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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넘치는 정유업계 “정부가 구매… 비축시설 보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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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4사, 대책회의서 요청

“휘발유-항공유 수요 급감에 유조선-주유소 저장 한계 달해”

철강, 전기요금 부담금 감면 요구… 항공업계 “비행기 재산세 인하를”

동아일보

뜨지않는 여객기… 창고로 변한 기내식 센터 2일 인천 중구에 있는 대한항공 기내식센터 냉장실이 창고로 이용되고 있다. 지난해 3월 하루 평균 약 8만 식의 기내식을 만들던 센터는 코로나19 여파로 현재 하루 2900여 식만 생산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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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하락과 석유 소비 감소로 재고가 쌓일 대로 쌓인 정유업계가 정부 측에 저장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유 4사, 한국석유공사,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가 급격하게 떨어진 휘발유와 항공유 등의 재고 처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유 4사는 정부 측이 남는 석유 제품을 구매해 평택, 울산, 여수 등에 위치한 한국석유공사 비축시설에 보관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철강업계와 항공업계도 조세 부담을 덜어 달라며 정부에 SOS 신호를 보내고 있다.
○ “처치 곤란 항공유, 휘발유 목구멍까지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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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지 않는 기름을 보관하기 위해 양동이라도 사야 할 상황이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2일 코로나19로 수요가 급격하게 하락한 휘발유, 항공유 등의 처리 문제를 두고 고심에 빠진 정유산업의 고민을 이같이 표현했다. 국내 정유 4사는 원유를 들여와 정제 과정을 거쳐 휘발유, 항공유, 선박유, 등유 등의 제품을 생산한다. 문제는 정제 과정에서 필요한 특정 제품군만 생산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수요가 있는 선박유, 경유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휘발유와 항공유 등도 자연스럽게 생산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산업이 초토화된 상황에서 남는 휘발유와 항공유 수요처가 사라져 처치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유업계에서는 유조선을 빌려 남는 기름을 저장해 놓거나, 전국 주유소 저장탱크에 휘발유를 선제적으로 저장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1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조선이 원유를 가득 싣고 출발하지만 정작 수요처가 없어 바다 위에 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구매자가 없는 원유를 저장하느라 전 세계에서 동원 가능한 유조선조차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사우디 등 원유 수출국이 유조선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어 지난해 배럴당 1달러에 불과했던 용선료가 현재 배럴당 5달러까지 치솟아 유조선에 저장하는 방안도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항공유의 경우 저장 기간이 두 달 지나면 제품이 변질돼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실제 석유 제품이 팔리지는 않고 재고만 쌓이면서 정유 4사는 1분기(1∼3월)에 역대 최악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한다. 원유를 비싸게 들여와 휘발유 등으로 정제한 상황에서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20달러 수준으로 급락해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악순환에 빠졌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의 1분기 합산 영업손실은 최대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철강, 항공업계도 “정부 지원 절실”

정유업계뿐 아니라 산업계 곳곳에서도 조세 성격의 추가 비용 때문에 경영상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정부 측의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업특성상 전력 소비가 큰 철강업계에서는 전기요금에 3.7%씩 더해지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때문에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기사업법을 근거로 기업과 개인 모두가 부담하는 이 기금은 전력산업과 관련한 각종 인프라 조성과 유지 등에 쓰이고 있다. 지난해 전기요금을 1조 원이 넘게 낸 현대제철과 약 4300억 원을 낸 포스코, 2400억 원을 낸 동국제강은 전기요금과 별도로 각각 100억∼400억 원에 이르는 부담금을 추가로 냈다. 철강업계에서는 이 기금이 4조 원 이상 쌓여 있는 데다 업황도 부진한 만큼 감면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비행기 10대 중 9대가 날지 못해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한 항공업계에서는 지상에 멈춰서 있는 항공기만이라도 세금을 감면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각 항공사들은 항공기 시가의 0.3%에 해당하는 돈을 매년 재산세로 내고 있다. 지난해 500억 원 이상의 돈을 납부한 상황에서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일종의 재난으로 보고 이를 일정 부분 감면해 달라는 요청이다. 또 항공기 부품 수입에 따른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내고 있는 연간 200억 원 규모의 농어촌특별세에 대해 한시적인 감면을 요청하고 있다.

서동일 dong@donga.com·김도형·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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