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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편집장 레터] 너무 많은 검사와 너무 많은 경증 환자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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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코로나19가 잡혀가고 있나’ 희망의 빛이 보일 무렵, ‘대구 17세 소년 사망’ 뉴스가 나오면서 국민이 다시 패닉에 빠졌습니다. 여기에 배우 문지윤에 이어 BJ 이치훈 등 30대 젊은이가 연이어 급성 패혈증으로 사망하자 더 뒤숭숭해졌습니다. 모두 최종 조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음에도 일각에서는 믿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기존 진단키트로는 잡아낼 수 없는 변종 바이러스 아닌가 하는 시선도 팽배했죠. 그만큼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두텁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 대구 소년의 경우 단순히 한 개인의 운이 나빴던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너무 큽니다. 어떻게 병원이 열이 41도 넘는 환자를 해열제와 항생제만 처방하고 돌려보냈나 비난의 목소리가 높지만, 현장에서는 ‘매뉴얼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반응입니다. 현재 밤에 고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발현했을 때 갈 곳이 별로 없습니다. 상당수 응급실에서 코로나19 가능성이 있는 환자는 접수조차 받지 않기 때문이죠. 사실 병원과 의사만 뭐라 할 수도 없습니다. 응급실이 폐쇄됐을 때의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요.

‘너무 많은 검사로 너무 많은 경증 환자를 발굴해내는 것, 그로 인해 의료 붕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단호한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요즘 세계는 가깝게는 5년 전, 멀게는 10년도 더 전으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미국 연준이 휴일인 일요일에 기준금리를 1%포인트나 전격 인하해버렸죠. 2015년 12월의 ‘제로금리’ 수준으로 돌아간 겁니다. 한국인은 ‘누구도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함께 살아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뒤질세라 기준금리를 연 0.75%로 내렸는데,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0%대에 진입한 건 사상 최초입니다. 그런가 하면 3월 19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1500선 밑으로 떨어졌죠. 거의 11년 전으로 돌아간 셈입니다.

기업들은 난리 났습니다. 초비상 시대에 발맞춰 기업마다 ‘컨틴전시 플랜’ 짜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서 다른 기업은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엿보고 아이디어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유례없는 위기에 1등 기업도 죽어나가고 재테크도 일확천금은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입니다. 스페셜리포트에서 확인해보세요.

정치권은 재난기본소득 논쟁으로 와글와글하고, 이런 혼란기를 틈타 다단계식 ‘변종 달러보험’ 영업이 기승을 부립니다. 증시가 나락에 빠지면서 금융당국은 ‘공매도 6개월 금지’를 발표했지만 한발씩 늦은 행보에 백약이 무효인 상태가 돼버렸고, 이런 와중에 신용도가 낮은 기업 대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CLO발 금융위기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이번 호 토픽 기사는 어느 때보다 다채롭지만 줄줄이 이런 기사를 준비하는 마음은 가볍지 않습니다.

언제쯤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까요. 꽃구경이 그립다고요? 그래서 서비스로 신구대식물원에 환하게 피어난 꽃 사진을 한 컷 끼워놨습니다.

[김소연 부장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51호 (2020.03.25~2020.03.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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