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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n번방 터지자 10대들도…'텔레그램 탈퇴' 긴급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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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망 넓혀가자 '텔레그램 탈퇴' 10대·20대 급상승 검색어에 올라

10대 남성들에게 '놀이문화'로 자리잡은 디지털 성범죄

시청만으론 처벌 어려워…아동·청소년 음란물 관련건도 징역·금고형 2.3%에 불과

전문가 "이용자도 처벌해야…언제든 '제2의 n번방' 등장할 수 있어"

CBS노컷뉴스 박고은 기자

노컷뉴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개정 성폭력처벌법)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디지털 성범죄 근절과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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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텔레그램 박사방'의 핵심 운영자인 20대 남성 조모씨가 구속된 가운데 10대·20대 급상승 검색어에 '텔레그램 탈퇴'란 단어가 올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이 박사방 회원들로 수사망을 넓혀가면서 마음이 조급해진 10대·20대 회원들이 해당 텔레그램방 접속의 흔적을 없애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21일 10대·20대 급상승 검색어에 '텔레그램 탈퇴'란 단어가 올랐다. 특히 이 단어는 10대 급상승 검색어에서 오전·오후 내내 포털 검색창을 달구던 '텔레그램 n번방'이란 단어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20대 급상승 검색어에는 3위에까지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텔레그램 박사방의 실체가 세간에 알려진 뒤 운영진뿐 아니라 회원들도 신상을 공개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텔레그램 탈퇴'라는 단어를 검색하는 10대·20대가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 범죄는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재발할 것"이라며 "그 방에 가입된 26만의 구매자가 아무 처벌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관리자, 공급자만 백날 처벌해봤자 소용없다. 이러한 형태의 범죄는 수요자가 있고, 수요자의 구매 행위에 대한 처벌이 없는 한 반드시 재발한다. 또 다시 희생양들이 생겨난다"며 텔레그램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23일 기준 158만여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경찰도 텔레그램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른 이용자 100명 이상을 검거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텔레그램 성 착취 대화방에 대한 수사를 벌인 결과 이달 20일까지 총 124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박사'로 이름을 알린 조씨를 포함해 총 18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조씨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디지털 포렌식 작업해 회원들을 추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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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10대들에게 '놀이문화'로 자리 잡은 디지털 성범죄

전문가들 사이에선 디지털 성범죄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 이용에 익숙한 세대인 만큼 10대 남성들 사이에서 불법촬영, 음란물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가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명화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남성 청소년들은 디지털 성범죄를 마치 하나의 놀이로 여기는 문화에 노출돼 있다"며 "가해자들을 상담해보면 불법촬영, 불법촬영물 소지 및 유포 등을 통해 남성문화에서 경쟁하고 우월감을 확인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n번방'이나 관련 사이트 등에서도 불법촬영물의 수위가 높을수록 다른 유저들에게 인정을 받는 문화가 형성돼 있었다. 이런 문화들이 10대들도 경쟁적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뛰어들도록 만든 원동력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또 다른 문제는 자신의 행동이 범죄라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가해자들은 대부분 '그냥', '재미로', '친구들도 하니까'라는 이유를 댄다. 피해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에 대해선 생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측면에서 불법 음란물 소지와 유포로도 처벌을 당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줘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려면 처벌과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본인도 성 착취 범죄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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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급상승 검색어 1위에 오른 '텔레그램 탈퇴'. (사진=네이버 데이터랩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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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만으론 처벌 어렵다?…"언제든 '제2의 n번방' 등장할 수 있어"

문제는 'n번방'에서 영상을 시청하거나 유포하는 등 성 착취 범죄에 가담한 회원들에 대해선 처벌조차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유료회원 가입 절차부터가 복잡하다. 더군다나 가상 화폐까지 사용해야 하고. 그 정도 과정과 절차라면 시청이냐 소지냐의 여부를 떠나서 전체적인 범죄의 공범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을 기소와 재판 단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청만 가지고는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우리나라에는 없다"며 "소지라는 형태. 다운로드를 받아서 자신의 모바일 기기, 컴퓨터 등에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 증거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마저도 미성년자 피해자에 대한 것일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라는 상당히 약한 처벌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께서 분노하시는 만큼의 법감정이 처벌에 연동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금껏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이들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5~2018년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제작·배포 등의 혐의로 총 3439명이 검거됐지만 기소된 경우는 479건(13.9%)에 불과하다.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은 경우는 80건(2.3%)뿐이다.

'텔레그램 박사방'의 경우 유료회원제로 운영됐다. 회원들은 1단계는 20~25만원, 2단계는 70만원, 3단계는 150만원을 내고 가입 금액별로 수위가 다른 성 착취물을 제공받았다. 또 유료회원방에 입장하기 위해 아동음란물을 운영자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런 관점에서 유료회원들도 '공범'으로 봐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박사'라는 사람이 문제의 텔레그램방을 운영할 수 있었던 건 소비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런 영상을 시청하고 소지한 것 자체가 성 착취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잘못도 무겁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사라는 한 사람만이 괴물이 아니다.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26만 명의 회원들 중 또 누가 어떤 식의 성 착취 범죄를 저지를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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