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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청년 빠지고 중고신인'…미래한국당 비례 공천 곳곳 졸속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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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교체 후 3일만에 명단 상당수 조정…친황교안계 약진

윤주경 1번·최승재 14번은 '외연 확장 의미' 평가도

뉴스1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례대표 선정관련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환담을 하고 있다. 2020.3.2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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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23일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을 마무리했다. 공천 잡음에 지도부를 교체하는 등 갈등을 빚은 미래한국당은 짦은 공천심사에 쫓겨 졸속 공천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래한국당은 한선교 전 대표 체제에서 내놓은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안을 두고 미래통합당과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한 대표 등 지도부가 사퇴를 했고, 불과 하루만에 원유철 대표와 배규한 공천관리위원장 등이 당을 장악했다.

새 지도부의 공천심사 기간은 불과 3일이었다. 예상됐던 대로 통합당이 원했던 대로 통합당 영입인재 출신 인사들이 당선권인 20명 가운데 8명을 차지하는 등 친황(親황교안)계가 약진한 모습이다.

황 대표가 당선권의 절반에 가까운 8명을 앞세워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또 이번 공천 과정에서 살아남은 기존 비례대표 공천자 역시 결국 배규한 공관위의 덕을 본 만큼 이들 역시 통합 이후 친황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짧은 심사기간에 따라 논란될 수 있는 인사들도 당선권에 이름을 올렸다. 비례 7번에 이름을 올린 정경희 국사편찬위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11월 교육부가 발표한 '올바른 역사교과서 집필진 명단'에 들어갔다.

정 위원은 교과서 '좌편향 논란'에 불을 지핀 인물로 중도·보수통합을 통해 외연확장을 꾀하겠다는 측면에서는 논란이 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미래한국당은 정 위원을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바로잡을 역사 교육학자"라고 치켜세웠다.

이와 함께 과거 총선에서 이미 정치권에 발을 담궜던 중고 신인들도 당선권에 이름을 올려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례 8번인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비롯해 비례 9번 조명희 경북대 교수, 비례 13번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비례 17번 서정숙 한국여약사회 회장 등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청년층이 빠진 자리에 올드보이들이 귀환했다는 지적이다. 당선 가능권인 20번 안쪽 순번 중 30대 이하는
미래한국당 영입인재 1호인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씨(11번)와 탈북 인권운동가인 지성호 나우 대표(12번) 둘 뿐이다.

원유철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명희 후보는 여성 과학 기술자로 발전 차원에서 발탁했고, 서정숙 후보는 코로나19로 약사와 의사, 간호사들이 고생하고 있어 그런 차원에서 추천됐다"며 "정경희 후보의 경우 공관위에서 문제가 없어서 추천한 것 아니냐"고 했다.

다만 미래한국당 지도부 사퇴까지 끌어내면서 비례대표 공천을 대폭 수정한 결과로 중도 유권자층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는 자평도 나온다.

당장 비례 1번인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의 경우 통합당이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부터 덧씌워져 온 친일 프레임 해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항일운동의 최선봉에 선 윤봉길 의사를 통해 애국 프레임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또 공병호 공관위 체제에서 비례순번을 못받은 최승재 전 소상공인연합회 회장(14번) 역시 외연확장을 위해서 당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로 꼽혀왔다.

통합당 관계자는 "총선에서 전체 표밭을 늘리기 위해서 비례대표에 각 계층을 대표한 상징성 있는 인물들을 배치했어야 한다"며 "기존 공병호 공관위 체제 비례대표 공천은 이 같은 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선 예상보다 비례대표 교체 폭이 적었다는 시각도 있다. 애초 지도부가 교체되면서 통합당 영입인재가 20위권 안에 10명 넘게 포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전체 40명 비례대표 순번 중 통합당 영입인재는 13명이다.

이같은 공천 결과는 황 통합당 대표의 입김이 공천에 작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와 각을 세웠던 한선교 전 대표 등이 사과하는 등 갈등 봉합에 나선 상황에서 비례대표를 대거 물갈이 할 경우 기존 공천자 등의 반발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배규한 공관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공천에 황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공관위 구성부터 오늘 발표까지 황 대표로부터 어떤 메시지도 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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