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전 '상사화'를 열창하는 장민호/TV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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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허당 매력도 지녔다. ‘허벅지 씨름’을 위해 얼굴을 잔뜩 구기거나 ‘데스매치’ 무대에서 속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 한복에 빨간 팬티를 입고 등장해 제작진을 경악시킨 주인공. 무대에선 ‘트로트계 BTS’로 변신하지만, 무대 뒤에선 유머 감각을 100% 장착한 ‘예능캐(릭터)’가 된다.
“출연 결정하는 데 막판까지 마음을 못 잡았거든요. 어렵게 이름 좀 알렸나 싶었는데, 만약 101인 예선에서 떨어지면 평생 주홍글씨 마냥 따라다닐까봐. 그런데 예선 때 ‘현역부’ 문을 열고 딱 들어가니 후배들 눈이 주먹만해져요. ‘다행이다, 형이 와서. 우리가 의지할 곳이 있겠다’면서. 책임감과 무게감이 밀려들었지요.” 그는 “평소 튀어나오는 ‘하찮은 형’ 느낌 대신 때로는 엄하고 단호한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허벅지 씨름에 나선 영탁(왼쪽)과 장민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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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부터 연기학원에 다니며 단역 배우와 CF 모델 등을 거친 그는 1997년 아이돌 그룹 ‘유비스’의 메인 보컬로 데뷔했다. 그러나 제대로 활동도 못해보고 2년 만에 해체했다. 소속사 대표의 잦은 구타에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극심했다. “지금도 그때의 사장님 눈빛을 한 사람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30대 초반까지도 트라우마가 상당했지요. 하지만 10년 전쯤 사장님과 화해하면서 많이 나아졌어요.”
연예계를 떠나고 싶어 수영 강사도 해봤지만 ‘노래하자’는 제의는 끊이지 않았다. 2004년 발라드 가수에 또 도전했지만 실패. 트로트 가수로 뛰면 생계는 유지할 수 있다는 제안에 2011년 다시 도전했지만 또 실패했다. “음반 낸 트로트 가수들만 40만명이 넘는다고 들었어요. 30~40년씩 전문으로 하신 분들이, 노래 정말 잘하는 분들이 수두룩한 거죠. 진입 장벽이 굉장히 높았습니다.” 찾는 이가 있으면 10명이 모이든, 지방이든 어디나 달려갔다. 2013년 발표한 ‘남자는 말합니다’가 히트하면서 ‘엄통령(엄마들의 대통령)’이란 애칭도 생겼다.
'역쩐인생' 무대의 장민호 /TV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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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하고 도전한 ‘미스터트롯’이었지만, 가끔 보이는 ‘제작진 픽(pick·선택)’이란 댓글에 상처도 받았다. 한때 검색 앱을 휴대폰에서 지워버릴 만큼. “제 갈성(갈아서 내는 목소리)에 대한 호불호는 어쩔 수 없다지만 ‘피디 픽’ 이런 소리는 정말 듣기 힘들었어요.” 부담감을 내려놓고 제 목소리를 찾아 도전해 호평받은 ‘상사화’는 그가 꼽는 최고의 무대. 열세 살 정동원과 짝을 이룬 ‘파트너’에선 나이를 뛰어넘는 찰떡 호흡으로 명장면을 연출하면서 광고계까지 들썩이게 했다. 결승곡 ‘역쩐인생’처럼 미스터트롯은 그의 23년 가수 인생을 다시금 뒤집는 ‘사건’이 된 것이다. “스케줄이 쏟아지고, 길거리서 알아보는 사람이 생겨나고…. 꿈만 같아요. 후배들이 언젠가 ‘장민호 선배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 하게끔 더 뛰어야죠. 역쩐인생 후렴처럼 ‘신나게 가즈아~ 힘차게 가즈아!’”
장민호 /TV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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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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