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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신율의 정치 읽기] ‘뒤죽박죽’ 비례위성정당 자충수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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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플랫폼정당 ‘시민을위하여’의 우희종(오른쪽 두 번째), 최배근(오른쪽 세 번째) 공동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한 각당 대표들이 지난 3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연합정당의 출발을 알리고 있다. 비례연합정당 당명은 ‘더불어시민당’으로 결정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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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한 달도 안 남았다. 대부분 정당은 이제 공천을 거의 마무리하고 있다. 공천 결과를 두고 여야 모두 내홍을 치르고는 있지만 이 정도 진통은 선거 때마다 거의 항상 있었다. 오히려 이번 공천 후유증은 덜한 편이다. 공천 탈락자들이 탈당하며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식의 움직임은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대폭적인 물갈이를 강행한 미래통합당과, 소폭이지만 그래도 물갈이를 단행한 더불어민주당 공천 탈락자들이 무소속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지만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유는 이렇다. 과거 무소속 연대가 파괴력을 가진 때가 있었는데, 바로 친박 무소속 연대가 결성됐을 때다. 지금은 다르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구심점의 유무다. 무소속들이 연대해 선거를 치르겠다고 할 때 ‘연대의 구심점’이 필요하다.

구심점만 있어서는 어림도 없다. 구심적 역할을 하는 정치인의 상징성 역시 상당히 중요하다. 18대 총선 당시, 친박 무소속 연대 구심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당시 한국 정치에서 갖는 상징성이 상당했다. 그러나 지금 무소속 출마자 연대의 구심점이 있나. 또 구심점 역할을 하는 정치인의 상징성이 있는가. 상징성을 가진 구심점이 없다면 공천 탈락자가 연대한다 해도 그 파괴력은 그리 크지 못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공천 탈락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정치적 생명력은 오히려 짧아질 수 있다. 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함으로써 표를 분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면 본인이 속한 진영에 해가 되는 행위를 했다는 꼬리표가 달릴 가능성이 높다. 일단 공천 탈락을 인정하고 다음을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물갈이 정도가 새누리당보다 두드러졌다. 당시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나 불출마 선언을 한 인사들은 다들 억울하다 생각했겠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당의 결정을 인정하고 다음번 선거를 기약했다. 대표적 인물이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이다. 정 전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된 후 오히려 당의 선거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그리고 4년을 기다려 다시 출마한다. 이런 것이 정당인 또는 정치인의 정도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이 있다. 공천 탈락자의 무소속 출마를 강압적인 방법으로 막으려 해도 곤란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공천 탈락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당에서 영구 제명하겠다고 했다. 당 대표로서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본인의 과거 행태부터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20대 총선에서 이해찬 대표는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현재 이 대표 주장은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다.

당 지도부는 이런 점을 고려하면서 공천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당력을 모으고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돌발 변수에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총선까지 정당들은 수많은 돌발 변수들을 제압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돌발 변수 중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설화’다. 설화와 관련해 특히 여당은 지금 지뢰밭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예를 들어보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입의 위력’은 정말 대단하다. 박 장관은 지난 2월 26일 국회에서 “(코로나19를 국내에 확산시킨 사람은) 애초부터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 말해 국민 신경을 건드리더니, 이제는 병원마저 들먹인다. 지난 3월 13일 국회에서 “의료계에서 (마스크가)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본인들이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정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사실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은 제가 더 많이 다닙니다. 한두 마디 말씀을 듣고 마치 전체 방역체계에서 방호복이 부족하다는 것처럼 말씀하시면…”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코로나19 사태 주무장관의 이런 발언은, 자신을 버리며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의료진에 대한 모독이자 지금 같은 비상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사회적 신뢰를 망치는 요인이다.

여권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이라고 야당이 생각한다면 그 또한 문제다. 야당도 자당 소속 의원들과 출마자 입을 단속하지 못하면, ‘설화’라는 이름의 자살 폭탄이 언제 덮칠지 모른다.

총선 전까지 나타날 수 있는 또 다른 돌발 변수는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과의 관계, 그리고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과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 위성정당이 생각이 달라져 행성 역할을 하겠다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난다.

미래한국당은 3월 16일 비례대표 후보 명단과 순번을 발표했는데, 미래통합당이 영입한 인재 20여명 중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 포함된 사람은 6명에 불과했다. 또 그들 중 5명은 당선 안정권이라고 볼 수 없는 20번 밖 순번이다. 이런 사실은 위성정당과 행성정당 관계가 극도로 불안할 수 있고, 총선 전에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야당과 야당의 위성정당 모습은, 위성정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여당에 반면교사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애초에 녹색당 등이 포함된 ‘정치개혁연합’ 측과, ‘시민을 위하여’라는 단체와 함께 연합위성정당을 만들려고 하다 ‘정치개혁연합’을 제외하고 ‘시민을 위하여’와 연합위성정당을 만들려 하고 있다. ‘시민을 위하여’는 강성 친문 조직으로 알려진다. 민주당이 계획을 바꾼 이유 중 하나는 야당과 야당의 위성정당이 서로 싸우는 모습을 봤기 때문일 터다.

이런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명분도, 최소한의 의리도 없는 것 같다. 물론 정치를 의리로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리가 없으면 명분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둘 다 없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보는 이만 씁쓸하다.

총선까지 나타날 수 있는 또 다른 변수로 코로나19 사태 진정 여부다. 총선 전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이는 여당에 호재다. 반대 경우는 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적인 양상으로 전개되면 여당은 그런 상황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감내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변수는 경제다. 지금 경제는 절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됐고, 그에 따라 유럽과 미국 경제 역시 거의 올스톱돼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는 타격 정도를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경제가 이런 상황에 빠진 것에 대해 정부 책임은 없다. 하지만 원인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상황 대처까지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위기에 정부가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 따라 총선에서 여당이 받을 타격의 정도가 결정될 것이다.


매경이코노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51호 (2020.03.25~2020.03.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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