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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코로나19 확산 우려 부추기는 ‘종교적 신념’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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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신천지·뉴로셸 유대교 회당 등서 집단감염 확산

이란선 성지순례 금하자 차단벽 부수고 경찰과 충돌

인도 정부 자제 요청에도 ‘라마신’ 성지순례 강행 뜻

‘소 오줌 마시면 코로나 예방’ 등 종교적 치료법 횡행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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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코로나19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위로와 치유의 역할을 해야 할 종교가 되레 위기를 부추기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집단 모임을 자제해달라는 보건당국의 당부에도 세계 곳곳에서 ‘신의 이름’으로 대규모 종교행사가 강행되고, 신자들 사이에 과학적 근거가 없는 치료법이 횡행하면서 종교가 오히려 감염 확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국내 대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집단감염 사례처럼 특정 종교가 코로나19 확산의 ‘거점’이 되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뉴욕주(1만6916명, 사망자 114명 포함)의 경우, 맨해튼 인근 소도시 뉴로셸의 한 유대교 회당이 집단감염 시발지로 지목됐다. 말레이시아에서도 확진자(1306명) 가운데 63%가 지난달 28일~지난 1일 쿠알라룸푸르 스리프탈링 이슬람사원에서 열린 부흥집회 참석자와 그 접촉자들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독실한 신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변에 바이러스를 흩뿌리는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각국 지방·중앙 정부가 이동 제한, 자택 대피 조처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세계 곳곳에서 종교적 신념을 앞세운 이들이 성지순례를 비롯해 대규모 종교행사를 강행하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중동 내 최대 확진국 이란에서 당국이 종교도시 마슈하드의 이맘 레자 묘소 등 이슬람 성지 4곳에 차단벽을 세워 성지순례객의 입장을 전면 금지하자, 지난 16일 신도들이 이를 부수고 묘소 진입을 시도한 게 대표적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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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 라마신 성지순례 기간(25일부터 9일간)을 앞두고 세계 2위 인구 대국인 인도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인도인이 가장 사랑하는 신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라마의 탄생지인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시엔 해마다 성지순례 기간에 100만명가량의 인파가 몰려든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 아니면 집에 머물러 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힌두 근본주의자 정당인 비슈·힌두 파리샤드(VHP) 등 주최 쪽은 “라마신을 알현할 기회를 뺏지 말라”며 축제 강행 뜻을 보이고 있다.

신의 가호로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들도 횡행하고 있다. 미얀마에선 유명 승려가 라임 하나와 종려나무 씨앗 세 알만 복용하면 면역력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가 하면, 이란에선 코로나19를 쫓는다며 무슬림 사원을 핥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또 지난주 인도에선 힌두교 활동가들이 소 오줌을 마시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며 직접 소 오줌을 마시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레바논에선 확진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병원에 한 여성이 예방약이라며 기독교 성인 샤르벨의 묘소에서 퍼낸 흙과 성수를 가져온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병원 관계자들은 이 흙의 성분을 조사한 뒤 해가 될 게 없다고 판단해 환자들이 원하면 지닐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그들에게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어쨌거나 지금은 기적이 필요한 때다.” 병원의 한 관계자가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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