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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대기업들도 ‘생존게임’ 돌입…공격경영→수비경영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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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등 켠 경제계]

[현대차 “올해 경영계획 재검토”]

자금 흐름 자체가 바뀌어

“마케팅·광고비 감축 뒤따를 듯”

[SK “조만간 경영점검회의”]

SK이노베이션 실적 악화 대응

SK하이닉스 반도체 시황 점검

[유통공룡들도 초긴장]

롯데 “투자 집행 가늠 어렵다”

신세계 화성 테마파크 ‘풍전등화’

[삼성전자만 위기를 기회로]

초격차 전략 및 투자 계획 유지

안정적 재무구조·탄탄 반도체 수요 덕택

가전·스마트폰 사업은 조정 여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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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관광 업계가 생존을 위한 도전에 직면했다.”

삼성가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는 지난 1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생존’을 언급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여행·관광·숙박업종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호텔신라도 예외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사회를 열어 면세점과 주차장, 사무실 등 전통호텔 부대시설 공사에 2300억원 남짓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며 사업 확장 의지를 다진 게 불과 한달여 전인 지난달 21일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기업그룹들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1~2년 새 ‘4차 혁명’에 대비해 발표한 신사업 부문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채용 계획도 재검토에 착수했다.

“상황이 시시각각 나빠지고 있다.” 현대차의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시이에스(CES)쇼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내연기관차 중심의 사업구조를 자율주행·수소차 등 미래형 모빌리티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미래 비전을 밝히던 때와는 상황이 급반전한 셈이다. 현대차 고위 임원은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애초 발표한 중장기 전략을 비롯해 올해 경영 계획을 다시 보고 있다. 투자 우선순위 조정과 판매 전략 차별화 등 다각적인 시나리오를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임원도 “마케팅과 광고비 감축도 뒤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향후 6년간 61조1천억원 투자를 뼈대로 한 ‘2025 중장기 경영전략’이 변화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당시 계획을 내놓을 때 예상한 차량 판매에 따른 현금 유입 등 자금 흐름 자체가 코로나19 사태로 바뀌고 있는 탓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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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케이(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조만간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경영점검회의’를 연다. 분야별로 나눠 진행되는 이 회의에선 유가 폭락과 석유제품 수요 감소 탓에 1분기(1~3월)에만 수천억원대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에스케이이노베이션 관련 안건이 올라가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엘지(LG)화학과의 영업비밀침해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서 조기 패소하면서 막대한 합의금까지 내야 할 처지다.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디(D)램 등 메모리반도체 시황 분석도 이 자리에서 진행된다. 에스케이그룹은 2018년께 3년간 6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공언하며 공격 경영의 깃발을 들었지만 2년여 만에 코로나19 암초를 만나 ‘수비 경영’으로 돌아선 모양새다.

유통공룡들도 바짝 긴장하며 사태 전개를 살피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의 재정비·구조조정에 힘을 쏟는 와중에 터진 악재로 심각한 불확실성 늪에 빠진 탓이다. 올해 모두 8천억원가량 들여 백화점과 할인점 부문 사업 조정에 나서려 했던 롯데쇼핑 쪽은 “코로나19 상황이 너무 불확실한 부분이라 예정된 투자가 제대로 집행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미 이 회사는 야심차게 준비해온 온라인통합 쇼핑몰 ‘롯데온’ 출범을 한달 뒤로 미뤘다.

신세계가 4조6천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화성시에 조성하기로 한 대규모 테마파크 사업도 풍전등화 상태다. 지난해 11월 정용진 부회장이 “세상에 없는 테마파크를 만들겠다. 사업 역량을 쏟아붓겠다”며 의욕을 보인 이 회사의 핵심 미래 사업이다. 회사 쪽은 “(계획대로) 내년 착공은 변함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신세계를 둘러싼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달 20일 한국신용평가는 신세계그룹의 핵심축인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한 단계 내려 잡았다.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그만큼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 신규 투자 부담은 커진다.

삼성전자만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분위기다. 현금성 자산만 30조원에 이르는 등 재무 구조가 안정적인 데다 반도체 수요도 비교적 탄탄하기 때문이다. 김기남 대표는 지난 1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메모리 반도체에서 4세대 10나노급 디(D)램과 7세대 브이(V)낸드 개발로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 확대에 주력하고 차별화된 제품으로 신성장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분야 133조원 투자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 13조원 투자 계획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수요 위축이 뚜렷한 스마트폰과 텔레비전 등 반도체 이외 분야 사업 전략은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를 비롯해 올해 주요 기업의 경영계획은 코로나19 전과 후로 나눠 봐야 한다. 기존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대선 선임기자, 김은형 신민정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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