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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맞수열전] 치열한 배달대행 시장 1위 싸움…IT 앞세운 ‘바로고’ vs 덩치 큰 ‘생각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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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배달앱 대중화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확산되며 그 성장 속도가 더욱 가팔라졌다. 자연스럽게 배달대행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수십 개에 달하는 업체 중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는 ‘생각대로’와 ‘바로고’ 2곳이다. 향후 배달대행 시장 패권을 거머쥘 업체는 어디일까.

매경이코노미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달대행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수십 개에 달하는 업체 중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는 생각대로( 위)와 바로고다.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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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대행업체가 하는 일은?

▷음식점-라이더 연결 프로그램 운영

두 회사를 살펴보기 전, 먼저 배달대행 시장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배달대행은 말 그대로 배달을 대신해주는 일을 한다. 과거에는 음식점 사장이 배달 전문직원을 직접 고용해 임금을 줬다. 하지만 이제는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수시로 배달대행 라이더를 불러 건당 값을 치르는 식으로 변하는 추세다. 과거보다 최저시급이 늘어난 데다 상시 근무를 원치 않는 라이더가 늘어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다.

이 같은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오토바이 뒤에 달린 ‘배달통 상표’다. 과거에는 피자나 치킨 등 브랜드 상표가 붙어 있었다면 최근에는 바로고, 생각대로, 부릉 등 배달대행업체의 상표가 달린 오토바이를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게 됐다.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배달대행 시장 성장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배달 시장 전체 규모는 약 23조원. 2014년 10조원 대비 5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배달대행 시장 성장 속도는 그보다 더 빠르다. 같은 기간 1조원에서 7조원까지, 무려 7배나 커졌다.

배달대행업체 역할을 살펴보려면 배달산업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대부분 배달 과정은 ‘소비자 → 배달앱 → 음식점 → 배달중개사 → 배달대행사 → 라이더’ 순서로 이뤄진다. 여기서 ‘배달중개사’는 음식점에 들어온 주문을 라이더들에게 전달해주는 ‘배달 중개 프로그램’을 제작·관리하는 업체다. 반면 배달대행사는 동네마다 사무실을 차려 라이더 인력을 관리하고 오토바이 리스 등을 제공한다. 생각대로나 바로고 같은 업체는 엄밀히 따지면 배달중개사다. 다만 보통 배달대행사는 배달중개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운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통틀어 ‘배달대행업체’라고 부른다. 편의상 중개사는 ‘본사’, 대행사는 ‘지사’로 부른다. 택시와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배달중개사는 ‘카카오택시’, 배달대행사는 ‘OO운수’, 라이더는 ‘택시기사’에 대입하면 딱 들어맞는다.

배달대행업체 수익 모델은 간단하다. 본사는 지사로부터 프로그램 사용료 격으로 수수료를 받는다. 지사는 라이더로부터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흔히 배달대행업체를 두고 ‘IT 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더 뛰어난 프로그램 개발·관리 능력이 배달대행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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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대로 규모는 업계 1위

▶퀵서비스 인프라 기반으로 ‘급성장’

업계에 따르면 현재 약 40개 배달대행업체가 경쟁 중이다. ‘어디가 1위 기업인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규모나 수치 측면에서만 보면 1위는 ‘생각대로’가 맞다. 생각대로의 월평균 배달 건수는 지난 2월 기준 약 995만건,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평균 배달 건수(약 700만건)와 연간 거래액(약 1조원) 모두 바로고보다 월등하다. 지점 수(생각대로 720개, 바로고 550개)와 제휴 가맹점(생각대로 약 6만개, 바로고 약 2만8000개)에도 차이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생각대로가 후발주자라는 점이다. 생각대로 법인 설립연도는 2016년, 바로고는 2014년이다.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생각대로를 엄청난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확장한 ‘신흥 강호’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생각대로의 출발은 지난 2006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생각대로의 모기업인 퀵서비스 1등 업체 ‘인성데이타’의 한 사업 조직에서부터 시작됐다. 인성데이타는 십 년 넘게 퀵서비스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배달대행은 물론 대리운전, 화물차, 오토바이 렌털 시장까지 진출해 있다. 인성데이타는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업체와 라이더끼리 주문과 배달을 공유하는 이른바 ‘품앗이’ 개념을 퀵서비스 시장에 도입해 시장을 선점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도 훨씬 전인 2001년부터 다져온 퀵서비스 프로그램과 라이더 운영 노하우가 가장 큰 무기다.

2018년부터는 배달대행사업 생각대로 덩치 키우기에 본격 나서는 모양새다. 모기업으로부터 300억원 규모 투자를 받고 지사와 가맹점 늘리기에 나섰다.

같은 해 9월에는 이베이코리아 임원 출신 박기웅 대표를 영입하며 인적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이다.

생각대로 관계자는 “과거 이륜차 물류망을 운영했던 모기업의 운영 경험과 인력, 그리고 인프라가 생각대로 급성장의 동력이 됐다. 특히 720개에 달하는 촘촘한 지점망은 다른 업체는 따라올 수 없는 최대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바로고 활발한 신사업 추진

▶개발 인력만 50명…IT 경쟁력 으뜸

법인 설립은 앞섰지만 오히려 바로고가 후발주자라고 보는 편이 맞다. 하지만 성장 속도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16년 1만4000명이었던 라이더 수는 지난 2월 기준 4만5000명까지 늘어났다. 제휴 가맹점 역시 같은 기간 약 8000개에서 2만8000개까지 3배 이상 성장했다. 라이더 수와 가맹점 수는 배달대행업체에 대한 만족도를 가늠하는 기준이다.

바로고가 고속 성장을 이뤄낸 배경에는 뛰어난 IT 경쟁력이 자리한다. 바로고는 현재 개발 인력만 50명을 갖춘 IT 회사다. 전 직원(약 200명) 4명 중 1명이 개발자인 셈이다. 배달 중개 프로그램 경쟁력 제고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방증이다. 바로고 관계자는 “창업 초기 라이더나 가맹점주로부터 배달 기능 추가와 개선에 대한 요구가 엄청나게 들어왔다. 이를 다 수용하기 위해서는 IT 경쟁력을 키워야만 했다. 지난해에는 수십억원을 들여 서버 증설에 나서기도 했다. 덕분에 업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상대적으로 신사업 추진에 활발하다는 점도 생각대로와 다른 점이다. 단순 프로그램 수수료만으로는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현재 바로고는 친환경 전기 오토바이 KR모터스 등과 합작사 ‘무빙’을 만들고 라이더 전용 바이크를 개발 중이다. 바로고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 배달대행사에서 일본 오토바이를 쓴다. 부품값이 비싸고 수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친환경 바이크를 통해 라이더 고정비를 낮추고 나아가 보험료 인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수집한 배달 빅데이터를 활용해 배달에 익숙하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브랜드 딜리버리 컨설팅’, 배달 품질 개선을 위한 ‘맞춤형 포장 용기’ 판매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태권 바로고 대표는 “라이더와 가맹점주 수익을 깎아 먹는 계약 단가 경쟁은 업계에 악영향을 끼친다. 수수료 가격을 내리지 않고 수익을 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신사업이다. 라이더 전용 친환경 바이크 개발 역시, 수익을 내면서 동시에 라이더 복지를 높일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한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50호 (2020.03.18~2020.03.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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