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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경영칼럼] 코로나 재택근무 시대 똑똑한 비대면(Virtual Leader) 리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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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뉴욕 브라이언트공원. 작곡가 겸 지휘자 레브 리호바는 9대의 노트북 앞에서 지휘봉을 들었다. 그의 지휘에 맞춰 각각의 노트북에서 기타, 아코디언, 첼로, 비트박스 등 9가지 음률이 나왔다. 근사한 하모니를 갖춘 오케스트라 연주가 나오자 길 가던 사람들이 멈춰섰다. ‘뉴욕 와이파이 오케스트라’란 이름으로 시도된 원격 교향곡 협연 프로젝트의 한 장면이다. 각 노트북에서 나오는 소리의 주인공은 각기 다른 9개 지하철역 거리 연주자다. 이들은 지하철역 와이파이로 연결된 핸드폰으로 레브 리호바 지휘에 따라 연주하고 화음을 맞춰냈다.

2020년 다른 한 장면.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A기업의 휴대폰 기반 화상회의. 회의를 소집한 것은 본부장이었는데, 본부장은 막상 화상회의에 들어오지 않았다. 본부장 입장을 기다리던 팀원들에게 울리는 단체 메시지 한마디.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이 회의 시작 후 30분은 본부장을 화상회의로 입장시키는 데 할애됐다. 겨우 시작된 회의에서도 누가 참석하고 안 했는지, 내 목소리 들리는지, 내 얼굴 보이는지 체크하다가 업무회의를 시작하기도 전 진이 빠져버렸다. 2014년 와이파이 오케스트라와 2020년 재택근무 장면 공통점은 디지털 통신 인프라다. 하지만 한 군데는 있고 한 군데는 없는 것이 있다. 효과적인 원격(remote) 또는 비대면(virtual) 리더십이다.

비대면 리더십을 갖춘 리더는 근태관리보다는 성과관리에 집중할 줄 안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 단위 조직의 중간 성과와 최종 성과를 뚜렷이 파악한다. 어떻게 팀을 조직하고 언제까지 무슨 결과를 내놔야 하는지 업무 설계도가 명확하다. 조직 내 업무에 대해 세밀한 그림이 있어야 대면 접촉이 줄어든 팀원 간 발생하기 쉬운 업무 중복·공백·불일치를 줄일 수 있다. 비대면 리더는 누가 어떤 업무를 잘하는지 파악해 능숙하게 업무를 배분한다. 특히 비상 상황으로 전면적 재택근무를 실시할 때 리스크 관리를 위해 업무 정확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조직원을 재택근무시킬 때는 평소보다 과한 업무 목표를 부여하거나 익숙지 않은 다른 업무를 배분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새로운 업무 방식에 빠르게 적응토록 유도하려면 평소보다 업무 지시가 더욱 구체적이어야 한다.

효과적인 비대면 리더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디지털 이해도(digital literacy)가 높아야 한다. 어떤 사안을 모든 팀원 화상회의로 진행하고, 어떤 사안을 개별 팀원과 메신저 커뮤니케이션할지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팀원과 공유해야 한다. 동굴과 모닥불 원칙(동굴에 들어가 개인이 생각하고 정리할 사안과 시간, 그리고 이를 모닥불 주변에 모여 공유하고 다듬어 합의에 이르는 사안과 시간)을 정하고 활용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레이 톰슨 미 노스웨스턴대 켈로그비즈니스스쿨 교수는 공식적인 원격회의 전, 멤버와 아주 짧게 사적인 통화를 나눠보라고 조언했다. 또는 원격회의 화면 옆에 팀원들이 모두 함께 찍은 사진을 둬도 좋다. 디지털과 전통 방식 간극을 메우는, 작은 인간화(humanize)의 노력이 비대면 업무 적응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매경이코노미

[박형철 서코리아 사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51호 (2020.03.25~2020.03.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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