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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크로지어!" 경질된 美 함장에 승조원 수백명 '마지막 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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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군, '코로나 구조서한' 유출 책임 물어 경질

승조원 수백명 박수·환호로 배웅…"가장 위대한 함장"

'함장 복귀' 청원에 6만 7000여명 서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속출한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루스벨트함의 함장이 ‘승조원들을 죽일 필요가 없다. 제발 배에서 내리게 해 달라’는 SOS를 보낸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미 해군은 그를 경질했지만, 승조원들은 함장의 하선(下船)에 박수와 환호로 경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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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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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 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령 괌에 입항한 루스벨트함에서 내린 수백명의 승조원은 왼쪽 어깨에 가방을 메고 홀로 배에서 떠나는 브렛 크로지어 함장을 배웅했다. 승조원들은 함장에게 다가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들은 “캡틴 크로지어! 캡틴 크로지어!”를 연호했다. 한 선원은 “이제 우리의 가장 위대한 함장 중 한 명을 보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함성은 크로지어 함장이 미리 대기 중이던 자동차에 오를 때까지 계속됐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가볍게 인사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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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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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지어 함장은 지난달 30일 국방부에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 아니다. 우리를 (육지에) 내려달라’는 내용의 4페이지짜리 편지를 보냈다. 그는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가장 중요한 자산인 우리 요원들을 관리하는 데 실패할 것’이라고도 썼다고 현지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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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렛 크로지어 전 루스벨트함 함장.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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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함은 현재 미국령 괌에 정박해 있으며, 지난달 24일 승조원 3명이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인 뒤 탑승 승조원 4000여 명 전원에 대해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루스벨트함 승조원 25% 정도가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이 중 24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미군 측은 밝혔다. 전수 검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군은 이 편지가 언론에 유출된 경위 파악에 나서며 크로지어 함장을 지난 2일 경질했다. 토머스 모들리 미 해군장관 대행은 “크로지어 함장의 편지는 해군이 그가 호소하자 그제야 움직인 것 같은 편견을 조장하는 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경질의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고 했다. 모들리 장관 대행은 전날 “누가 함장의 편지를 언론에 유출했는지 모른다”면서 “만약 편지 유출에 크로지어 함장의 책임이 드러난다면 군의 질서와 규율을 해치는 행위”라고 말해 유출자를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결국 크로지어 함장은 루스벨트함을 떠나게 됐지만, 승조원들은 함장이 징계와 불명예를 무릅쓰고 집단감염의 공포 속에서 자신들의 목숨을 구했다고 판단했다.

정치전문 매체 더힐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한 청원 사이트에선 6만7000여 명이 크로지어 함장의 복귀 청원에 서명을 했고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 함장의 경질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국방부 감찰관실에 루스벨트함 내 코로나 확산과 해군의 대응, 크로지어 함장의 경질에 대한 공식 조사를 요구했다. 리처드 블루멘털, 크리스 밴 홀런, 버니 샌더스 등 상원의원 15명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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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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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함은 전투기 60대, 미사일 격납고 590개를 가지고 있다. 길이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눕힌 것과 비슷해 '큰 지팡이'란 별명이 있다. 웬만한 나라의 군사력을 압도하는 전력으로 미군의 태평양 방어를 담당하고 있다. 2017년 말 미·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루스벨트함은 다른 항공모함과 한반도 주변에서 훈련하며 대북 압박에 나선 적도 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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