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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사설] 이젠 비례정당 간 선명성 경쟁까지 벌이는 정치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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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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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 친여 비례대표 정당을 자임하며 서로 표를 달라고 선명성을 경쟁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지도부까지 교체하며 비례대표 명단을 새로 짜더니, 여권에선 2개의 비례용 위성정당이 등장해 지지층을 두고 ‘제로섬 게임’을 벌이니 개탄스럽다.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한 더불어시민당과 정봉주 전 의원, 손혜원 의원 등이 주도한 열린민주당은 모두 비례정당 활동이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한다. 더불어시민당은 미래한국당을 앞세운 미래통합당의 총선 승리를 좌시할 수 없다며 나섰다. 열린민주당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완수를 통한 문재인 정부 사수를 전면에 내걸고 있다.

모두 나름의 이유는 있을 것이다. 더욱이 비례성 확대를 통한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 확대라는 선거법 개정 정신이 미래한국당 등장으로 무력화한 현실에서, 명분보다 의석을 챙겨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역구엔 단 한 사람의 후보도 내지 않고 오로지 비례대표 의석만을 노리며 정치공학적 행동을 하는 건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급조한 것에 대해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정치개혁연합, 녹색당, 미래당 등을 배제한 채 친문 플랫폼 정당과 함께 보조를 맞춘 것도 논란거리인데, 더불어시민당에선 민주당 비례대표들의 우선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니 너무 기득권을 챙기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 사수와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주창하며 ‘진짜 민주당’을 자임한 열린민주당의 행동도 명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인사들이 여럿 참여하고 있는데, 정당 공천에서 떨어졌다고 다른 당을 만들어 선거에 도전하는 게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생각하길 바란다.

여권 일부에선 2개의 위성정당이 지지층을 분할해 범여권의 전체 의석수를 늘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의석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뒤틀린 형태로 선거를 진행하는 게 과연 의회민주주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선거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되는 싸움이라면, 누가 ‘투표’를 통해 희망을 찾으려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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