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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의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는 정말 위험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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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부에 있는 허난성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지난달 26일 이후 없었던 코로나19 신규 확진 자가 한 달여 만에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8일 하루 중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45명 가운데 44명은 외국에서 유입된 사람들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허난성 뤄허시에 사는 59세 여성 왕(王) 모 씨였습니다. 중국 자체 발생이 거의 종식 수준에 이르고 있고, 허난성도 신규 확진자가 없다며 학교 개학을 준비하고 있었던 만큼, 왕 씨가 어떻게 감염됐는지에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 '무증상 감염자'와 성묘 · 식사

왕 씨는 지난 24일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26일에 38.5도까지 열이 나자 병원을 찾아갔고 28일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왕 씨는 증상이 나타나기 사흘 전인 21일 시외버스를 타고 허난성 핑딩산시로 이동해 현지 인민병원 의사인 동창 장(張) 모 씨와 성묘를 하고 세 차례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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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허난성에서 신규 확진자 1명이 발생했다는 <인민일보> 그래픽


그런데 허난성 보건당국 조사 결과, 의사 장 씨는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였습니다. 장 씨는 3월 중순 동료 의사 2명과 식사를 했는데, 그 가운데 한 명이 후베이 지역을 다녀와 14일간 스스로 격리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국은 검사에서 장 씨와 동료 의사 2명 모두 '무증상 감염자'로 나타났다며, 이들과 함께 밀접 접촉한 사람들을 긴급 격리시켰습니다. 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왕 씨는 무증상 감염자인 장 씨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이는 상황입니다.

앞서 지난 26일에는 저장성 자싱에서 25세 남성 뤄(婁) 모 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뤄 씨는 지난 21일 베이징에서 항저우까지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그 비행기에는 외국에서 온 '무증상 감염자'가 타고 있었습니다.

● "무증상 감염자는 확진자 아니다"

허난성 감염 사례에서 장 씨를 비롯한 의사들은 현재 확진자로 분류돼 있지 않습니다. 코로나19 검사에서는 양성이 나왔지만,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은 없는 '무증상 감염자'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보건당국은 공식 치료 지침에 따라 무증상자를 확진자 통계에 넣지 않고 있습니다. 따로 집계는 하지만, 공표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증상이 없더라도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을 나타내면 확진자로 보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 기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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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의 비공개 문서를 근거로 지난달 말까지 중국 내 무증상 감염자가 4만 3천 명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중국 누적 확진자가 8만 1천여 명이니까, WHO 기준을 적용해 무증상 감염자를 포함하면 중국 코로나19 환자는 최소 12만 4천 명이 됩니다. 또 중국과 미국 공동 연구팀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진단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우한에서 감염자 가운데 최고 59%가 미확인으로 처리됐는데, 무증상자와 치료하지 않아도 회복되는 아주 미약한 증상자들이 여기에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증상이 없는 사람은 아예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않는 나라들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의 확진 기준이 (축소 등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 통계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겠죠. 그러자 우한시 보건당국은 지난 24일 "WHO 자료를 보면 코로나19는 주로 증상이 있는 환자로부터 전염이 된다"며 "무증상 감염자는 14일간 집중 격리 후 다시 검사해 판단하고, 격리 기간 증상이 나타나면 확진 환자로 공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수의 무증상 감염자가 확진자가 될 수 있지만 절대다수는 저절로 치료된다"고 주장했습니다.

● 무증상 감염 논란에도 "中 본토 코로나19 전파는 차단됐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미펑 대변인은 어제(29일) 기자회견에서 "본토의 코로나19 전파는 이미 기본적으로 차단됐다"고 선언했습니다. 허난성 무증상 감염자 전파 추정 사례가 나왔지만, 최근 통계상 본토 내 자체 확진자 발생이 거의 없다는 점, 그리고 중국 내 현재 치료받고 있는 확진 자가 2천691명으로 3천 명 밑으로 내려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중국 최고의 호흡기 질병 권위자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도 관영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중국에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는 많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무증상 감염자가 많이 있어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면 확진 환자가 증가할 텐데 오히려 계속 줄고 있다"며 "이는 대규모 '무증상 감염자'가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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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난산 원사는 무증상 감염자의 전염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 원사는 "무증상 감염자의 상기도(코, 편도, 인두, 후두 등 상부 호흡기관)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양이 많기 때문이며, 1명이 3∼3.5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우한 보건당국의 설명과는 크게 다른 내용입니다. 또 장원훙 푸단대 부속 화산병원 전염병 과장도 "무증상 감염자는 면역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 감염된 뒤 14일 이내에 발병하지 않고, 3주 이상 체내에 바이러스가 존재할 수 있다"며 "전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6일 리커창 총리가 우한 보건 당국이 사회 깊숙이 더 파고들어 모든 신규 환자, 의심 환자,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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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하루빨리 회복하기를 바라는 중국인들은 무증상 감염자의 전파 가능성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웨이보 등 SNS에선 "확진 기준을 바꿔야 한다", "'본토 신규 확진 발생 0'을 위해 감추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이런 불안감은 코로나19 발병지인 후베이성 주민에 대한 차별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한시를 제외한 후베이성의 주민들은 지난 25일 봉쇄가 풀려 이동이 자유롭게 됐지만, 막상 일부 도시에선 후베이성 주민들의 출입을 거부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후베이성과 인접한 장시성의 경찰들이 통행을 막자, 후베이성 주민들이 거칠게 항의하며 경찰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차까지 파손되기도 했습니다. 앞서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 '후베이 사람 전용'이라고 적힌 화장실 사진이 SNS에 올라오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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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선 중국 내 무증상 감염자가 감춰둔 시한폭탄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중국 정부는 2달의 후베이 봉쇄, 전국적인 통제 조치, 해외 역유입 고강도 차단 등으로 폭탄의 뇌관은 이미 제거됐다고 강조하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중국 인민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발병 초기 정보 은폐, 잦은 통계 기준 변경 등으로 자초한 측면이 커 보입니다. 중국 정부가 다음 달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를 열어 코로나19 전쟁에서의 승리를 선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현 상황에 대한 자신이 있다면, 확진자 기준을 바꾸지는 않더라도 무증상 감염자의 통계와 관리 현황을 국내외에 투명하게 밝히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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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욱 기자(songx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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