 불황이라기보다 ‘눈폭풍(snowstorm)’에 가까워 매우 가파른 침체 이후 급히 회복되는 V자 또는 U자형 커브를 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래 경제 전망을 누가 어떻게 보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퇴직연금 실적배당형 자산운용에서 당장의 위험을 빨리 벗어나는 일이다. 퇴직연금 자산운용은 분명히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소중한 노후생활 자금이므로 안정적으로 운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수익성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 굉장히 난해한 모순 같지만 그 양축을 오가면서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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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버냉키는 코로나19 사태는 ‘눈폭풍(snowstorm)’에 가까워 매우 가파른 침체 이후 급히 회복되는 V자 또는 U자형 커브를 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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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신조어로 ‘동학개미’란 말이 있다. 개인이 기관이나 외국인에 맞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을 두고 1894년 동학농민운동에 빗대어 동학개미운동, 동학개미 등으로 부른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두 달(1월 24일~3월 25일)간 주식을 사고판 계좌는 109만 개 늘었다. ‘일평균 거래대금 역대 최대, 개인 순매수 역대 최대, 고객예탁금 역대 최대, 신규 계좌 증가 수 역대 최대’ 등 3월 한 달간 개미는 연이어 역대 최대 진기록을 세웠다. 이른바 동학개미가 너도 나도 주식을 사겠다며 증권사로 달려간 결과로 보인다.

이는 거의 10년 주기로 벌어지는 경제위기를 겪은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1997년 IMF,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주가 흐름의 극적 반전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끝이 안 보이는 저금리 등으로 유동자금이 급격히 증가한 것도 배경이 됐다. 그들의 믿음은 과거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아무리 나라가 망할 것처럼 주가가 하락해도 결국은 다시 오른다는 것일 것이다.

그럼 퇴직연금 가입자는 실적배당형상품 운용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였을까. 다음의 [표1]은 2월 24일~3월 23일 퇴직연금 공모펀드 판매현황 중 월간 증가 상위 15개 펀드다. 증시와 달리 퇴직연금 펀드에서는 주식형보다는 인덱스나 국공채, TDF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주식형은 미미한 증가에 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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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퇴직연금실적배당형 상품 판매 추이는 현재 주식시장에서 개인의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물론 퇴직연금 실적배당형은 주식 투자가 허용이 안 된 탓도 있다([표2] 참조).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제도에서는 주식 직접투자가 70%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확정기여형(DC)은 주식에 대한 직접투자가 금지되어 있다. 주식 비율 70% 이하인 주식혼합형 펀드만 투자할 수 있고, 채권·채권혼합형 펀드와 원리금보장상품은 100% 투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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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퇴직연금 실적배당형 상품의 투자 한도 제한을 모두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위기가 거의 주기적으로 닥치는 것에 대비하려면 장기 안전 자산운용이 핵심인 퇴직연금은 투자 한도 제한을 현재와 같이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퇴직연금의 실적배당형은 비전문가인 가입자가 운용 책임을 지기 때문에 위험제어 장치가 필요하다.

퇴직연금은 V자나 U자 커브를 예측하고 차익을 보려고 운용하기보다는 보다 안정적인 인덱스, 국공채, TDF 위주의 간접투자가 바람직하다. 퇴직연금 자산운용은 수익률에 민감하게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몇몇 퇴직연금 사업자가 퇴직연금 편입자산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을 작은 위로로 삼아도 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공포감이 압도했던 지난 한 달 동안 우리 퇴직연금 가입자는 비교적 건전한 투자 태도를 보였다. 퇴직연금 자산운용은 ‘소훼란파(巢毁卵破)’식으로 이루어지면 안 된다. 소훼란파란 ‘보금자리가 부서지면 알도 깨진다’는 뜻이다. 이를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비유하자면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를 하되 중위험·중수익 추구를 통해 자산운용의 보금자리를 튼튼히 한 다음 알을 부화하는 것이 올바르다 하겠다. 퇴직연금 투자 한도 제한을 둔 것은 참 잘한 일이다.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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