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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콜롬비아 교도소에서 코로나19 위험 항의폭동..23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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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생적이고 밀집된 환경에 공포

유족들 "평화시위에 과잉진압했다"

뉴시스

[보고타(콜롬비아)= AP/뉴시스]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콜롬비아의 라 모델로 교도소 밖에서 3월 22일 고도관들과 진압 경찰에 항의하는 유족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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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차미례 기자 =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의 한 교도소에서 밀집된 비위생적인 환경에 코로나19 감염 공포를 느낀 재소자들이 폭동을 일으켜 진압과정에서 23명이 사망했다고 교도소 당국이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라 모델로 교도소에서 일어난 이 사건에 대해 마르가리타 카벨로 법무장관은 재소자들이 탈옥을 시도했다고 발표했지만, 재소자 측 변호사들은 이들이 교도소의 열악한 환경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일어날까봐 평화시위를 했을 뿐인데도 교도관들이 무자비한 과잉진압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벨로 장관은 "오늘은 우리 콜롬비아 전국에서 정말 슬프고 고통스러운 날이다"라고 말했다.

라 모델로 교도소는 절도에서 강도, 마약 밀수에 이르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수용하고 있는 곳으로 21일 밤부터 소요가 시작되었다. 일부 재소자들은 교도소 밖에 있는 지인들에게 휴대전화 동영상을 보냈고, 사람들은 멀리서 총성이 들리면서 재소자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한 재소자는 " 놈들이 우리를 여기에 버리고 갔다. 우리들을 개떼처럼 취급한다!"고 울부짖기도 했다.

22일 교도소 안에는 폭력과 살인의 흔적이 가득했다. 어떤 재소자는 파란 반바지와 피투성이 회색 셔츠를 입은 채 옥상에 바로 누운채 숨져 있었다.

사건이 알려지자 코로나19 감염장지 마스크를 쓴 유족들이 몰려들어 교도소 밖에서 진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한 여성은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어서 너무나 절망적이다"라고 울면서 말했다.

콜롬비아 당국은 이 사건과 재소자들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 다만 7명의 교도소 직원들도 부상을 당했으며 2명은 생명이 위독하다고만 말했다.

카벨로 장관은 탈옥에 성공한 재소자는 한 명도 없으며, 이 날 까지도 교도소안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카벨로 장관은 동영상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이것은 탈옥이라는 범죄를 행하다가 실패한 사건이다"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교도소환경 개선을 위해 싸우는 시민단체 " 사법 연대"의 존 레온 사무국장은재소자들이 벌써 2주일 전에 코로나19 대비 환경개선을 요구한 것에 당국의 응답이 없자 21일 전국적으로 항의 시위를 하기로 했었다며 탈옥을 위한 폭동이 아니라고 말했다.

뉴시스

[보고터= AP/뉴시스] 콜롬비아의 라모델로 교도소 재소자들이 22일(현지시간) 교도관들에게 코로나19에 취약한 초만원 감방의 환경을 개선해달라며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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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소자들과 가족들의 단체인 전국 교도소운동은 지난 주 초에 성명을 발표, 콜롬비아의 교도소들은 의사, 간호사등 의료진을 갖추고 있지 않으며 가장 기본적인 질병에 대한 약품 조차도 충분히 구비하고 있지 않다며 항의했었다.

이 단체는 "우리의 목소리를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이 전달하면서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과 비효율적인 운영에 항의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레온은 문제의 교도소에는 약 5000명이 수용되어 있으며 감방이 모자라 한 방에 6명씩이 들어있고 어떤 사람들은 복도에서 자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소자들의 요구는 나이든 노인 재소자들과 이미 질병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 격리시켜 달라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교도소 안에 다른 죄수들 가운데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콜롬비아에서는 22일 현재 코로나 19의 231명의 확진환자와 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하지만 워낙 과밀 수용과 폭력 등 열악한 환경으로 유명한 교도소들은 코로나 확산 위험이 매우 큰 곳으로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까지 콜롬비아 정부가 실시한 대책은 재소자에 대한 친인척의 면회 금지, 사람들간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일부 건물의 교도관 수를 줄이기, 노인 직원이나 기저 질환이 있는 직원들을 집에 머물게 하거나 특별 청소 방역팀을 꾸리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형기가 거의 끝나가거나 비폭력 범죄 혐의로 예비 구속된 사람들은 석방하는 게 옳다고 주장한다. 2019년 초부터 현재까지 콜롬비아의 교도소들은 정원이 8만명인데도 12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무부 조사 결과 재소자들은 끼끗한 식수 등 가장 기초적인 문제부터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미주 사무국장 호세 미겔 비반코는 "콜롬비아 당국은 현재 교도소의 위험한 상황을 줄이기 위해서 당장 적극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문제는 콜롬비아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감옥에 있는 거의 150만명의 재소자들에게도 해당된다. 하지만 특히 중남미 지역의 교도소들은 초만원 감방으로 감염병 병원체의 서식처라는 악명을 떨쳐 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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