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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CEO LOUNGE]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코로나 확산에 유급휴가 1주일 준 ‘갓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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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1967년생/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석사/ 1989년 한메소프트 설립/ 1997년 엔씨소프트 설립/ 엔씨소프트 대표이사(현)/ NC다이노스 프로야구단 구단주(현)


‘갓택진’.

게임업계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53)를 부르는 별명이다. 예부터 통용돼왔으나 최근 들어 다시금 회자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덕분이다.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자 엔씨소프트는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2일까지 전 직원에게 유급휴가를 줬다. 이후 3월 6일까지 연장하며 수많은 직장인의 부러움을 샀다. 임신한 여성 직원에게는 특별 유급휴가 20일을 추가로 부여했다. 전 직원 유급휴가 기간 이후에는 순환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했다. 조직 단위별로 근무 인원을 두 조로 나눠 한 조씩 번갈아가며 출근하는 방식이다. 4월 3일까지 이 체제로 운영된다. 소상공인과 상생에도 적극 나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PC방 사업주를 지원하기 위해 엔씨소프트는 3월 5일부터 3월 31일까지 G코인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G코인은 엔씨소프트 게임을 제공하는 PC방 사업주가 쓰는 화폐다. PC방 업자가 G코인을 충전한 뒤 소비자가 PC방에 방문해 엔씨소프트 게임을 하면 G코인이 소진된다. 이외에도 김 대표는 방역과 피해 극복을 위해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20억원을 기부하며 주목받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엔씨소프트는 직원 처우가 좋기로 정평이 났다. 일단 연봉이 높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엔씨소프트 직원 평균 연봉은 6638만원. 업계 최상위권이다. 성과급에도 후한 편이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이 히트를 칠 때마다 부서와 직급, 계약 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직원에게 보너스를 준다. 지난 2016년 시장에 나온 ‘리니지 레드나이츠’가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자 김 대표는 계약직을 포함한 모든 직원에게 특별격려금으로 100만원씩 지급했다. 이후 2017년 ‘프로야구 H2’ 서비스를 시작한 뒤에는 전 직원에게 100만원을, ‘리니지M’을 선보인 후에는 300만원, 2019년 ‘리니지2M’이 시장에 나온 후에는 300만원을 상여금으로 줬다. 이 밖에 판교에서 ‘고퀄(고급)’이라는 평가를 받는 어린이집 ‘웃는땅콩’을 보유했으며 직원이 각종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엔씨유니버시티(NC University)를 운영하는 등 직원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매년 연구개발(R&D)에 매출의 20%가량을 투입할 정도로 R&D에도 공을 들인다.

매경이코노미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돌파 예상

과도한 현질 유도 논란은 과제

김택진 대표가 통 큰 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에는 실적이 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 김 대표는 문서 편집 소프트웨어 ‘아래아한글’ 공동 개발, 타이핑 연습용 프로그램 ‘한메타자교사’ 개발 등 굵직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뒤 1997년 엔씨소프트를 설립했다. 이후 ‘리니지’ ‘리니지M’ ‘블레이드&소울’ ‘아이온’ 등 모바일과 PC를 가리지 않고 히트작을 여럿 선보였다. 실적이 가파르게 성장한 것은 당연한 수순. 1997년 창업 첫해 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리니지 인기에 힘입어 1999년 80억원으로 뛰었다. 2000년에는 무려 570억원으로 급증했다. 2010년 515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조701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눈부신 성장세를 자랑한다. 1999년 영업익 36억4500만원을 내며 흑자로 돌아선 이후 매년 가파르게 늘어 2019년 479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실적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지난해 11월 말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이 그야말로 대박을 낸 덕분이다. 시장에 나온 지 4일 만에 구글플레이 게임 부문 매출 순위 1위를 거머쥔 이후 현재까지 선두주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루 평균 매출은 41억원으로 추산된다. 핵심 유저 이탈을 막기 위해 꾸준히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올해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만큼 당분간 든든한 수익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전작 ‘리니지M’도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2위를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더불어 2021년에는 ‘블레이드&소울2’ ‘아이온2’ 등 새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올해 매출 2조6701억원, 영업이익 1조664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주가 흐름 역시 양호하다. 지난해 리니지2M 서비스 시작 직전 50만원대에 머물다 올해 3월 4일 72만원에 거래를 마치며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유가 급락 등으로 인해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3월 19일 종가 기준 53만원까지 하락했으나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증권가에서는 1년 내 81만~91만원까지 오를 것이라 예상한다.

엔씨소프트가 국내 게임 시장 선두주자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김 대표 앞에 놓인 과제도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엔씨소프트 게임은 ‘현질(현금 결제)’ 유도가 과하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엔씨소프트 주요 수익 모델은 확률형 아이템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뽑기와 같은 방식으로 판매되는 상품. 이용자가 일정 금액을 내고 아이템이 들어 있는 ‘랜덤 박스’를 구입하면 엔씨소프트가 정한 확률에 따라 특정 아이템이 지급된다. 고급 아이템일수록 당첨 확률이 낮다. 예를 들어 리니지2M에 등장하는 일부 희귀 아이템은 당첨 확률이 0.004%다. 캐릭터 직업(클래스)을 바꾸는 아이템도 당첨 확률이 낮다는 평가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캐릭터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는데 향후 다른 클래스로 바꾸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로 확률형 아이템이 있다. 일부 상위 클래스 당첨 확률은 0.001%대에 불과하다.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아도 직업을 바꿀 수는 있지만 확률이 낮다는 비판은 이어진다. 이정엽 순천향대 한국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역시 “리니지M을 비롯해 그간 엔씨소프트가 선보인 주요 게임은 이기려면, 혹은 잘하려면 돈을 내야 하는 ‘페이투윈(pay to win)’ 구조였다. 리니지2M은 게임 플레이 자체를 위해 돈을 내야 하는 ‘페이투플레이(pay to play)’ 구조에 가깝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금 요소가 심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엔씨소프트가 롱런하기 위해서는 과금 체계 논란을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리니지 IP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니지 IP는 1998년 PC 게임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리니지2’ ‘리니지M’ ‘리니지2 레볼루션’ 등 여러 가지 버전으로 등장하며 수많은 ‘린저씨(리니지 하는 아저씨)’를 양산해냈다. ‘블레이드&소울’ ‘아이온’을 비롯한 다른 IP도 물론 보유하고 있으나 리니지가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매출의 85%가 리니지 IP를 활용해 만든 게임과 로열티에서 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한쪽에서는 독보적인 브랜드 파워를 구축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러나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기보다는 기존 IP를 ‘재탕’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인기 IP를 활용하는 전략이 단기 실적 성장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게이머를 확보하고 중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IP 발굴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 일러스트 : 김민지]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51호 (2020.03.25~2020.03.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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