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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암 진단하는 혈액검사법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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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속 암세포 DNA의 메틸화 분석 판별

치명률 높은 12가지 암은 67% 찾아내

증상 발현 전 단계의 암도 상당수 확인

암이 발원한 부위도 예측…정확도 93%

연구진 “암 조기진단에 큰 기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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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가지가 넘는 모든 암의 유형과 발원 조직을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판별해낼 수 있는 혈액검사법이 미국에서 개발됐다.

미국과 영국의 종양학 연구진이 31일 국제학술지 <종양학연보>(Annals of Oncolog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검사법의 위양성률(false positive rate)이 0.7%에 불과하다. 위양성률은 건강한 사람을 양성반응 환자로 판단하는 비율을 말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미국 국가 암검진 프로그램의 위양성률이 약 10%나 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정확도다. 이번에 개발된 검사법은 특히 샘플의 96%에서 암이 어떤 조직에서 시작됐는지 예측할 수 있었으며, 정확도가 93%에 이르렀다.

이 혈액 검사법은 암 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피로 흘러들어간 DNA를 분석하는 것이다. 암 세포에서 떨어져 나왔다 해서 이 디엔에이를 `세포 유리 DNA'(cfDNA)라고 부른다. 그러나 `세포 유리 디엔에이'는 다른 유형의 세포에서도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이 검출됐다고 해서 곧바로 종양에서 나온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이번 연구에 활용한 혈액검사는 메틸화라는 디엔에의 화학적 변화를 분석하는 것이다. 메틸화란 디엔에이에 메틸기가 달라붙는 걸 말한다. 메틸기는 후성유전물질 가운데 하나로, 디엔에이를 구성하는 염기서열 부위에 달라붙어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구실을 한다. 메틸화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 종양세포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데 `세포 유리 디엔에이'에서 이런 신호를 포착하면 암 발생 여부와 그 장소를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착안한 검사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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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개의 염기 쌍으로 이뤄진 인간 게놈에서 메틸화 현상이 일어나는 부위는 3천만개에 이른다. 연구진이 이 가운데 혈액 검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100만개다. 연구진은 혈액을 채취한 뒤 기존 메틸화 데이터베이스로 훈련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암 발생 여부와 그 유형을 예측했다. 연구진이 이용한 데이터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암검진 전문업체 그레일(GRAIL)로부터 제공받았다. 그레일은 유전자 분석 장비 제조 업체 일루미나의 자회사다.

논문 수석저자인 유에스온콜로지(US Oncology) 대표 마이클 세이든(Michael Seiden)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메틸화 분석법은 모든 암의 모든 진행 단계에서 전체 게놈이나 표적 게놈 시퀀싱보다 암 유형과 발원 조직을 판별하는 데서 우수한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북미지역의 실험 참가자 6689명(환자 2482명, 비환자 4207명)한테서 채취한 혈액 샘플을 훈련세트와 검증 세트로 나누고, 이 가운데 4316명의 샘플을 분석했다. 3052명의 훈련세트(환자 1531명, 비환자 1521명)와 1264명의 검증세트(환자 654명, 비환자 610명)를 분석한 결과 50가지가 넘는 암이 포착됐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훈련세트와 검증세트에서 모두 일관된 결과를 보여줬으며, 검증 세트의 위양성률은 0.7%였다.

진양성률도 두 세트에서 일관된 정확성을 보여줬다. 진양성률은 실제 환자를 환자라고 판단하는 비율을 말한다. 치명률이 높은 12가지 암(항문, 방광, 대장, 식도, 위, 두경부, 간·담도, 폐, 난소·췌장, 림프종, 다발성골수증 같은 백혈구)의 경우, 진양성률은 병의 진행단계인 병기 1~3기를 통틀어 67.3%였다. 이 12가지 암은 미국 연간 암 사망자의 63%를 차지하는데, 현재로선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대부분 암을 가려낼 방법이 없는 상태다. 모든 암의 진양성률은 43.9%였다. 따라서 이번 혈액 검사법은 암을 조기진단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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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진행 단계별로 암을 찾아내는 비율도 높아졌다. 12가지 암의 경우 진양성률은 1기에서 39%, 2기에서 69%, 3기에서 83%, 4기에선 92%였다. 암 전체에서의 진양성률은 단계별로 각각 18%, 43%, 81%, 93%였다. 특히 암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가려내는 데서도 93%의 정확도를 보였다. 세이든 박사는 표적 부위의 메틸화 분석법은 여러 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혈액검사가 갖춰야 할 기본 요건을 충분히 갖췄다고 말했다.

<종양학연보>의 편집장인 프랑스 구스타브루시(Guestve Roussy)연구소 소장인 프브리스 앙드레 교수는 "암의 50% 이상을 조기 진단하게 되면 매년 전 세계에서 수백만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공격적 치료를 통해 이환율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이번 연구의 성과를 평가했다. 그는 특히 병이 상당히 진행된 단계에서 발견돼 사망률이 매우 높게 나타나는 췌장암 진단에 새 진단기술을 적용하는 것에 큰 관심을 표명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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