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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의 ‘방심’, 프로야구 멈춰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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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3명 확진 ‘일파만파’

한·미·일 프로야구 1군 최초 확진…한신 투수 후지나미, 동선도 깜깜

실전 같은 평가전 ‘밀접 접촉’ 노출…NPB, 훈련 중단 명문화조차 안 해

발열만으로 올스톱인 한국과 대조…언론 “세 번째 개막 연기할 수도”

경향신문

코로나19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방심’이 프로야구를 멈추게 했다. 3명의 선수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들과 접촉한 사람이 몇 명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다음달 24일 개막하겠다는 일본야구기구(NPB)의 계획은 백지화될 위기에 빠졌다.

시작은 한신의 투수 후지나미 신타로(25·사진)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이었다. 후지나미는 고교시절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일본을 대표하는 에이스로의 성장이 기대되던 투수다. 2013년 입단해 통산 50승40패, 평균자책 3.25를 기록했다. 후지나미는 발열이나 기침, 피로감 등은 없었지만 24일 갑자기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되는 ‘후각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이틀 동안 두 군데의 병원을 돌아다닌 끝에 지난 2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미·일 프로야구 1군 선수 중 최초의 확진이다.

한신 구단은 코로나19의 잠복기간을 고려해 후지나미의 직전 2주 동안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그 결과, 지난 14일 오사카 시내에 있는 지인의 집에서 7명의 팀 동료 등과 식사를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참석했던 팀 동료 중 이토 하야타와 나가사카 겐야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이들과 함께 식사한 20대 여성 3명도 확진됐다.

구단은 당초 식사 자리에 총 12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지난 29일 한신의 다니모토 오사무 구단 본부장은 “선수들이 각자 도착하고 떠난 시간이 달라 말이 다르다. 총 몇 명이 참석했는지 모르겠다. 다시 한번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식에 참석한 선수는 7명으로 변함이 없지만 그 외 참석자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접촉자 확인이 늦어지면서 ‘NPB발’ 지역사회 감염 확산도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물리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지 않았던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NHK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30일 기준 총 2605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지난 24일 도쿄 올림픽 취소가 결정된 뒤 폭증했다. 접촉자 확인이 늦어지는 것 역시 사생활 등을 이유로 감염 경로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일본 사회 분위기와 관련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NPB의 무리한 행정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일본 프로야구 전반으로 확대시켰다. NPB는 지난 20일부터 4월5일까지 무관중으로 74차례 평가전을 열기로 결정했다. 실전과 다름없는 방식의 평가전이 진행되면서 선수들끼리 밀접 접촉이 이뤄졌다.

한신의 이토는 확진 판정 이전인 20~22일 주니치 나고야 구장에서 열린 2군 간의 평가전에 출전했다.주니치는 부랴부랴 선수단 전원을 조사해 이토와 접촉이 있었던 15명을 찾아냈다. 이 중 2명은 몇 분간 대화를 나누고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드러나 4월5일까지 자택 대기가 결정됐다. 하지만 수십초 정도의 인사와 얘기를 한 12명은 접촉이 없었던 선수들과 시간을 나눠 훈련을 진행하기로 했다. 나머지 1명은 별도의 조치 없이 훈련에 참가했다.

NPB는 확진자 발생 시 접촉자의 격리 기간을 ‘1주일 이상’으로만 명시하고 훈련 중단은 명문화되지 않았다. 선수 1명에게 발열 증상만 나타나도 선수단 전체의 훈련을 중단하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일본 구단들은 자발적으로 훈련을 중단하고 있다. 한신은 4월1일까지 예정됐던 휴업을 1주일 연장한다고 30일 밝혔다.

일본 프로야구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일본 사회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개인의 ‘물리적 거리 두기’와 기관의 ‘확실한 대응’이 작동하지 않는다. 도쿄 올림픽 강행 방침과 맞물려 ‘일본은 안전하다’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NPB 평가전을 이어갔고 결국 대형 감염 사태로 번질 수 있는 위기를 자초했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이날 “이미 두 차례나 프로야구 개막이 연기됐지만, NPB가 세 번째 연기를 발표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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