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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논란 덩어리'된 재난지원금, 살라미式 대책 발표로 자초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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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재난지원금’에 전 국민이 블랙홀처럼 빠져든 한 주였습니다. 지난 월요일, 정부는 “소득 하위 70% 이하, 1,400만 가구를 대상으로 재난지원금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래놓고 정작 무엇으로 소득 기준으로 삼을지는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무려 9조원(중앙정부+지자체)이 드는 초대형 국가 사업을 하겠다면서, 어떤 식으로 진행하겠다는 알맹이 없이 무언가에 쫓기듯 덜컥 발표부터 해버린 겁니다. 이는 결국 자신이 대상이 되는지 확인해보려는 국민들 애간장을 태웠습니다. 이번 한 주 재난지원금을 놓고 불거졌던 논란을 정리해봤습니다.

소득 하위 50%? 70%?

재난 기본소득이 본래 명칭인 ‘긴급 재난지원금’은 전국 약 2,000만 가구를 일렬로 세워 소득 상위 30%를 뺀 하위 70% 가구에 최소 40만원, 최대 100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전자화폐로 지급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소득 기준을 70%로 정하는 과정은 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애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 하위 70%까지 재난지원금을 지급은 하되, 50% 이하 구간과 50~70% 구간의 지급액은 차등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급액이 같아야 한다”며 압박했고, 결국 홍 부총리 주장은 밀려버렸습니다. 논박 과정에서 민주당 인사의 입에서는 재정 건전성 악화를 걱정하는 홍 부총리를 두고 “답답한 소리 하고 있다”는 원색적 힐난이 나오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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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재부는 소득 하위 7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것마저도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향후 경기 상황이 얼마나 더 악화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정 여력을 최대한 비축해놓기 위해서입니다. 그나마 소득 하위 50% 이하 수준이 적합하다고 봤습니다. 소득 하위 50~70%가 사실상 중산층 구간인데, 중산층보다는 코로나19로 생계에 타격을 입은 저소득 가구를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소득 하위 50%면 중위소득 기준으로 100% 이하 정도에 해당하는데, 이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이 400만원 중반대가 됩니다. 이보다 더 버는 가구까지 지원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정부는 본 겁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총선을 앞둔 정치 논리 앞에 경제적 타당함은 힘을 잃었습니다. 급기야 홍 부총리가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자신은 끝까지 반대했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정부안을 ‘부대 의견’으로 달아달라고 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발표 해놓고 기준은 제시 못해

우여곡절 끝에 정부가 소득 하위 7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밝혔지만, 새로운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정부가 소득 산정 방식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70% 경계선에 있는 국민들을 중심으로 혼란이 시작된 겁니다. 물론 2인 가구 449만원, 4인 가구 712만원이 ‘중위소득 150%’에 해당한다는 데이터는 있지만, 이것이 전체 가구를 일렬로 세웠을 때 하위 70%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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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소득을 근로소득으로만 봐 건강보험료 납입액 기준으로만 할 것인지, 아니면 각종 이자·배당소득 같은 금융소득까지 포함할 것인지는 언급도 되지 않았습니다. 소득은 적지만 수십억대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한테도 재난지원금을 줄 것인지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기준은 “추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국민들이 들을 수 있는 당국자의 유일한 설명이었습니다. 자신의 소득을 확인해보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복지로’ 사이트가 한때 마비가 되기도 했습니다.

1인가구·맞벌이 불리 형평성 논란

정부는 재난지원금 지급 발표 나흘 만인 지난 3일에야 가구 인원수별로 건강보험료 납입액을 기준으로 하는 소득 경계값을 제시했습니다. 직장가입자 기준으로 △1인 가구는 8만8,344원 △2인가구 15만25원 △3인 가구 19만5,200원 △4인 가구 23만7,652원 △5인 가구 28만6,647만원 △6인 가구 32만6,561만원 아래여야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 직장+지역가입자 혼합의 경우도 건보료 기준을 제시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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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를 두고도 형평성 논란이 일었습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에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산층 맞벌이 부부의 경우 건보료가 단순 합산돼 반영되기 때문에 기준을 훌쩍 넘어설 경우가 많게 됩니다. 예컨대 건보료를 맞벌이 부부가 각각 15만원씩 총 30만원을 내는 4인 가구는 기준선인 23만7,652원을 넘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외벌이 부부는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생계가 어려워 맞벌이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비슷한 연봉의 외벌이 가구는 지원을 받고 맞벌이 가구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겁니다.

재난지원금으로 소득이 역전되는 현상도 나타나게 됩니다. 건보료 기준을 소액 차이로 초과해 재난지원금을 못 받는 가구는 소액으로 기준에 미달해 재난지원금을 받는 가구와 결과적으로 수입이 역전돼버릴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영업자의 경우 가장 최근 건보료 자료가 지난 2018년 기준인데, 당장 코로나19로 장사를 접게 생긴 마당에 2년 전 자료가 현재의 소득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것 역시 “최근 소득이 급감했다는 증빙을 하면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면서도 어떻게 증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내놓겠다”고 또 물러섰습니다.

어떤 결정을 해도 불만은 나오기 마련입니다. 이럴 바에야 정부가 소득 하위 70% 이하 가구에 지원금을 주기로 했으면, 그 안에서는 조건 없이 일괄 지원해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 비용을 치르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소득 하위 70%까지 대상을 정했다면, 굳이 그 안에서 대상을 추가로 선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어떻게 정하더라도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조건 없이 지급하는 게 차라리 옳다고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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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가 고액자산가 기준?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더라도 고액 자산가는 ‘컷오프(배제)’ 할 것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기준으로 고액 자산가를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발표를 미뤘습니다. ‘부유세’로 인식되는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가구원이 있는 가구는 일괄 제외하는 방식이 검토되지만, 이는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종부세는 상가나 오피스텔 같은 비주거용 건축물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 통념상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보다 고액 자산가에 가까운 건물주를 걸러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창출능력이 현저히 낮은데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다고 고액 자산가로 분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종부세는 ‘부유층’과 ‘중산층’을 가르는 지표가 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한 가지 대책을 이렇게 찔끔찔끔 나눠 발표하는 것은 그만큼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발표부터 해버렸다는 방증이겠지요. 대통령이 “재난지원금은 신속한 지급이 중요하다”고 하자 마음 다급해진 공무원들이 대책을 다 완성하기도 전에 뭔가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설익은 대책을 그때그때 발표해버린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9억도 아닌 9조원의 세금을 이렇게 주먹구구로 써도 되는 걸까요.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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