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7 (금)

주가·유가 폭락에 ‘원금손실 구간’ 1.5조 규모…ELS·DLS 투자자 근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부분 상품 만기 여유 있지만

원금손실 가능성 공지 1077개 달해

이달들어 신규 발행도 34~73% 급감

금융당국 "불필요한 패닉 없게 대응"


한겨레

직장인 김아무개(36)씨는 요즘 한달 전 1천만원을 투자한 주가연계증권(ELS) 때문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 김씨가 가입한 이엘에스는 유로스톡스50과 코스피200, 에스엔피(S&P)500을 기초자산으로 설계됐는데,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주가지수가 폭락하면서 최초기준가 대비 38%나 떨어졌다. 김씨는 “몇 차례 이엘에스에 투자했지만 지금까지 녹인(knock-in, 손실) 걱정은 하지 않았다”며 “만기가 아직 남았지만 이대로라면 원금을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외 주가지수와 원유 가격이 동시에 크게 하락하면서 김씨처럼 이엘에스나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파생연계증권(D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이같은 시장의 공포를 반영하듯 이달 들어 이엘에스·디엘에스 발행 규모도 확 줄었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 집계를 보면, 이달 이엘에스 발행액은 20일까지 3조2361억원(외화 발행 제외)에 그쳤다. 하루(거래일 기준) 평균 약 2157억원이 발행된 셈인데, 6조5273억원이 발행된 지난 2월의 하루 평균 발행액(3263억원)에 견줘 33.9%가 줄었다. 지난해 3월(7조9316억원)의 하루 평균(3966억원)과 비교하면 45.6%나 줄었다. 디엘에스도 이달 발행 규모가 3272억원(외화 발행 제외)으로, 지난달(8374억원)과 지난해 3월(1조6434억원)에 견줘 하루 평균 각각 47.9%와 73.4%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16개 주요 증권사들이 국내외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주가 또는 유가 하락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겼다고 누리집에서 투자자에게 공지한 이엘에스와 디엘에스는 모두 1077개로 집계됐다. 이들 상품의 미상환 잔액은 총 1조5094억원에 이른다.

이엘에스나 디엘에스는 기초자산인 주요 주식이나 주가 지수, 유가 등이 발행 당시 기준 가격보다 35~50%가량 하락해 녹인 구간에 접어들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하도록 설계돼 있다. 유로스톡스50 지수가 지난 1년간 고점 대비 37% 하락하면서 관련 이엘에스가 대부분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섰다. 에스엔피500 지수는 32.1%,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29.9%씩 급락했다. 산유국 간의 유가 전쟁 여파로 원유 디엘에스의 주요 기초자산이 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도 지난 1년간 고점과 견줘 각각 65.9%, 63.8%씩 폭락했다.

물론 현재 손실 구간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물렸다’고 볼 수는 없다. 만기가 대부분 2~3년가량이기 때문에 만기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하면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이엘에스·디엘에스 시장을 모니터링 중이지만, 환매 여부 등에 대해 권고하기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올해 2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꾸준히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속속 조기상환이 됐지만 문제는 최근 발행되자마자 녹인이 이뤄진 것들인데, 아직 만기가 대부분 많이 남아있다”며 “환매 여부는 만기 기간 등에 따른 자발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 감독당국이 불필요하게 패닉을 유발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연재]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신문 구독신청▶삐딱한 뉴스 B딱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