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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美 CLO 줄도산 비상등…부실기업 대출채권 CLO(대출채권담보부증권), 새 금융위기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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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신용위기가 도래한다?’ 이 같은 내용의 하이투자증권 보고서가 화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할수록 신용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2분기 선진국 확산 추세가 이어지면 글로벌 경기 반등은 4분기로 늦춰지고 신용 리스크는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더불어 CLO(대출채권담보부증권)가 그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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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 상품으로 알려진 CLO가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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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가 뭐길래

▷신용도 낮은 기업 대출채권으로 만든 상품

CLO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 대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일종의 자산담보부증권(ABS)이다. 주로 스스로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BB-’등급 이하 저신용 기업이 대상이다. 투자 위험이 높은 반면 연 5~10%대로 이자가 높아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통한다. 일례로 2018년 미국 B등급 CLO 평균 수익률은 14%, BB등급도 9%를 넘었다. 초저금리 시대 높은 이자를 주다 보니 투자자가 잔뜩 몰렸고, 저신용 기업은 대출을 계속 늘려왔다.

금융안정위원회(FSB·Financial Stability Board)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대출시장의 규모 추정치는 2018년 말 기준 1조4000억달러에서 3조2000억달러로 추정된다. 이 중 CLO 발행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7400억달러 대비 약 2배 이상 증가했다. FSB는 보고서에서 “2015년 이후 대출이 급증한 것과 CLO 성장은 큰 관련이 있다”고 했다. 그동안 CLO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초자산 격인 저신용 기업이 망하지 않아서다. 저금리 기조로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쉬웠기 때문에, CLO 만기가 돌아올 때 다른 자금 조달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CLO는 그만큼 약속한 수익률을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었다.

▶CLO 왜 문제일까

▷기초자산 격인 기업(회사채)의 품질 떨어져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자칫 CLO가 금융위기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익률 좋은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 금융사는 점점 더 신용도가 낮은 기업을 찾아 CLO 상품을 찍어냈다. 그러다 보니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 CDO(부채담보부증권)의 발행보다 CLO 잔액이 3배 이상 늘어났다(하이투자증권 추정). 문제는 기초자산 격인 기업(신용등급) 품질(?)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신용등급 하락 시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은 B3급 비중이 2016년 26%에서 2017년 39%, 2018년 43%로 급증했다. 이 중 60%가 CLO로 팔리며 부실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도한 CLO 발행으로 과거 서브프라임 같은 부실 기초자산이 편입될 여지가 커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극단적으로 말해 CLO 기초자산 역할을 하는 저신용 기업이 하나둘 문을 닫게 되면 상황은 더 꼬인다.

‘환율과 금리로 보는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 저자 오건영 신한은행 AI 자본시장분석팀장은 “비유하자면 CLO는 신용도가 형편없는 회사와 괜찮은 회사를 섞어 만들어졌다. 그런데 괜찮은 회사를 섞어 넣었으니 덜 위험하다고 판매하는 식이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 CLO도 같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이효석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은 “미국 레버리지론 중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재무유지 약정이 없는, 이른바 커버넌트 라이트론(covenant-lite loan) 대출 비중이 발행 기준 86%에 이른다. 잔액 비중은 사상 최고인 80%로, 이를 바탕으로 만든 CLO는 우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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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안전한가

▷지난해 상반기에만 7조원 투자

국제금융센터는 ‘CLO 시장의 위험요인 점검’ 보고서를 통해 “향후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화하면 기초자산이 부실해지고 CLO 투자 위험이 커져 주의가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정치권도 이런 우려는 꾸준히 제기했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CLO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기의 제1뇌관으로 꼽힌다. 국내 금융사 CLO 투자 규모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함께 세심한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호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주요 기관투자자 CLO 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만 보험·증권·자산운용사는 총 7조6149억원을 CLO에 투자했다. CLO 투자는 올해 초에도 이어졌다. 미국 기업 CLO에 360억원을 투자한 군인공제회는 “미국 경기 호황으로 시장 규모가 최근 3년간 3500억달러 규모로 대폭 커지며 투자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말 뇌관이라 할 수 있나

▷상품 자체는 단순…부실 회사가 변수

다만 CLO는 과거 CDO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일단 2008년과 비교했을 때 부실채권 비율이 낮다는 점이 대표적인 반론 근거다. 2008년 금융위기 도화선이 됐던 서브프라임 대출 연체율은 30%에 육박했다. 그러나 2019년 기준 레버리지론과 CLO 채무불이행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라는 주장이다.

“CLO 구조는 현금과 레버리지론으로 간단하다. 그래서 위험 노출 정도를 비교적 정확히 볼 수 있다. 금융위기 당시 CDO는 선순위권자 80%, 후순위권자 20%였다. 현재 CLO는 선순위권자 60%, 후순위권자 40%로 비중도 안정적이다. 또한 금융위기 당시 개별 회사채 부도율이 높았는데, CLO는 부도율이 급격하게 상승하지 않았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CLO 추가 투자는 괜찮을까. 안태현 젠가K 대표(전 씨티은행 아시아지역본부 투자전략가)는 “2008년 금융위기 전의 CLO 상품이 ‘1.0버전’이라고 하면 이후 나온 CLO는 ‘2.0버전’이라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신용 보강 장치가 마련돼 펀드 손실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회사채 부도 시는 회수율이 평균 10%정도 떨어질 수 있는 만큼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비슷한 회사채 기반 금융상품 투자 주의령도 있다. 이효석 팀장은 “CLO와 유사하게 미국 회사채에 투자하고 있는 뮤추얼 펀드를 잘 봐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5000억달러(약 600조원) 규모였는데 최근 1조5000억달러(약 1800조원)로 3배 가까이 커졌다. 회사채가 흔들리면 관련 펀드도 손실이 날 수 있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51호 (2020.03.25~2020.03.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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