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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개 만들던 기내식 3700개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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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기내식센터 가보니

항공기 멈추자 음식생산도 스톱

식당엔 빈 밀카트만 수천개 방치

협력사 포함 생산라인 600명 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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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pandemic)으로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2일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센터에 텅 빈 밀카트가 쌓여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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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화물청사 인근에 있는 대한항공 기내식센터. 2001년 문을 연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기내식 생산기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하루 평균 7만1600식을 쉼 없이 만들어 냈다. 대한항공을 포함한 30여 개 항공사에 기내식을 공급하던 이곳의 생산 라인은 이날 대부분 멈춰 있었다. 지난주에는 하루 평균 3700식만 생산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5% 수준에 그쳤다.

이날은 음식을 그릇에 조금씩 나눠 담는 ‘디쉬업(Dish-up)’ 작업라인 20곳 중 2곳에서만 직원 10여 명이 작업하고 있었다. 현장을 안내한 하인숙 대한항공 기내식운영팀 총괄담당은 작업장 위에 있는 항공기 일정 모니터를 가리켰다. 그는 “대부분의 비행 일정이 취소됐다”며 “현재는 승객 24명을 태우고 인천에서 출발하는 가루다항공(인도네시아) 비행기에 보낼 기내식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곳에선 비행기 14편(대한항공 12편, 진에어 1편, 가루다항공 1편)에 실을 기내식을 생산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매일 비행기 200편에 실을 기내식을 만드느라 분주했다고 한다. 기내식센터 곳곳엔 평소 비행기에 음식이나 물품을 싣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던 카트가 방치돼 있었다. 하 담당은 “카트 8500개 중 5000개가 갈 곳을 잃고 센터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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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인천 대한항공 기내식센터에 밀카트를 운반하는 푸드트럭이 멈춰 서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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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주변의 기내식 공급업체는 게이트고메코리아(GGK)·도에코·LSG 등 4곳이 있다. 이들 4개 업체에선 지난해 하루 평균 14만식을 준비했지만 지난주에는 6000식 미만을 기록했다. 김세용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본부 수석은 “기내식 업체들은 이미 한계점에 온 상태”라며 “항공업계 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현장이자 지표”라고 말했다.

하늘길이 끊긴 항공사의 위기는 협력업체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대한항공 기내식센터 인력 2100명 중 1300명가량이 협력업체 6개사 직원이었다. 이 중 권고사직으로 일터를 떠난 인력은 500~600명으로 추산된다. 현재 출근하는 협력업체 근무자는 350명 수준이다. A업체에선 직원 500명 중 400명이 퇴사했다. B업체에선 직원 580명 중 30% 이상이 권고사직으로 떠났다. 나머지 직원에겐 무급휴직을 권고하는 상태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나이순으로 권고사직을 했다. 퇴직하는 장기 근속자가 로커를 비울 때 울면서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항공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종사자가 25만 명이 넘는다. 국내 항공산업이 붕괴하면 당장 일자리 수십만 개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항공기 기내 청소업체도 인력을 10분의 1로 줄였다”고 덧붙였다.

한국항공협회는 지난 2월부터 오는 6월까지 국적 항공사의 매출 손실이 6조4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안에 갚아야 할 채무는 약 4조3500억이다. 지난달 30일 매출채권 유동화증권(ABS) 6228억원어치를 발행하면서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올 채무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현재 지원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규모가 작은 협력업체는 아예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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