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7 (금)

키맨들 잠적…길 잃은 ‘라임 수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종필 전 부사장·전주 등 도주

금감원, 작년 6월 이상징후 파악

10월 조사 끝난 뒤 넉달 지나 결과 공개

청 행정관 연루 땐 직권남용 가능성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투자 손실만 1조원이 넘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검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회장님’으로 불리는 전주부터 라임 투자를 총괄한 부사장까지 핵심 관계자들이 도주하면서 경영진의 횡령 등 본류 수사가 어려워진 탓이다.

23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라임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조상원)는 최근 한창 속도를 올리던 수사에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우리은행과 케이비(KB)증권·대신증권 본사, 금융감독원 등 압수수색을 마친 수사팀은 압수물 분석을 끝냈지만,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등의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라임 투자자산 매각 등에 ‘윗선’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라임은 2012년 투자자문사로 시작해 지난해 7월 기준 운용자산 규모만 6조원에 가까운 국내 1위 헤지펀드사로 급성장했다. 급성장의 배경은 사모펀드 판매였다. 사모펀드는 소규모의 투자자만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아 비공개로 운용하는 펀드로, 자금 운용에 제약이 없고 금융당국의 규제도 적은 편이다. 특히 이 전 부사장은 고수익 상품 판매를 위해 위험성이 높은 펀드를 운용했고 손실이 나면 이를 막기 위해 다른 펀드 자금을 끌고 와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라임 자산에 자금을 댄 김아무개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중심으로 인맥이 짜였다. 김 회장은 고향 친구인 금감원 출신 김아무개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이 전 부사장을 소개했다. 이 전 부사장과 대신증권 선후배 사이인 장아무개 전 대신증권 반포더블유엠(WM)센터장은 2천억원이 넘는 사모펀드를 판매해 라임 투자금을 집중적으로 끌어모았다.

문제는 금감원이 라임의 이상징후를 파악한 게 지난해 6월이라는 점이다. 지난 2월 공개된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중간 검사 결과’를 보면, 금감원은 당시 라임 대표펀드인 ‘플루토 FI D-1호’를 중심으로 한 순환적 펀드 거래와 증권사 티아르에스(TRS, 펀드담보대출)를 이용한 부적절한 운용 지속 등을 포착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지난해 8월 라임 조사가 한창이던 시기에 라임 등의 기준가 산정을 담당하는 한국자산평가 인수 관련 사모펀드 출자를 승인했다. 또 10월에 끝난 라임 중간조사 결과를 넉달 가까이 지난 올해 2월에야 공개했다. 라임 의혹 뒷배경에 김 전 행정관의 입김이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까닭이다. 검찰 수사를 보면,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8월부터 금감원 실무부서에 여러 차례 전화해 라임 관련 검사 상황을 상세히 캐물었다. 장 전 센터장이 라임 투자자에게 “김 회장이 로비할 때 돈을 어마무시하게 쓴다”며 “김 전 행정관이 라임 문제를 막아줬다”는 취지로 말한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회계사는 “금융당국의 강한 조처가 필요했는데, 조사에 늦게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감원은 지금이라도 라임에 대한 실사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김 전 행정관이 금감원에 속도를 조절하라는 지시 등을 내렸다면 직권남용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배지현 정환봉 기자 beep@hani.co.kr

▶[연재]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신문 구독신청▶삐딱한 뉴스 B딱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