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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英·獨·佛 한국인 확진자 최소 6명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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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유학생 등 잇따라 확진 판정

유럽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유학생 사이에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으로 귀국한 교민·유학생 중에 일부가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유럽에 계속 머물고 있는 한국인 중에서도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어 한인 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2일(현지 시각)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주독일대사관 등 독일 내 외교 공관들은 3명 이상의 한국인 확진자를 파악했다.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40대 교민 2명과 중부 니더작센주의 20대 유학생 1명 등 3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주프랑스대사관은 지난달 감염 사실이 먼저 공개된 프로축구 2부리그 석현준(트루아AC) 선수에 이어 최근 파리 근교의 50대 교민이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프랑스에서 2명의 확진자가 확인된 것이다. 주영국대사관은 런던에 사는 40대 유학생 한 명이 확진자로 확인됐다고 했다. 유럽에서 독일·프랑스·영국에서만 한국인 확진자가 적어도 6명 나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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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프랑스 경찰관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이동 금지령을 시민들이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정부가 서식을 정한 서약서에 이동할 수 있는 예외적인 사유를 적어야하만 외출이 가능하다./르파리지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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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판정을 받은 6명은 모두 증상이 심하지 않아 자가 격리를 하면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또 한인 사회 등과 일절 접촉을 끊고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지역의 대사관·총영사관은 이들과 수시로 연락하면서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주프랑스대사관은 확진 판정을 받은 교민에게 마스크, 손 세정제, 쌀·김치 등을 보냈다. 주스페인대사관과 주밀라노총영사관은 “다행히 확진자가 한 명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했다. 주이탈리아대사관과 주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은 한국인 확진자를 파악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유럽에서는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의료 시설이 부족해 현지인이라 하더라도 중증이 아닌 이상 병원 치료를 받기 어렵다. 유럽의 교민들은 열이 나거나 목이 아파 응급의료센터에 전화를 하면 “약국에서 해열제 사 먹고 쉬어라”라는 말을 듣기 일쑤다. 따라서 유럽의 한국 외교관들은 감염 의심이 드는 교민·유학생은 주저 말고 대사관·총영사관에 연락해 도움을 받으라고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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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에 나선 프랑스 의료진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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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이나 교민들 사이에서는 한국인 확진자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할 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외교관들은 신중한 입장이 많다. “우리 관할 지역에 교민 확진자가 다른 곳보다 많으면 부담스럽다”라든가 “교민 안전 관리를 게을리 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교민 사회가 좁을 경우 확진 판정을 받은 당사자가 신원이 노출될 우려가 커진다는 말도 있다. 또한 유럽 현지인 감염자가 워낙 많아 한국인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조심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독일 교민 A씨는 “감염된 사람이 조용히 대사관에 연락을 취해 도움받을 수 있게 하는 게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 아니겠냐”고 했다.

그러나 확진자에 대한 정보 공유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법 있다. 유럽 지역의 한인회 간부인 B씨는 “어느 지역에 한인 몇 명이 확진자라는 정도는 공개해야 대사관들이 교민 안전을 위해 더 신경을 쓰지 않겠냐”고 했다. 프랑스 교민 C씨는 “한국에서는 확진자의 동선까지 공개되는 마당인데 몇 명 있다는 정도마저 숨기면 되겠냐”며 “비공개하면 외교관들만 편하다”고 했다.

외교관들도 모두 공개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한 중견 외교관은 “워낙 유럽에 바이러스가 많이 퍼져 확률상 교민 중에 확진자가 나오는 것이 당연시되는 시점이므로 어느 정도 공개하고 교민 사회와 협력하는 게 낫다”고 했다. 또다른 외교관은 “쉬쉬하다가 만에 하나 특정 지역에서 교민들이 단체로 감염되면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했다. 일부 외교관들 중에서는 교민 확진자들에 대해 어느 수위로 정보를 공개하고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 외교부 본부에서 공통된 업무 지침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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