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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모니터 속 교실에도 살아 있는 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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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중·고생 유튜브 학습 활용기

현직교사에게 무료로 영문법 배우고

다양한 교양 채널로 배경지식 키워

도서산간 학생들에겐 ‘학원’ 구실

보호자가 학습콘텐츠 옥석 가려주고

‘하루 30분, 함께 공부’ 등 규칙 필요

유해물 차단 앱으로 안전모드 권장


한겨레

유튜브를 통해 논술 등 글쓰기에 도움이 될 만한 배경지식과 상식을 갖춰 보자. <교육방송>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시리즈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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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이 한달째 미뤄지는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갈 곳 없는’ 학생들의 돌봄 문제도 있지만, 보호자 입장에서는 학습 공백이 길어지고 있어 더욱 걱정이 크다.

중학생 자녀를 둔 박은희(40)씨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자유학년제를 마친 아이가 중2 과정을 배워야 하는 때인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개학이 미뤄지면서 온라인 학습에 관심 갖게 됐는데, 아이와 함께 선생님들이 올린 영상을 시청하며 공부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전했다.

최근 경북교육청, 광주교육청, 대구교육청, 충남교육청 등에서 진행하는 실시간 온라인 수업도 반응이 좋다. 충남교육청의 경우 학습 지원을 위해 중학교 총 31강좌, 고교 8강좌를 개설해 학년별로 주당 3시간을 운영한다. 유튜브 채널 ‘어서 와 충남 온라인 학교’에서 매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생방송으로 수업이 이뤄진다.

많은 보호자와 학생들이 개학이 미뤄져 애가 탈 테지만, 모니터 속 교실을 통해 공부거리를 만드는 등 이 기간을 취약 과목 정리 기회로 활용해보는 건 어떨까.

■ ‘영포자’ 구하는 유튜버 선생님

유튜브를 둥지 삼아 본격적인 영어 교실을 연 교사가 있다. 현직 외국어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하지원씨는 ‘하지원샘티브이(TV)’라는 채널을 운영한다. 하 교사는 외고 교사가 추천하는 테드(TED) 영어 공부법을 비롯해 학습법 공유, ‘인생 영어책’ 소개 등 다양한 정보를 주고 있다.

유튜브 검색창에 ‘로즈리 영문법’이라고 검색하면 고교 1학년과 2학년에게 유용한 영문법 총정리 영상을 볼 수 있다. <교육방송>(EBS)에서 진행했던 ‘로즈리 영문법’이 단원별로 정리돼 있다. 문장 요소부터 구문 독해까지 빠짐없이 설명하는 ‘로즈리의 그래머 존(grammar zone)’은 대입 전 영어 영역을 점검하고 싶은 중3~고2 학생들에게 추천한다.

‘열혈 유튜버’를 자처하는 허준석 교사도 있다. 허 교사는 중학생 대상 영어 학습 동영상 ‘혼공’ 시리즈를 정기적으로 유튜브에 올린다. 그가 올린 영어 강의 구독자는 4만명이 넘었고 누적 조회수만 530만회가 넘는다. 허 교사의 채널에 들어가 보면 혼공 영문법 문제 특강, 혼공 왕초보 기초 영문법, 중학생이 알아야 할 유형별 구문 독해 등 영역별 학습 영상이 정리돼 있다.

2008년 <교육방송>에서 강의를 시작하면서 영상 교육의 중요성을 알게 된 허 교사는 “많은 학생들이 ‘영포자’가 돼 좌절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현직 교사로서 실제 공부에 도움을 주고 싶어 무료 학습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고 했다. “도서 산간 지역 등 교육 여건이 마땅치 않은 곳의 학생들로부터 ‘이젠 영어가 두렵지 않다’는 등의 피드백을 받으며 사명감도 느낍니다. 중·고등학생뿐 아니라 ‘영어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싶은 중장년 학부모, 손주와 공부하고 싶은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제 수강생이에요.”

■ 신기한 과학 실험 영상이 가득

현직 교사들이 만드는 과학 실험 콘텐츠도 눈길을 끈다. ‘아꿈선티브이’에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과학 교과 실험 영상이 업로드된다.

이 채널을 운영 중인 한도윤 교사는 “아꿈선은 ‘아이들에게 꿈을 선물하는 선생님’의 줄임말이다. 실제 해보지 못하는 다양한 과학 실험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교과목에 관한 이해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실험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합니다. 과학 실험은 교과서나 참고서를 읽거나 그림만 봐서는 정확하게 과정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지요.”

많은 영상이 올라와 있지만 찾기는 쉽다. ‘6학년 1학기 1단원 4차시 낮과 밤이 생기는 까닭’ ‘4학년 1학기 1단원 10차시 나만의 저울로 무게 재기’ 등 동영상에 교과서 학년과 단원, 차시가 적혀 있기 때문이다.

광주교대 과학교육과 대학원 석사 동기 4명이 시작한 아꿈선은 현재 현직 교사 27명이 참여 중이다. 실험 영상도 3분 단위로 짧아 집중하기도 좋다. 한 교사는 “농어촌 학교에서 주로 근무했다. 시골에는 학원도 거의 없고 아이들이 공부할 자료가 부족하다”며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유튜브를 통해 학습 동영상을 무료로 제공한 뒤 ‘동영상 실험 보고 과학 100점 맞았어요’라는 피드백을 받는다. 매우 즐겁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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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공식 유튜브 채널인 ‘젠더온’을 통해 사회·문화 과목에 도움이 되는 영상들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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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만 잘하면 뭐 해? 교양·상식도 챙기자

국어, 영어, 수학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나와 다른 ‘동료 시민’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교실과 사회에 만연한 혐오 표현 등이 왜 잘못됐는지를 다룬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동녘)와 같은 책처럼 이해하기 쉬운 영상으로 만들어진 ‘차별 금지’에 관한 교양 콘텐츠도 많다.

젠더 이슈와 경제에 관한 것은 교양·상식이면서도 세상의 틀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논술 및 자기소개서 등 글쓰기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먼저 유튜브에서 ‘젠더온’을 검색하면 성평등 이슈를 다룬 짤막한 영상들이 뜬다. 젠더온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공식 유튜브 채널로 성교육, 다양성, 폭력 예방 콘텐츠가 풍부하게 올라와 있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 보호자들에게도 유용하다. 성평등 콘텐츠 플랫폼 젠더온(genderon.kigepe.or.kr)에 들어가면 성과 성문화에 관한 학습 자료를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가정에서도 성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

<교육방송> 다큐프라임도 유튜브 채널의 ‘상식 끝판왕’이다. 자본주의 시리즈, 과학 및 예술 시리즈, 여행, 부모 특강 등 사회 교과를 심층 탐구한 영상부터 부모 교육에 이르기까지 보호자와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잘 정리돼 있다. 김종우 신현고 진로진학부장 교사는 “영상 플랫폼을 통해 직접적인 교과목 학습도 가능하지만, 잘 만들어진 교양 프로그램을 접하며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중·고 12년 과정에서 미처 보지 못한 세상을 이런 채널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접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지요. 개학을 앞둔 기간 동안 ‘우리 사회’에 대한 개념 정리를 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교육 콘텐츠 전반에 관한 이해와 상식을 넓히고 싶다면 교사들이 만든 유튜브 채널 ‘몽당분필’에 가보자. 이 밖에 독서법과 책 읽기 습관에 관한 채널인 ‘겨울서점’, 문학 등 국어에 관한 콘텐츠가 올라와 있는 ‘티브이 창비’ 등도 둘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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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교육청 e-학습터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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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자가 학습 영상 옥석 가려줘야

집에서 보호자가 주도적으로 책과 영상 자료를 활용하면 아이도 보고 배운다. 학습 영상을 함께 보면 대화거리에 교집합이 생겨 보호자와 아이 모두 즐겁다. 이를테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세계유산 백제’ 특별전을 한다고 할 때, 온 가족이 미리 ‘백제의 멸망’ ‘계백 장군’ 등을 검색해 동영상 학습을 하고 가는 것이다. 그 시대의 사건, 인물에 대해 알고 가면 말 그대로 현실판 ‘박물관이 살아 있다’가 된다.

유튜브를 학습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호자가 나서서 옥석을 가려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간혹 성인 대상 콘텐츠가 타래로 뜨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학습 콘텐츠를 검색하고 가리는 작업은 반드시 보호자가 하고, 영상을 먼저 추려낸 뒤 목록을 만들어 ‘하루 30분, 함께 공부하기’ 등 원칙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혹은 거실에 스마트폰 보관함을 만들어 온 가족의 휴대폰을 모아두고 동영상 학습을 한 뒤, 아이와 눈 마주치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유해 콘텐츠 차단을 위해 유튜브를 ‘안전모드’로 이용하거나 ‘사이버 안심존’ 및 통신사별 유해물 차단 앱 등 청소년 보호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도 추천한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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