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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스웨덴 “시민의식이 코로나 방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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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사회 자부심’ 지역 봉쇄 등 없이 느슨한 방역

감염 3000명, 사망 100명 넘어… 확산 속도에 주목
한국일보

코로나19로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음식점 운영까지 막아선 가운데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음식점에서 27일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스톡홀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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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누구도 혼자가 아니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무거운 책임이 있다.”

코로나19는 지구촌 인구 3분의1의 왕래를 멈추게 했다. 각국은 국경 봉쇄와 자가 격리, 이동 제한 등 각종 통제 정책을 통해 감염병 확산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 나라, 스웨덴은 억제와 강요가 아닌 정반대 해법으로 질병에 대항하는 중이다.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22일(현지시간) TV연설에서 사회구성원간 신뢰와 개인 책임을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격리, 봉쇄 등의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물론 코로나19의 기세는 만만치 않다. 그래도 국제사회는 스웨덴의 ‘자율 대책’ 실험이 성공할지 눈 여겨 보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28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풍경을 전했다. 마리아토르게트 광장은 평소처럼 나들이 나온 가족으로 북적댔고, 인근 식당 야외석도 주말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가득 찼다. 10명 이상 모임을 금지한 덴마크, 식당 영업을 제한한 노르웨이 등 이웃 북유럽 국가와도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스웨덴은 현재 고교ㆍ대학만 개학을 연기했다. 손 씻기와 70대 이상 자가격리 권고, 500인 이상 대규모 모임 금지 등 통제 조치도 시행에 들어갔지만 국경을 단단히 틀어막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초보적 수준이다.

스웨덴은 시민사회의 ‘자기 통제’와 ‘책임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스웨덴 국립보건원에서 감염병을 연구하는 안데르스 테그넬 박사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자발적 참여에 기반한 스웨덴의 질병관리 방식은 잘 운영돼 왔다”면서 금지 위주 정책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강제만 하다 보면 시민 스스로 압박을 우회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개인을 향한 믿음은 ‘신뢰 사회’에 대한 자부심이 토대가 됐다. 스웨덴 역사학자 라르스 트라가르드는 NYT 인터뷰에서 “스웨덴 코로나19 전략의 근간에는 사회 내 높은 신뢰감과 엄격한 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보건 전문가들의 결정에 정치적 개입은 없을 것으로 확신하고 조치를 성실하게 따른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주 스톡홀름의 지하철 및 통근 열차 탑승객 수는 평소 대비 절반으로 줄었고 대기업의 90% 가까이가 원격근무를 하고 있다. 여기에 가구 수의 과반이 1인가구라 코로나19의 예방의 핵심인 ‘거리 두기’가 용이하다는 것도 이점이 됐다.

자발적인 참여를 강조하는 이런 관점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일반명사처럼 돼 버린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에 대한 비판으로도 이어졌다. 다니엘 알드리히 미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면서 ‘물리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이란 표현은 유대감을 북돋는데 쓰여야 하며, 구성원간 분리를 의미하는 거리두기에 사용할 용어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일부터 ‘물리적 거리두기’란 말을 쓰기로 했다.

하지만 자발과 자율의 성공을 자신하기는 이른 듯하다. 감염병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스웨덴 안에서도 의구심이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다. 인구 1,012만명인 스웨덴에서는 28일 기준 3,060명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사망자 수는 105명에 이른다. 엠마 프란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연구원은 BBC에 “정부가 상점 등 공공 장소에서 행동지침을 보다 명확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이 잦은 부활절을 맞아 스키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청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왔다. 스웨덴 정부는 29일부터 50인 이상 모임을 금지키로 했으나 기본 대책 기조는 유지할 방침이다. 미카엘 로스틸라 스톡홀름대 공중보건 교수는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와의 인터뷰에서 “굳건한 신뢰사회의 맹점은 실패를 용납할 여지도 그만큼 적다는 점”이라며 좀 더 탄탄한 정부 대책을 요구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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