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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사이언스 카페]더위가 코로나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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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높아지면 감염력 저하 연구 잇따라

"바이러스 박멸은 아니어서 방역 지속 필요"

조선일보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미 NI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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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높은 곳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약해진다는 연구결과들이 잇따라 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어서 더운 곳이라도 강력한 방역 대책은 지속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22일(현지시각)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에 따르면 대부분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은 섭씨 3~17도의 낮은 기온에서 발생했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MIT의 카심 부카리 박사팀은 지난 17일 논문 사전 출판사이트 SSRN에 발표한 논문에서 “평균 기온이 18도 이상인 지역은 지금까지 전 세계 코로나 환자의 6%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조사 결과 기온이 내려가면 바이러스 감염 환자수가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적도와 남반구는 현재 여름이다.

부카리 박사는 기온이 올라가면 코로나 환자가 주는 현상은 미국에서도 확인된다고 밝혔다. 미국 남부의 애리조나, 플로리다, 텍사스주가 북쪽의 워싱턴, 뉴욕, 콜로라도보다 코로나 감염 속도가 느리다는 것. 캘리포니아주는 그 중간 속도를 보였다.

기온이 올라가면 감염이 주는 현상은 다른 바이러스 감염증에서도 나타난다.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 태스크포스의 일원인 데보라 벅스 박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북반부에서 독감은 일반적으로 11월에서 4월까지 발생한다고 밝혔다. 일반 감기를 유발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4종도 같다. 벅스 박사는 “2003년 창궐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같은 패턴을 보였다”면서도 “중국과 한국에서 코로나 환자 발생이 늦게 일어났기 때문에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같은 패턴을 보일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두 연구도 MIT 연구진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지난 16일 스페인과 핀란드 과학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영하 2도에서 영상 10도 사이 건조한 지역에서 발견된다고 밝혔다. 중국 과학자들도 정부가 강력한 방역 대응을 하기 전에 온도가 높고 습도가 높은 도시에서 코로나 감염속도가 느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논문들은 아직 동료들의 정식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MIT 부카리 박사도 여행 제한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진단 방법의 차이, 병원의 환자 수용 능력 등이 각국간 환자 발생수의 차이에 영행을 미쳤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또한 온도가 높고 습도가 높으면 코로나 감염력이 약해진다고 안심을 하면 정부의 방역 방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아 더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약하진다고 하더라도 아예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계절성 독감과 일반 감기 바이러스도 여름에 인체에 존재한다. 소아마비 바이러스 같은 일부 바이러스는 오히려 온도가 높아지면 더 감염력이 높아지기도 한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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