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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경제칼럼] 코로나가 바꾼 무역환경 미중 합의안 변경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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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올 초 등장한 ‘미중 1단계 합의안’을 중국이 과연 제대로 이행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자 미국과의 통상 악화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약속 이행을 언급했다. 하지만 중국이 코로나19 통제에 자신감을 가지면서 문제의 바이러스가 중국 밖에서 유입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국제적인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부에서 들어온 바이러스로 중국이 피해 국가가 된 것으로 말 바꾸기를 시도한 것이다. 이 시점에 미국에서 코로나19 위기가 고조되기 시작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된 것임을 밝히고 미국 전역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여기서 미중 간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된다. 중국은 미국의 바이러스 비상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약속 이행 여부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활동 위축으로 중국 내수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대미 수입 수요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과의 합의문에서 수입 품목과 금액, 물량을 꼼꼼히 적으면서도 중국은 국내 수급 상황을 고려해 수입할 것임을 명시했다. 중국이 국내 수요 부진을 이유로 수입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합의를 깬 것은 아니라고 우길 수 있다.

지난 1월 15일 양국이 서명한 1단계 합의문 내용 중 향후 2년간 2000억달러 미국 상품과 서비스를 추가 구매하기로 한 것은 아무래도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중국이 수입하기로 한 주요 품목은 항공기, 농산물, 에너지인데 이 중 농산물과 에너지는 공급과 수요 양쪽의 문제가 예상된다. 장기 계약으로 거래되는 에너지 특성상 미국이 중국 수출용으로 추가적인 물량을 증산하기 어렵고, 코로나19 위기로 생산활동이 크게 위축된 중국은 기존 계약 물량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산물 상황도 유사한데 약속한 금액을 채우려면 미국산 대두 수출 물량 전체를 수입해야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중국 내 돼지 사육 두수가 크게 줄어 대두 수요가 예전만 못하다. 미국도 단기간 내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고 중국은 불필요한 대두를 수입할 필요가 없다.

무역전쟁으로 치닫던 미중이 1단계 합의안으로 파국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은 당사국과 세계 경제 안정에 큰 도움이 됐다. 코로나19 비상사태가 장기화돼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낮아지면 중국은 내수 부진을 이유로 의무 수입을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수출 부진으로 외환 압박이 높아지는 가운데 불요불급한 물품을 수입하기 위해 외화를 쓸 수 없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정책 성과로 자화자찬했던 1단계 합의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면서 미 선거 표심에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대중국 강경정책을 지속해온 트럼프 대통령보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을 선호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가 미국 국가 비상사태를 유발하면서 중국의 1단계 합의안 이행과 미 대선 정국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반면 위기의 진원지인 중국이 전략적 공간을 갖게 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매경이코노미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51호 (2020.03.25~2020.03.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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