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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도 넘은 김재중의 거짓말, 방법이 틀렸다 [SW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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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감염의 두려움을 넘어 죽음의 공포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WHO는 팬더믹(pandemic :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말.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을 선언했다. 4월에 접어들었지만, 국내 확진자 수의 증가 폭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추세다. 미국 유럽 등 해외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확진자,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 연예인의 거짓말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이 시국에, 코로나19를 두고 대중을 속였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에 도를 넘은 거짓말이었다.

지난 1일 오후 가수 김재중은 자신의 SNS에 충격적인 글을 남겼다. 첫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습니다.’ 그는 현재 병원에 입원 중임을 알리며 ‘자신의 부주의 때문에 지금의 상황에 왔다’고 했다. 개인의 (부주의한) 행동이 사회 전체에 끼치는 영향과 ‘나는 아니겠지’라는 그릇된 판단을 반성했다. 그리고 ‘나로 인해 감염됐을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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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의 소식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명 매체들도 앞다퉈 그의 코로나19 감염 소식을 전했다. 국내 연예인으로는 첫 감염 사례이기에 관심이 쏟아졌다. 개인 스태프를 비롯해 업계 관계자들과 접촉이 불가피한 연예인의 생활 패턴을 고려한다면 그 영향은 어디까지 번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최근 연예계를 코로나19 감염 공포에 몰아넣은 한 방송사 PD의 확진 소식이 있었기에 반응은 더 거셌다.

일각에서 ‘만우절 거짓말’이 아니냐고 의심했지만 ‘설마’하는 생각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만우절 소재로 삼기에 코로나19 관련 현 상황은 ‘심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19 관련 만우절 농담을 금지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달 말 코로나19와 관련된 장난을 경고하고 나섰다. 쉽게 의심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설마’는 현실이 됐다. 김재중은 이내 ‘경각심을 주기 위한 글이었다’며 글을 수정했다. ‘나 자신과 내 주변은 안전할 거란 착각으로 무방비 상태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사람들의 착각이 모든 것을 아프게 할 수 있다’, ‘절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말로 대중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쓴 글이었다고 해명했다.

늦은 오후 올라온 사과문에서도 그는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옳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글을 올린 건 느슨해진 대처 방식과 위험성 인식 때문. 김재중은 ‘답답하고 힘들지만 조금 더 노력해서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내자’면서 자신의 글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을 향해 사과를 전했다.

첫 번째 글을 읽고 코로나19에 감염된 김재중을 걱정했다면, 수정된 글에선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사과문조차 묘하게 꾸지람을 듣는 학생이 된 듯했다. 그의 글에서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애쓰고 있는 수많은 의료진, 봉사자, 정부기관을 향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이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노력도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제2, 제3의 접촉자들을 향한 배려도 없었다. 그의 거짓말이 누군가에게 경각심이 아닌 공포로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은 걸까.

김재중은 자신이 쓴 글을 ‘절대 만우절 장난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글로 인해 받을 모든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당당한 입장을 보였다. 팔로워만 198만 명. 글로벌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그의 SNS 글이 어느 정도의 파장을 몰고 올지 몰랐을 리는 없다. 의도야 어찌 됐건 굳이 만우절에, 굳이 ‘내가 감염됐다’는 고백으로 경각심을 전달해야만 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자신의 영향력, 그에 따른 책임감을 고려해 더 좋은 방법을 찾아볼 수는 없었던 걸까.

결과적으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하는 목적은 무색해지고 그를 향한 비난만이 남았다. 최근 일본 활동을 주력하고 있지만 일본 내 여론도 좋지 않다. 지난달 30일 일본 국민 코미디언 시무라 켄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어 충격을 안겼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공식 SNS에 김재중의 소식을 알리며 ‘그의 팬도 웃지 않았다’고 전했다. 나아가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사망한 해외 유명 셀럽들을 언급하며 그의 경솔함을 탓했다.

4월 1일 만우절은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남을 속이기도 하고 헛걸음을 시키기도 하는 날’이다. 김재중의 ‘그럴듯한 거짓말’은 결코 가볍지도, 유쾌하지도 않은 결과만을 남기게 됐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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