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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새벽 열린 'n번방 피해자모임'…경찰 쫓는 '그놈들'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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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합니다' 등장 피해자 실명 올려…"자료 백업자가 승리자"

재공유 요청에 자료 소유 자랑까지…극단선택 제보자 신상공유

뉴스1

n번방과 박사방 피해자 모임을 빙자한 텔레그램 채팅방 2020.4.2/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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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n번방' 관련 검경의 수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피해 영상이 밤 늦은 시간과 새벽을 틈타 재공유되고 있다.

특히 일부 악질적인 이들은 'n번·박사방 피해자 모임'(피해자 모임)이라는 채팅방을 만들고, 피해 여성과 제보자 등을 조롱하고 있어서 2차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1일 오전 1시15분쯤 텔레그램 음란 채팅방 여러곳에는 '피해자 모임'이라는 이름의 링크가 뿌려졌다. 해당 채팅방에는 개설 직후 30명 안팎 참여자가 모여들었다.

텔레그램은 채팅방에 따라 닉네임을 변경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참여자를 역추적한 결과 '피해자 모임' 방에는 사적 처벌을 빙자해 청소년 등을 온라인상에서 조리돌림하고, 개인정보 유출을 해온 '중앙정보부' 채팅방, 텔레그램상 성착취 사진·영상을 압축파일로 공유해온 '유품방', 자유대화를 하는 일반 채팅방 등에서 모여든 것으로 파악됐다. 전·현직 대통령을 조롱하는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나 자경단을 자처하며 박사방 출입 의심자 신분증을 무분별하게 공유하는 '주홍글씨' 인원도 있었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자수합니다'는 채팅을 1번씩 썼다. 이후에는 '저는 A다', '저는 사실 7번방 B다' 등이라고 작성했다. 사실상 수사당국에 아직 붙잡히지 않은 n번방, 박사방 가담자가 여러 채팅방에서 퍼진 피해자의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이들은 이어 '박사(조주빈) 캡처 자료를 보내달라', 'n번방을 다시 공유하자', '자료 백업한 사람이 승리자'라며 자료 재공유를 요청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앞서 '자수한다'고 작성한 이는 이내 '나는 사실 가해자다'고 밝히면서 'n번방 자료를 아직 소유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다른 이들도 '나도 있다'며 거들었다. 명백한 2차 피해를 야기하는 행동이다.

이들은 '행동을 삼가라'거나 '2차 가해를 그만하라'는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n번방·박사방 피해자 채팅방에 있던 일부 인원들은 본래 활동하던 채팅방에서 '그만해라. 너희 때문에 지금 몇 명이 피해 본 줄 아느냐'면서 '(이 문제는) n번방이 끝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대다수 참여자들은 'n번방보다 더 아는 게 있느냐? 초대해달라'면서 일제히 '앙망'이라는 글을 올렸다. 앙망은 '희망이 실현되길 바란다'는 본래 의미가 아닌 '영상 등을 내놔라'는 '일베 용어'로 확인됐다. 피해자 상황은 알 바 아니라는 일관된 태도로, 이 역시 명백한 2차 가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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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피켓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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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텔레그램 범죄에 가담했다가 제보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재수씨(가명)의 신상과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공유했다. 김씨는 앞서 이런 고충 등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바 있다.

이후 채팅방 이름을 여러 번 바꾸다가 n번방을 최초 고발한 종합일간지 기자 김모씨에 비속어와 장애인 비하 발언 등을 더해 힐난하더니 곧이어 활동을 멈췄다. 전날 명예훼손·업무방해 ·협박 등 혐의로 박사방 참여자를 고소한 김씨를 '저격'한 것이다.

각자 채팅방으로 돌아간 이들은 비속어를 섞어가면서 김씨에게 모욕을 주다가 2시쯤 활동을 멈췄다. 일부는 '자료공유방을 별도 개설했다'면서 '개인톡으로 이야기하자'는 이야기도 나눴다. 연인원은 최대 50명으로 확인됐다.

텔레그램, 디스코드, 트위터 등 SNS에서 140명을 검거한 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는 이런 2차 가해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선 상태다.

경찰은 특히 조씨 검거 당시 확보한 스마트폰 포렌식 결과에도 기대를 하고 있다. 조씨 스마트폰에는 유료방 입장을 위해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등을 들고 사진을 찍는 신상정보가 다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암호해제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경찰은 또 '다크코인'으로 불리는 모네로(Monero) 등 암호화폐와 문화상품권 핀(Pin)번호 거래를 추적해 피의자를 특정, 검거하고 있다.

그러나 텔레그램 상에서는 '신분증 사진이나 금품을 보내지 않았거나 텔레그램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한 잡힐 일은 없다'며 '텔레그램 상 자료 교환은 안 걸린다. 잠잠해지면 또 많이 교환하자'는 수사기관 농락 채팅이 2일 오후 4시께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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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갑룡 경찰청장이 3월 2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북관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 현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6월 말까지 예정됐던 텔레그램·디스코드 등 SNS와 다크웹, 음란사이트, 웹하드 등 4대 유통망 특별단속도 연말까지 연장된다. 2020.3.2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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