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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석유산업 저물고 ‘기후변화’ 멈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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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전쟁,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석달 만에 3분1로 폭락…20달러대

바다엔 원유 팔 곳 잃은 유조선 ‘둥둥’

‘위기’ 진단 일치해도 전망엔 이견

“수요 감소에 화석연료 마감 앞당겨”

“가격 싸져 청정에너지 전환 늦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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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두 얼굴로 다가왔다. 인류의 안녕과 세계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하면서, 현대 사회의 삶의 방식에 대한 성찰과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최근 몇 십년 동안 맹위를 떨치던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마법의 주문이 불과 석 달 만에 자취를 감췄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역설이다.

1일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세계 인구의 93%(약 72억명)가 국경을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폐쇄한 국가에서 이동제한 상태로 거주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지금의 ‘잠시 멈춤’이 코로나19 위기의 극복 이후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런 가운데, 1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석유산업을 죽이고 기후를 구할까?”라는 논쟁적인 질문을 던졌다. 에너지업계에선 화석연료 산업이 100년 역사상 최대이자 영속적인 도전에 직면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석유산업이 다른 산업으로 대체될 것이란 예측까지 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매켄지의 한 기업분석가는 “국제 유가 전쟁이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면서 석유·가스 부문이 대혼란에 빠졌다”며 “석유회사들이 진짜로 생존 모드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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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산유국의 증산 경쟁에 더해,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경제 ‘셧다운’으로 원유 수요도 급감하는 추세다. 1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주 미국의 휘발유 수요는 하루 880만 배럴에서 670만 배럴로 줄었다. 산업생산 중단과 이동 제한이 길어질수록 원유 소비도 덩달아 줄어들게 마련이다.

국제 유가는 1월 초 배럴당 65~70달러였으나, 이후 석 달 연속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지금은 20달러 초반대까지 폭락했다.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일 배럴당 2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이날 25달러 안팎을 넘나들었다. 유가 바닥세가 금세 회복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와 유가 인하 전쟁을 벌이면서, 원유 생산량을 되레 극대화하고 유조선 고용도 늘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사우디 정부는 5월부터 하루 원유 수출량을 사상 최대 규모인 1060만 배럴로 올리겠다고 밝혔다고 사우디 국영 <에스피에이>(SPA)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1일, 사우디 항구에서 원유를 가득 실은 유조선들이 구매자를 찾지 못하고 정처 없이 바다 위를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미국 최대의 셰일 석유 생산업체인 휘팅퍼트롤리엄은 유가 폭락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형 석유·가스업체로는 첫 사례다.

이런 변화가 악화일로를 치닫는 기후변화 위기의 향방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망은 엇갈린다. 한쪽에선 조만간 석유와 가스 수요가 정점을 찍고 돌이킬 수 없는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기후변화도 차츰 안정될 것으로 내다본다. 기후변화와 금융시장의 관계를 연구하는 영국 ‘카본 트래커’의 한 분석가는 “코로나19가 석유 수요의 정점 시기 예측을 이전의 2023년에서 3년 앞당길 수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9년에 최고점을 찍은 게 거의 확실하며, 화석연료 수요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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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각도 있다. 화석연료산업이 위기가 지난 뒤 되살아날 것이며, 값싼 석유 가격이 되레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이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제석유가스생산자협회(IAOGP)의 대변인은 “지금 (코로나19 사태의) 중기적 영향을 예측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석유·가스 산업은 어려운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해왔으며, 과거에 그랬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략적 변신’도 변수다.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그 중심에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버나드 헤이클 교수(중동 지역학)는 “세계적인 청정에너지 이행이 불가피한 현실에서 살만 왕세자는 (석유 수출을 통한) 현금 확보에 필사적이며, 아직까진 사우디가 (적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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