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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애 ‘그녀의 불륜’엔 뭔가 있다, 2회 만에 시청률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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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지옥 느끼게 해주마” 아내의 복수

관계 회복없이 파국 치닫는 결말

BBC 빅히트 ‘닥터 포스터’가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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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주인공 지선우(김희애). 견고해보였던 행복에 균열을 느끼면서 절망과 분노로 감정이 회오리친다.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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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애와 불륜이 또 만났다. 지난 27일 첫 방송을 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남편의 불륜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의사 지선우 역을 맡아 4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내 남자의 여자’(2007), ‘아내의 자격’(2012), ‘밀회’(2014)에 이은 또 하나의 김희애판 불륜 드라마다.

뚜껑을 연 ‘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전작들에서 불륜 당사자의 원초적 욕망과 심리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던 그가 이번엔 배신당한 아내로서의 충격과 분노, 상실감과 굴욕감 등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변화를 실감 나게 연기했다. 1, 2회 시청률은 각각 6.26%와 9.979%(닐슨코리아 조사 결과). JTBC 기존 히트작인 ‘스카이캐슬’ ‘이태원 클라쓰’의 1, 2회 시청률을 뛰어넘은 기록이다.

‘부부의 세계’는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드라마다. 2017년 방송된 ‘닥터 포스터’는 불륜 이후 폭발하는 애증 속에서 서로의 목을 조이는 부부의 치열한 세계를 그린 작품으로, 그해 영국에서 방영한 드라마 중 시청률 1위에 올랐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2회까지 방송된 ‘부부의 세계’는 원작 ‘닥터 포스터’의 흐름을 그대로 따랐다. 가상의 도시 고산시 가정사랑병원 부원장인 가정의학과 전문의 지선우는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완벽했다”고 믿는 인물이다. 자상하고 다정다감한 남편 이태오(박해준)와 사랑스러운 아들. 결혼기념일마다 리마인드 웨딩 사진을 찍어 ‘스위트 홈’을 인증하며 일과 가정 모두에서 이룬 성공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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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불륜 커플, 이태오(박해준)와 여다경(한소희·오른쪽). [사진 JTBC]

‘완벽’이라는 허상이 무너지는 신호는 머리카락 한 올에서 왔다. 남편의 목도리에 붙어있는 긴 갈색 머리카락 한 올. 싹튼 의심을 키울 근거는 줄줄이 이어졌지만, 당황스럽게도 지선우를 지배한 감정은 화가 아니라 겁이었다.

“남편에게 여자가 있는 거 같은데 겁이 나요, 정말 그럴까 봐.”

“그게 뭐가 겁나요? 증거 잡아서 쫓아버리면 끝이지. 성공한 여자들은 쉬운 거 아니에요?”

“결혼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아요. 판돈 떨어졌다고 가볍게 손 털고 나올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고요. 내 인생, 내 자식의 인생까지 걸려 있는 절박한 문제예요.”

“실망이네요. 선생님같이 성공한 여자도 나 같은 거랑 다를 바 없다는 게.”

지선우가 자신의 환자인 민현서(심은우)에게 남편의 미행을 부탁하며 나눈 대화는 이렇게 흘렀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부부의 세계’의 장르를 ‘심리극’으로 정의했다. “믿음의 상실 상황에 부닥친 인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김희애도 지난 26일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선과 악, 강과 약 등 수많은 인간의 모습을 꺼내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했다. 박해준 역시 “인물 감정을 바닥 끝까지 다 보여줘야 해 감정적으로 무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는 전작 ‘미스티’에서도 집요하고 예리한 심리 묘사를 해낸 연출가 모완일 PD의 장기이기도 하다. 이날 모 PD는 “원작을 한국으로 가져오면서 개인보다는 관계에 주목하고 싶었다. 부부라는 관계의 피상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더 깊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 거대한 태풍 앞에 선 인물들이 어떻게 그 상황을 헤쳐나가는가에 주목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부부의 세계’가 파고드는 심리의 대상은 주인공 부부만이 아니다. 이태오의 불륜엔 공범이 여럿이었다. 이태오의 절친 손제혁(김영민)-고예림(박선영) 부부, 지선우의 직장 동료인 산부인과 의사 설명숙(채국희) 등 반찬을 나눠 먹고 생일파티를 함께하며 가족처럼 지냈던 주변 인물 모두 지선우를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공희정 평론가는 “친구의 일탈과 균열을 즐기는 인간의 시기심을 깊숙이 파헤침으로써 시청자들을 뜨끔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원작 ‘닥터 포스터’대로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부부의 세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원래 사랑으로 돌아오든, 새 사랑이 시작되든, 어떻게든 회복과 구원의 분위기로 마무리됐던 기존의 불륜 드라마와는 다른 양상이다. ‘닥터 포스터’의 작가 마이크 바틀렛은 그리스 신화 메데이아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이 드라마를 썼다고 한다. 메데이아는 자신을 배반한 이아손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아손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신의 두 아들마저 제 손으로 죽이는 비극적 캐릭터다.

‘부부의 세계’의 파국도 이미 예고됐다. 2회에서 지선우는 “황폐해진 내면을 위선과 기만으로 감춰야만 하는 이 비루함. 여기가 바로 지옥이었구나”라고 깨닫는다. 그리고 “이 지옥 같은 고통을 어떻게 해야 돌려줄까. 남김없이, 공평히, 완벽하게”라며 복수를 결심한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런 스타일의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것은 사람들 마음속에 이제 가족조차 더는 희망이 돼주지 못한다는 절망이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짚었다. 그 ‘지옥’ 속에서 인간 심리의 바닥이 어디까지 드러날지, 드라마는 16회까지 이어진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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