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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4~5월 식량대란 위기"···러·베트남·태국, 곡물 수출문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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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이어 캄보디아도 쌀 수출 중단

노동집약적 농업과 공급 사슬에 영향

중동과 아시아·아프리카 국가에 타격

미국 피치사, 한·중·일도 영향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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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곡물 수송과 가축 사육 등에서 큰 도전을 받고 있다면서 4~5월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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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중국에선 14억 중국 인민의 먹거리는 안전한가를 따지는 ‘식량 안보’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신화사(新華社)와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중국 언론은 일제히 신종 코로나 사태 장기화 속에 인류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식량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강조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경고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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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사태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영국 런던의 시민들이 식료품을 사기 위해 슈퍼마켓으로 몰리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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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O는 신종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만연하며 노동력 부족과 공급 사슬 중단을 일으켜 일부 국가와 지역의 식량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가 글로벌 식량 공급 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신속하게 차단하지 않으면 식량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4월이나 5월에 가장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FAO는 전망했다. 이미 곡물 물류와 가축 사육 등에 있어서 다양한 어려움이 발생하기 시작됐으며 부가가치가 높은 농산물의 경우엔 가격 상승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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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신종 코로나 사태가 뒤늦게 폭발하면서 세계 경제에 커다란 파장을 미치고 있다. 미 CNN은 지난달 25일 보도에서 달걀 도매 가격이 일주일 사이 180%나 올랐다고 말했다. 사진은 미 뉴욕에서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중국 신화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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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CNN 방송은 지난달 25일 3월 14일까지 일주일 동안 미국의 달걀 판매량이 44% 급증했으며, 3월 초 이후 달걀의 도매가격이 180% 올랐다고 보도했다. 월마트 등 미 대형 유통업체는 달걀 등 사재기 가능성이 있는 식품에 대해선 한정 판매를 하고 있다.

또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피치사는 노동집약적인 농업이 신종 코로나로 인한 타격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종려유나 신선육류를 가공하는 곳에선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감염 우려가 커져 폐쇄 등 제한 조치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말레이시아의 최대 종려유 생산 지역에선 일부 직원이 신종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3개 구역의 생산 활동을 중단시켰다. 말레이시아는 또 지난달 18일부터 2주간 국가 봉쇄 결정을 내렸는데 이에 인접 국가인 싱가포르가 술렁였다.

말레이시아로부터 공급되는 각종 신선 농산물 루트가 막힐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싱가포르 국민이 한동안 슈퍼마켓을 찾아 과일과 채소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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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는 신종 코로나 확산 저지를 위해 국내외 이동을 제한한 ‘국가 봉쇄’를 지난달 18일부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코즈웨이 다리는 봉쇄 전인 17일(왼쪽)엔 차량으로 가득했지만 18일(오른쪽)엔 텅 비었다. [로이터=연합뉴스]



피치사는 또 신종 코로나 장기화로 농산물 공급 사슬이 영향을 받으면 식량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인 중동의 여러 나라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도 비교적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이 비상 상황에 대비해 식량 수출을 중단하는 게 큰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캄보디아는 오는 5일부터 쌀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캄보디아는 연간 50만t의 쌀을 수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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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남부의 한 쌀 공장에서 수출용 선박에 쌀자루를 싣는 모습. 베트남은 3월 18일 코로나 대책 회의를 열고 식량 안보 차원에서 쌀 수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앞서 인도와 태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쌀 수출국인 베트남도 지난달 24일부터 쌀 수출을 멈췄다. 응우옌 쑤어 푹 총리가 신종 코로나 대책 회의를 갖고 “어떤 경우에도 식량 안보는 지켜야 한다”고 말한 뒤 이 같은 조치가 시행됐다.

태국은 달걀의 국내 수요가 평소보다 세 배가량 급등하자 일주일간 수출 금지를 한 데 이어 이 조치를 한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러시아도 지난달 20일부터 열흘 동안 모든 종류의 곡물 수출을 임시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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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곡물 창고의 모습. 러시아도 지난 3월 20일부터 한시적인 곡물 수출 중단 조치를 취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카자흐스탄은 밀가루와 메밀, 설탕, 야채 등의 수출을 중단했다. 이처럼 식량 수출을 잠정 중단하는 나라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자 중국은 국가식량기름정보센터의 고급 경제위원 왕랴오웨이(王遼偉)가 신화사와의 인터뷰 형식을 빌려 중국 식량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지난해 곡물 총생산이 6억 6384만t으로 지난해보다 594만t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5년 동안 연속으로 6억 5000만t 이상을 생산해 곡물 자급률이 95% 이상에 이르고 있어 식량 위기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연 700만t 정도를 수출해 세계 무역량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베트남이 쌀 수출을 중단해도 중국이 베트남에서 수입하는 양은 48만t가량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이 수입하는 쌀의 양은 중국인 전체 소비의 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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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신종 코로나 사태가 차츰 안정을 찾아가자 식당을 찾기 시작하는 중국인들. 중국은 코로나 사태가 초래할 수도 있는 식량 위기 문제를 미리 점검하고 있다. [중국 남방도시보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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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양식이 있어야 마음이 느긋하다(手中有糧 心中不慌)’며 중국은 지난해 쌀 2억 960만t, 밀가루는 1억 3400만t을 생산해 식량 공급엔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쌀 수입이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특히 쌀 수입이 많은 필리핀을 지적했다. 또 고온 사막 기후 탓에 식료품의 80% 이상을 수입하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도 서둘러 식량 비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은 지난해 말 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2019 글로벌 식량안보지수(GFSI)’ 조사에서 113개 국가 중 29위를 차지했다. 1위는 싱가포르, 일본은 21위, 중국은 35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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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피치사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식량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의 타격이 크다며 영향을 많이 받을 국가로 중동 국가와 한,중,일 등을 꼽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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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수는 식량 구매능력과 국가의 식량 공급능력, 식품 안전성 등 3개 부문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식량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후변화나 천연자원 오염 등을 평가한 천연자원 및 회복력 순위에서 한국은 61위에 그쳤다.

신종 코로나 사태는 기후변화 등과 같은 돌발 상황에 해당한다. 이 경우엔 한국의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걸 뜻한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식량 수출 중단을 하는 국가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우리의 먹거리 공급은 안전한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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