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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기부·봉사활동 'n번방' 성범죄자들 '감형 전략 3종 세트' [한승곤의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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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기부·봉사활동 법원 양형 참작 요소

다크웹 '아동 성착취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 500장 넘는 반성문 제출

오로지 자신들 감형 위한 행태…피해 여성에 극심한 고통

여가부, 대법원에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 강화 재차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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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나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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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미성년자 등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만들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판매한 'n번방' 사건 피의자들이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피해 여성들에 대한 반성이 아닌 감형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재판부 양형 조건에서 선처를 받고자 의도적으로 기부, 봉사활동을 하는 일도 있다.


종합하면 'n번방' 가해자들 등 성범죄자들이 보이는 반성문, 기부, 봉사활동 등 행태는 일종의 감형 전략 3종 세트라 할 수 있다. 피해 여성들을 위한 반성이 아닌 오로지 자신들의 형량을 깎을 목적인 파렴치한 행동이라 볼 수 있다.


◆ "심금 울리면 선처받아" 성범죄자들 반성문 거래


'n번방' 종류인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25·구속)과 공범 이모(16·구속·텔레그램 아이디 '태평양')군, 'n번방' 운영자 전모(38·구속·아이디 '와치맨') 등 최근 검거되거나 자수한 성범죄자들은 모두 수사·사법 기관에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반성문 제출이 감형 목적에서 비롯된 계획적 행동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재판부 양형 과정에서 반성문이 일부 참고되기 때문이다.


법원은 반성문·탄원서, 피해자와의 합의를 비롯해 피고인의 개인 사정 등을 양형 근거로 참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피고인들은 감형 및 선처를 목적으로 반성문을 제출해 솜방망이 처벌을 받기도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해 선고된 성범죄 관련 하급심 판결 중 법원 종합법률정보에 등록된 137건의 양형기준을 분석한 결과 48건(약 35%)이 '피고인의 반성과 뉘우침'을 감형 요소로 삼았다.


이렇다 보니 성범죄자들 사이에서 잘 작성된 반성문은 돈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구속되면 가장 강력한 양형 자료는 반성문', '심금을 울리는 반성문은 선처로 이어진다'라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끔찍한 범죄 피해로 고통 속에 사는 피해자들을 위한 반성문이 아닌, 감형 전략 도구로 쓰이는 셈이다. 피해 여성들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다.


특히 이달 27일 출소를 앞둔 '다크웹' 아동 성착취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의 경우 2018년 법원에서 1년6개월형을 받는 데 그쳤다.


당시 손씨는 1심 재판에서 무려 500장이 넘는 반성문을 제출했다. 또 2심 재판에서는 결혼으로 부양가족이 생긴 점을 강조했고 20대 초반에 불과한 어린 나이와 유년 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낸 점 등이 양형에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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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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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범죄자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일방적 기부


감형을 받기 위한 성범죄자들의 두번째 전략은 기부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2018년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성범죄자로부터 기부·후원 제안을 받거나 납부가 확인된 사례는 총 46건이다. 올해 1~2월에는 11건 확인됐다. 지난달에는 'n번방' 사건 이후 후원이 평소보다 3배가량 급증했다.


문제는 이런 의도적 기부가 양형에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지난 2014년 5월 서울지하철 5호선 열차에서 한 여성의 치마 밑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이밀어 불법촬영한 혐의 등으로 경찰에 붙잡힌 A 씨는 벌금 300만원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다.


A 씨는 2014년 10월 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를 통해 후원회원으로 가입하고 2015년 2월까지 5차례에 걸쳐 신용카드로 성폭력 상담소에 회비를 납부했다. 범행 이후 기부가 시작된 셈이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해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벌금 3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 법원 역시 "피고인이 성폭력 예방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수강하고 성폭력상담소에 정기후원금을 납부하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동일한 벌금 300만원 선고를 유예했다.


이처럼 성 범죄자가 형을 가볍게 받을 목적으로 성폭력상담소에 일방적으로 후원금을 내고 이후 법원 제출용 영수증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해 전국 126개 상담소는 지난 2017년 9월 법원행정처에 "가해자의 일방 후원을 감경 요인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후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2018년 8월 서울중앙지법도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대학생에게 벌금형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상담소에 100만원을 후원하는 등 사죄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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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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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n번방' 성범죄자들 줄줄이 봉사활동


성범죄자들의 또 다른 감형 전략 세번째는 봉사활동이다. 'n번방' 사건 연루자들은 조주빈을 포함해 대부분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텔레그램에서 '음란 물' 방을 운영한 B 씨, 협박 빌미로 사용된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회복무요원 등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사회복지자원봉사인증관리 사이트에 등록된 조주빈의 기록을 보면 그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총 57차례 자원봉사를 했다.


또 텔레그램에서 '음란물 방'을 만들어 유료 회원방을 운영하다 지난해 10월 경찰에 체포된 B 씨 역시 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한 텔레그렘 대화방에 올린 글에서 "박사와 비슷한 수준의 봉사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조주빈을 도운 사회복무요원 C 씨는 과거 장애인 목욕 봉사를 하는 등 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온라인에 올린 글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함께 살아간다는 기쁨을 얻고 싶다"는 후기도 올렸다.


C 씨는 고등학교 1학년인 지난 2013년부터 담임교사를 스토킹하다 소년 보호처분을 받고, 학교에서 자퇴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시점은 봉사활동 시점과 겹친다.


조주빈 역시 봉사활동을 하며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만드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다. 상황을 종합하면 봉사활동을 하면서 범죄는 그대로 저지른 셈이다. 특정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봉사활동을 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봉사활동 여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를 반성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다. 범행 이전에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왔다면 성실하게 삶을 살아왔다고 인정될 수 있고, 이는 곧 감경받을 수 있는 요건으로 참작될 수 있다.


봉사활동 이력은 실제 양형 과정에서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D 씨 판결문을 보면 양형의 이유에서 재판부는 "2009년경부터 지역봉사단체의 총무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여 왔던 점"을 들었다.


또 불법촬영 등 혐의로 2015년 재판에 넘겨진 E 씨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다시는 범행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이라고 판시했다. 해당 피고인은 2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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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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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 여성에 극심한 고통, 처벌은 솜방망이


성범죄자들 처벌은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 수준에 불과하다. 아동 음란물 범죄자들은 그 범행에 비해 사실상 약한 처벌을 받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7년 내놓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분석' 연구에 따르면, 음란물 제작 등 사건의 1심 선고 유형은 벌금형이 38.5%로 가장 많았다.


집행유예 선고 비율은 37.2%에 달했다. 유기징역에 처한 사례는 23.1%에 불과했다. 1심 유기징역 평균 형량은 38.22개월이고, 전자발찌 부착 명령과 신상공개 명령을 선고한 비율이 각각 1.3%, 1.7%에 불과했다. 선고유예는 1.2%였다.


반면, 다른 나라의 경우 아동·청소년 성 착취 영상을 소지하는 일만으로도 중형을 선고한다. 미국은 아동 음란물 소지자에 대해 징역 최하 5년·최고 20년을, 영국은 구금 26주에서 3년 처벌을 내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성가족부(여가부)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 강화를 재차 요청하기로 했다.


황윤정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지난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특별지원' 관련 브리핑에서 "(디지털 성범죄 관련) 양형 기준들에 관해서 조금 더 처벌을 상향시킬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주실 것을 저희가 두 차례 (양형위원회에) 요청했다"며 "처벌의 강화를 위한 기준 상향을 위해서 한 번 더 요청을 드릴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여가부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범죄', '카메라등이용촬영죄',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등에 대해서 양형 기준 설정을 요청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여가부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지원단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특별지원단에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을 비롯해 전국 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위기센터, 해바라기센터가 참여해 ▲ 신속 삭제 지원단 ▲ 심층 심리 지원단 ▲ 상담·수사 지원단 ▲ 법률 지원단으로 나뉘어 활동하게 된다.


24시간 운영하는 여성 긴급전화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피해 지원 요청을 하면 특별지원단은 영상물 삭제, 심리치료, 상담·수사, 개인정보 변경 시 동행, 무료 법률지원을 하게 된다. 특히 여가부는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부모 동의 없이도 신속한 삭제지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나 영상의 불법촬영·유포, 이를 빌미로 한 협박,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여성긴급전화1366,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02-735-8994)에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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