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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컴퓨터도 없는데” 맞벌이 “애 혼자 수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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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67% 조사, 17만 명 기기 없어

다자녀 가정선 “PC 더 사야 하나”

교사·학교 따라 수업역량 편차도 커

교총 “정부, 실현가능한 대책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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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울산시 남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관계자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잔여기간 알림판의 숫자를 교체하고 있다. 올해 수능시험일은 당초 11월 19일에서 12월 3일로 연기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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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에서 17년째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인 A씨는 온라인 개학 소식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온라인 학습을 할 수 있는 학생이 드물기 때문이다. 지난주부터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걸어 PC와 스마트 기기가 있는지 물었더니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른다”는 부모도 적지 않았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할머니 댁에서 지내는 아이도 있었고, 돌봐줄 사람이 없어 아버지 사업장으로 같이 ‘출근’하는 아이도 있었다. A교사는 “온라인 수업으로 가정 환경에 따른 학력 격차가 커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31일 초·중·고교 단계별 온라인 개학 방안을 발표하면서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한민국 교육 역사에서도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표현할 만큼 유례없는 사건이다. 당장 온라인 수업을 받기 위한 기기가 없거나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가정이 문제다.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이 아니더라도 다자녀 가정에서는 아이 수대로 스마트 기기를 마련해야 하느냐는 물음이 나온다.

교육부는 중위소득 50% 이하 가정에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고 인터넷 통신비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PC 등 스마트 기기 보유 현황을 조사해 학교와 교육청, 교육부가 보유한 기기를 대여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67% 정도 전국 조사가 완료된 상황인데, 17만여 명이 스마트 기기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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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온라인 개학 방안.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스마트 기기를 마련한다고 해도 학생들이 집에서 혼자 온라인 수업을 받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맞벌이나 조손가정에서는 더욱 학생 관리가 어렵다. 서울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역에 맞벌이 부부가 많아 아이들이 방치된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아이들이 스마트 기기로 게임을 하는 데엔 익숙하지만, 교사 강의를 집중해 듣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도 마땅한 학생 관리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가정 내 학습 관리가 어려우면 학교에 나와 교실과 컴퓨터실 등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도록 한다는 정도다.

다만 초등 1~2학년은 PC나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수업이 어렵다고 보고 EBS TV 방송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습지를 우편으로 배달해 주고 확인하거나 교사가 방문하는 방법, 한글 습득을 위한 간단한 앱 개발 등의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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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입 어떻게 되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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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수업의 질적 수준에 따라 학습 격차가 벌어질 우려도 나온다. 이날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은 “교사의 수업 역량 편차가 크고 학교마다 준비 정도도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교사에 따라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의 편차가 크고 학교 인프라도 충분치 않다”며 온라인 개학에 반대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원격교육에 익숙한 교사들이 학교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김성근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온라인 수업을) 잘 모르는 교사는 잘하는 교사에게 묻고 배운다. 교사들의 집단지성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들의 자발적 노력에 기댈 뿐, 근본적 대책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총은 이날 “온라인 개학의 불가피성은 인정하지만 학교와 교원에게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실현 가능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윤서·전민희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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