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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사설]“n번방 가입자 전원 신상 공개하라”는 국민의 들끓는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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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여성 등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을 찍어 텔레그램에 돈을 받고 유포한 ‘박사방’과 그 원조 격인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190만 명을 넘어섰다. 24일 신상이 공개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 대한 공개 청원에 동의한 260만여 명까지 더하면 며칠 만에 4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이번 사건 관련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충격에 빠진 국민들의 참담함이 거대한 사회적 분노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조주빈은 박사방을 운영하면서 회원들을 단순 관람자가 아닌 ‘참여자’로 유도했다. 1만 원의 입장료를 내면 여성들이 성 착취당하는 장면을 볼 수만 있지만 20만 원, 50만 원을 더 내면 노예화된 여성에게 성적인 행위까지 시킬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일부 회원은 이렇게 손에 넣은 성 착취 동영상을 다른 음란물을 구매하는 ‘재화’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상 성 착취의 공범으로 볼 여지가 크다. 박사방 유료 회원으로 시작한 16세 소년이 박사방 운영진으로 조주빈과 공모하다 독자적인 공유방까지 개설해 구속된 것이 단적인 사례다. n번방 회원 중에는 음란물을 보기만 한 이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동·청소년을 성 착취한 음란물을 자발적으로 보는 것 자체가 잔혹한 성범죄를 방조한 것은 아닌가.

조주빈은 중대 성폭력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를 규정한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공개가 이뤄졌지만 공범들과 단순 가입자들의 신상 공개를 위한 법적 근거는 아직 없다. n번방 관련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국민 여론을 반영하려면 이런 제도적 미비를 먼저 보완해야 한다. 법무부가 어제 구성한 ‘디지털 성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신상 공개에 필요한 법적 기준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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