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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만 부스에 들어가면 코로나 검사 끝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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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일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장

1인 검체 채취 '워크 스루' 개발, 의심 환자 진료 수 7배로 늘려

"의료진과 환자 모두 빠르고 안전" 美·日 언론도 소개… 세계적 화제

조선일보
"검체 채취를 위해 콧속을 찌르면 아플 수 있어요. 최대한 빨리할 테니 안심하세요."

지난 3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증상으로 불안해하는 20대 여성을 선별진료소 의료진이 안심시켰다. 이 여성은 해외 방문 이력 등 문진표를 작성하고 공중전화 박스 크기의 음압 부스로 들어갔다. 부스 반대편에 있는 의료진은 인터폰 수화기를 들고 이 여성에게 관련 증상을 물어본 뒤 검체 채취 방식을 설명했다.

여성 반대편의 의료진은 부스에 부착된 장갑에 손을 넣어 여성의 콧구멍과 입안에서 검체를 채취했다. 검체 채취가 끝나자 곧바로 내부 소독과 환기가 이뤄졌다. 병원 방문 후 진찰, 검체 채취까지 걸린 총시간은 단 10여 분이었다. 1인 검체 채취 부스, 이른바 '워크 스루(walk-through)' 방식으로 의료진과 환자 모두 빠르고 안전한 검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의료계에서 인큐베이터 방식으로 검체를 채취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이를 진화시켜 공중전화 박스 형태로 만들어 걸어 들어왔다가 걸어 나가게 한 것은 처음이었다.

워크 스루는 드라이브 스루와 닮았지만, 김상일(47· 작은 사진) 원장이 병원체 등 감염성 물질을 다루는 실험실에서 실험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본적인 안전 장비인 생물안전작업대(biosafety cabinet)에서 착안해 개발했다. 김상일 원장은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자동차가 없는 환자들이 이용할 수 없고,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며 "신속한 검사를 할 수 있고, 검사를 받는 분들이 편리하며, 무엇보다 의료진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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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서울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의 ‘워크 스루’ 방식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 의심 환자를 검사하고 있다. 김상일 원장이 개발한 이 방식은 기존 방법보다 속도가 10배 이상 빠르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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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곧바로 병원 주차장 선별진료소 옆에 워크 스루 부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도면도 없이 시행착오를 거쳐 가며 일주일 걸려 만들었다. 워크 스루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일본 아사히신문에 소개되며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제주공항은 이 방식을 도입해 국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3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 해외 입국자 전용 워크 스루 진료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워크 스루 방식은 바이러스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압력을 낮추는 음압 설비를 갖춘 부스에 인터폰이 있어 검사받는 사람과 의료진이 대화도 할 수 있고 청진기가 있어 진찰도 할 수 있다. 김 원장은 "의료진은 감염에서 안전한 환경에서 충분히 진료하고 환자는 의료진과 상담하면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검사자와 의료진이 철저히 분리되기 때문에 의료진은 레벨D 방호복을 입지 않고 방수 가운과 고글이나 페이스실드만 착용한다. 이날 검체 채취를 담당한 이상현 소아과 과장은 "그동안 의료진도 전염 우려에 극도로 긴장된 상태로 진료를 봤고, 레벨D 방호복을 장시간 착용하면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체력 소모가 심했다"며 "워크 스루 방식 도입 후 의료진의 피로도가 훨씬 줄었다"고 말했다.

검사 시간도 단축됐다. 검체 채취 1분, 환기와 소독에 1~2분이 걸린다. 바이러스가 남아있을 가능성에 대비해 병원 측은 추가로 약 10분 안전 환기 시간을 둔다. 기존 컨테이너 박스나 천막 진료소는 한 번 검사하고 다른 사람을 검사하려면 소독과 환기 등으로 30~40분의 시간이 걸렸다. 워크 스루 방식 도입 후 이 병원에서 진료 가능한 의심 환자는 하루 10명 안팎에서 약 70명까지 늘었다.





[최원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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