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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역대 최악 기록 깬 코스피…선물 연계 프로그램 매물이 낙폭 더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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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역사상 하루 최고 낙폭을 기록했다. 금융시장이 바닥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시계제로’ 국면으로 접어들자 시장 참여자들은 모두 고개를 떨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1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39% 내린 1457.64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15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9년 7월 23일(1496.49) 이후 약 10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종가 기준 코스피 낙폭(133.56포인트)은 한국거래소 집계 이후 역대 최대치로 집계됐다. 종전 최고 기록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16일의 126.5포인트 하락이었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1.71% 내린 428.35로 종료했다. 이날 종가는 2011년 10월 5일(421.18) 이후 8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는 1996년 시장 개설 이래 역대 최고 하락률을 보였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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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하락 속도를 두고는 여러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과거보다 파생상품 시장 외연이 커지면서 현물시장이 수급만으로 폭락하는 사례가 잦아졌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예가 프로그램 매매다. 프로그램 매매는 문자 그대로 컴퓨터 프로그램(알고리즘)을 통해 수십, 수백 개의 종목을 동시에 사고파는 거래를 통칭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덱스를 추종하는 패시브 상품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면서 프로그램 매매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덩달아 확대됐다.

프로그램 매매는 크게 차익 거래와 비차익 거래로 나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선물과 코스피200지수 간 차익 거래로 보면 된다.

차익 거래는 기본적으로 선물 만기 전 고평가된 것을 팔고 저평가된 것을 사는 패턴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펀드매니저는 지수가 오르든 내리든 이론적으로는 리스크가 없는 무위험 차익을 추구한다. 문제는 최근 증시는 미래에 대한 공포가 지배하고 있다는 데 있다. 때문에 선물 가격이 이론가보다 뚝뚝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현물 주식을 기계적으로 내다 파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분석이다.

주가연계증권(ELS) 노크인(knock-in·원금 손실) 물량도 시장 수급을 더욱 꼬이게 한다. 최근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총 7개 ELS 상품에 대해 원금 손실 위험이 발생했다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이외 변동성에 기반한 자동매매 거래도 증시 불안을 부추긴다. 지난 10여년 동안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강세장 도래에 기여했던 고도의 기술적인 거래 전략이 지금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부메랑이 됐다는 진단이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정책 실행 속도가 기대감보다 느리다는 평가가 시장 우려를 더욱 고조시켰다”며 “미 연준에 대한 권한을 확대하고 CP 매입 외 MMF 시장 개입 등 더 강한 정책이 시급해 보인다”고 밝혔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51호 (2020.03.25~2020.03.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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